배우 이병헌이 21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제작보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재난물이라기 보단 휴먼코미디? 확실히 달라
이상한 소리 내라는 지문, 연기인생 최대 위기
3층 규모 황궁 아파트 세트 보고 깜짝 놀랐죠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 컷. 사진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가장 확신 없었던 연기”
극중 이병헌은 생존자들을 이끄는 아파트 주민대표 영탁을 연기했다. 주민들의 단단한 신임을 얻는 캐릭터는 모든 배우들의 두터운 신뢰를 얻고 있는 그와 닮았다. 이날 박서준, 박보영 등 함께 연기한 배우들도 입을 모아 “이 영화를 택한 이유의 8할은 이병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그는 모두를 진두지휘하는 ‘리더’와는 거리가 멀었다. 모든 배우를 동등한 동료로 생각한다는 그는 “나이가 많고 선배라는 이유로 배우들을 통솔하고 싶지는 않다”면서 “현장에서 내가 집중하는 건 연기 뿐”이라고 했다.
그런 이병헌의 연기에 엄태화 감독과 배우들의 극찬이 이어졌다. 엄 감독은 “모든 사연을 얼굴로 표현하는 모습을 보고 ‘이것이 영화구나’라고 깨달았다”고 돌이켰고, 박보영은 이병헌의 눈빛 연기를 언급하며 “안구를 갈아 끼는 줄 알았다”고 떠올렸다. 동료들의 극찬에도 그는 연기를 쉽다 생각하지 않는다. 늘 좋은 연기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이유다.
“‘이상한 소리를 낸다’라는 지문을 연기해야 하는 신이 있었는데, 그때의 연기는 제 연기 인생을 통틀어 가장 어려웠어요. 어떤 연기를 해야 할지 확신이 서지도 않았죠.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눴고 ‘그냥 막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연기했죠.”
●“관객 줄어든 극장, 안타까워”
그는 부녀회장을 연기한 김선영에게 따귀를 맞는 장면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고 돌이켰다. “지난 30년 동안 작품 속에서 맞은 것 중 가장 아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발차기로 맞을 때 보다 더 아팠어요. 맞는 순간 ‘여기가 어디지’ 싶더라고요. 약 1초 정도 순간 기절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촬영하고 나니까 감독님께서 진짜로 안 맞아도 되는 앵글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열심히 맞았는데! 영화를 보시면 제 동공이 풀리는 걸 확인하실 수 있을 거예요. 하하!”
1991년 데뷔해 여러 장르의 영화에서 활약해 온 그도 3층 규모로 직접 지어 완성한 황궁 아파트 세트를 떠올리며 “엄청났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어 볼거리가 가득한 영화를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 하는 작품”이라고 힘줘 말했다.
“최근 OTT를 통해 우리나라 콘텐츠가 세계인들에게 인기를 얻는 건 행복한 일이고 좋은 기회이지만 그로 인해 극장을 찾는 사람이 줄어드는 건 안타까워요. 어릴 적부터 극장이라는 공간을 사랑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아프죠. 압도적인 규모와 사운드를 즐기기 위해서는 극장에 가야 해요.”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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