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이 의욕적인 출항에 나서면서 대우조선해양 흔적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 내 ‘갠트리 크레인’에 새겨졌던 대우조선해양의 상호가 지워졌다. 크레인에는 조만간 새 이름 ‘한화오션’이 각인된다. 사진은 한화오션 출범 이후 바뀐 거제 사업장 크레인 모습. (사진제공=한화오션) |
23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오션플라자에서 열린 대우조선해양 제24기 1차 임시주주총회에서 박두선 대표이사가 권혁웅 한화지원부문 부회장을 한화오션 초대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가결하고 있다.(사진=연합) |
◇‘대우’ 뗀 한화오션, 노조와 잡음 불거질까 ‘노심초사’
업계에서는 사명 변경과 조직 재편 등을 통해 새 옷으로 갈아 입은 한화오션의 리스크 해소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가장 큰 난관으로 거론되는 것은 ‘노동조합 리스크’다. 강성으로 분류되는 금속노조를 겪어보지 못한 한화가 향후 노사관계를 재정립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만만찮다.
한화는 지난 2008년 대우조선 인수전 당시에도 노조의 반발로 현장 실사를 진행하지 못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대우조선해양 인수 과정에서는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하면서 지난해 11월 16일 현장 실사를 원만히 마쳤다. 다만 인수 확정 이후 협의 단계에서 마찰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전국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지난 4일 거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3일) 주주총회 전까지 한화는 노조의 4대 요구안(고용 보장, 노조·단체협상 승계, 회사 및 지역발전 등)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한화의 명확한 입장을 강력히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한화는 임시 주총 이후 모든 인수 작업을 마무리 지은 뒤 적절한 시점에 직원들의 처우 개선, 지역과의 상생발전 방안 등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인수가 아직 완벽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인 만큼 한화 내부에선 구체적인 혁신 방안 등에 대해 언급하기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또 최근에는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한화에 ‘인수 위로금’ 지급을 요구했다. 한화 측은 이를 거부했지만, 대신 지난 19일 열린 실무협의체에서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목표 달성 시 한화가 기준 임금의 300%를 성과급으로 지급키로 잠정 합의하면서 균열 분위기는 일단락됐다.
한화는 향후 선언문 작성 등을 통해 통합 작업을 5월 내 마무리할 계획이다. 한화 관계자는 “노사가 한화오션의 미래를 위해 많은 대화를 하고 있다”며 최선의 방법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조선산업에 대한 한화의 적응 속도가 필수적인 과제로 꼽힌다. 조선사업에 첫발을 내딛는 한화가 조선업 특유의 문화와 사이클, 안전 수준 등을 파악하는 데 역량을 쏟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21년간 KDB산업은행 체제에 있던 대우조선해양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 재무구조 개선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명 바뀌어도 대우 ‘명맥’은 그대로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 모습.(사진제공=한화오션) |
다만 업계에서는 사명이 바뀌었어도 ‘대우’의 명맥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때 재계 서열 2위까지 올랐던 대우그룹은 외환위기를 겪으며 1999년 해체됐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대우’ 간판이 사라지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견고한 인지도와 브랜드 파워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대우 해체 이후 타 그룹에 인수된 계열사들은 글로벌 시장에서만큼은 대우 이름표를 떼지 않았다. 포스코에 인수된 대우인터내셔널의 현재 사명은 ‘포스코인터내셔널’로 대우를 지워냈지만, 대우 상표권은 여전히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보유 중이다. 이를 통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동유럽, 동남아시아, 중동 등의 국가에서 91억원에 이르는 브랜드 로열티 수익을 거뒀다. 한화그룹은 해외시장에서의 대우 브랜드 사용 여부와 관련해서는 아직 논의 초기 단계라고 밝혔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 이름이 바뀌더라도 대우조선해양이 그동안 충분히 쌓아온 실적이 있으니 단박에 위상이 떨어지거나 하진 않을 것”이라며 “한화라는 그룹의 후광도 있는 만큼 미래는 밝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도수화 기자 do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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