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출신 영입한 쿠팡로지스틱스, '법 위반' 의식했나

검사 출신 영입한 쿠팡로지스틱스, '법 위반' 의식했나

데일리임팩트 2023-05-17 18:11:16 신고

3줄요약
쿠팡 본사 전경./사진=쿠팡
쿠팡 본사 전경./사진=쿠팡

[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빠른 속도를 강조한 물류서비스로 성장해온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가 검사 출신 변호사를 경영지원 총괄로 영입했다. 

경기 침체와 고물가로 기업들이 운영비용 절감, 공급망 관리 등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힘을 싣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CLS가 경영 관리보다 노무가 더 시급한 상황임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현재 배달구역 회수(클렌징) 문제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산하 택배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이제껏 '쿠팡 협력사인 택배 대리점과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수수방관하던 회사가 법 위반 가능성을 의식해 검사 출신 변호사를 대표로 세웠다는 해석이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의 물류 자회사 CLS와 택배노조 갈등이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활물류법) 위반 여부 문제로 번지는 양상이다. 택배노조는 전날 서울 강남구 CLS 본사 앞에서 쿠팡이 클렌징 제도를 빌미로 택배노동자들을 길들이고 상시 해고 상태에 놓이게 했다고 주장하며 클렌징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클렌징 제도는 CLS가 제시한 배송 수행율 기준에 맞추지 못할 경우 택배 위탁계약을 체결한 대리점의 배달 구역을 회수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CLS가 택배 대리점에 맡겼던 일감을 뺏고 다른 택배 대리점에 맡기는 식이다. 

문제는 CLS가 이같은 배달구역 회수 기준을 임의로 변경하는 클렌징을 통해 대리점과 택배노동자를 길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1일 CLS는 최근 노조를 창립한 용인3캠프 소속 영업점에 수행율이 미달됐다며 다음주까지 높이지 않으면 클렌징을 하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또 최근 노조가 생긴 분당 대리점의 여러 구역에도 클렌징 경고를 내리기도 했다.

생계가 걸린 대리점 입장에서는 CLS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 노사 문제에 민감한 CLS의 입장을 고려해 대리점이 강경한 태도를 취할 경우, 택배노동자의 해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울산의 한 택배 대리점 소장은 쿠팡의 클렌징 기준을 전달받고 그 내용을 택배노동자와의 계약서에 반영하려다 7명의 노동자들이 거부하자 이들을 해고했다. 회사와 대립적인 관계가 아닌 비조합원의 노동권이 침해된 것이다. 

택배노조는 "생활물류법에 원청의 대리점 감독 의무가 규정되어 있는데도 쿠팡은 '대리점의 문제'라며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다"면서 "쿠팡은 꼼수에 불과한 불법적 클렌징 제도를 즉각 폐지하고, 국토부도 쿠팡의 생활물류법, 표준계약서 위반 여부에 대한 철저한 감독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쿠팡 측은 노조의 주장에 대해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관철하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택배노조가 언급한 위탁 대리점은 불법 폭력행위로 현재 경찰조사를 받고 있는 택배노조 간부 등 택배노조원 다수가 소속된 곳으로, 해당 업체는 일부 노선의 경우 무려 7주 동안 위탁 물량을 전혀 배송하지 않았다"며 "고객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일부 노선을 조정했음에도 택배노조는 법에도 없는 노선 독점을 요구하는 등 억지주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쿠팡 측의 해명과 달리, 현행 법에는 배달구역을 명확히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2021년 7월27일부터 택배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과 보호를 위해 생활물류법을 시행하고 있다. 국토부가 제시한 택배사업자와 영업점 위수탁 표준계약서에 따르면 사업자인 원청은 협력사인 영업점에게 택배 위탁지역과 위탁업무 등을 주요 내용으로 명시해야 한다. 

반면 CLS와 택배 대리점과의 계약서에는 이같은 내용 대신 '본 계약은 영업점에게 어떠한 독점적인 권리 또는 최소 물량 또는 고정적인 물량의 위탁을 보장하지 않는다'라고 돼 있다.  

수익을 어떻게 보전할지에 대해서는 모호하지만, 계약해지는 매우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별도의 부속합의서를 보면 한달간 신선식품 배송이 평균 비율 95% 미만이거나 택배 물량 수행율이 95% 미만인 경우, 할당된 반품 물품이나 할당된 프레시백 월 평균 회수율이 90% 미만인 영업점은 언제든 CLS로부터 배달 구역을 회수당하거나 계약해지가 가능하다. CLS가 생활물류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종업계 내에서도 쿠팡처럼 모호한 내용의 클렌징 제도를 운영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CJ대한통운만 해도 계약자의 책임배송지역을 명시하게끔 했다. 해당 지역의 물량 증가로 계약자가 물량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없거나 불가피한 사정이 있을 경우 CJ대한통운과 계약자는 서면 합의를 거쳐 책임배송지역을 변경해야 한다.

때문에 쿠팡이 부당한 계약 파기를 정당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대리점과의 계약을 볼모 삼아 입맛대로 택배노동자를 움직이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이미 CLS와의 관계를 위해 부당해고를 한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노조의 활동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심도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익명을 요구한 시민활동가는 데일리임팩트에 "'갑'의 위치에 있는 쿠팡의 결정에 '을'인 대리점 또는 택배노동자가 반박하기 어렵다. 이런 관계일수록 을의 권리가 침해되는 범위를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런 노력이 부족해 보인다"면서 "검찰 출신 변호사를 영입한 것도 위법 우려가 있는 부분들을 정비하려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Copyright ⓒ 데일리임팩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