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정인 기자] 남자프로배구 대한항공의 ‘기장’ 토미 틸레카이넨(36ㆍ핀란드) 감독은 구단 내부에서 ‘배구에 미친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배구를 향한 열정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운 지도자다. 배구 욕심이 남다르다. 만족을 모른다. 안주하지 않고 발전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한다.
대한항공의 2023 아시아 남자 클럽 배구 선수권대회(AVC) 출전에도 틸리카이넨 감독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
대한항공은 14일부터 바레인 수도 마나마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이번 대회는 아시아배구연맹(AVC)이 주최하는 국제 대회로 16개국(대한민국, 호주, 바레인, 인도네시아, 이란, 이라크, 대만, 아프가니스탄, 일본, 태국, 몽골, 예멘, 카자흐스탄, 카타르, 홍콩, 쿠웨이트)을 대표하는 남자 배구단이 참가한다.
원래 이 시기는 치열한 시즌을 마무리한 선수들이 달콤한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때다. 그동안 국내 팀들이 아시아 남자 클럽 배구 선수권대회에 출전하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틸리카이넨 감독의 강력한 의지로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2005년 V리그 출범 후 남자팀으로는 최초로 이 대회에 출전했다.
대회 참가 소식을 접한 대한항공 선수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선수들 사이에선 자칫 부상으로 다음 시즌을 망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틸리카이넨 감독은 3시즌 연속 통합 우승을 달성한 선수단이 자칫 자만에 빠질 수 있다는 생각에 자극을 주려 했다. 한국 무대를 벗어나 더 높은 수준의 배구를 하는 팀과 선수들을 보여주고 싶다고 선수들을 설득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한국 남자 배구가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강호들과 정면으로 맞닥뜨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틸리카이넨 감독이 바란 대로 대한항공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서 신선한 자극을 받고 있다. 드미트리 무셜스키(35ㆍ러시아)와 사에드 마루프(38ㆍ이란) 등 세계를 호령했던 선수들을 비롯해 체격과 힘 모두 V리그 수준을 넘어서는 선수들을 숙소와 경기장에서 직접 만나 자극을 받았다.
또 틸리카이넨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이준(24), 정진혁(23), 정한용(22) 등 젊은 선수들을 두루 기용하며 이들에게 경험치를 부여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2023-2024시즌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또 다른 자극을 줄 예정이다. 핀란드 대표팀을 국내로 초청해 연습경기를 갖는다. 핀란드 대표팀은 오는 9월 말에서 10월 초에 일본에서 열리는 2024 파리올림픽 예선을 치르기 위해 한국에 베이스캠프를 차릴 예정이다. 핀란드는 대한항공과 연습 경기를 치르며 올림픽 예선 경기를 준비할 계획이다.
핀란드와 연습 경기는 대한항공 선수들에게 적잖은 자극이 될 전망이다. 핀란드는 세계랭킹 24위의 강팀이다. 반면 한국의 남자배구 세계랭킹은 34위다. 상위 24개국이 출전하는 올림픽 예선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핀란드 대표팀과 격돌은 대한항공 선수들에게 세계 수준을 경험할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선수들은 올림픽이라는 최고의 무대를 경험하고 싶다는 목표를 갖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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