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되면 일제단속…'룸카페 탈선' 주먹구구식 대책에 비판

논란되면 일제단속…'룸카페 탈선' 주먹구구식 대책에 비판

연합뉴스 2023-03-05 13:53: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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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규제 대상'으로만 접근"…실질적 성교육 주문도

"룸카페 막으면 다른 곳으로 갈 것…단속한다고 선도 안 돼"

룸카페 청소년 유해 환경 점검 룸카페 청소년 유해 환경 점검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14일 오후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인근 룸카페에서 북구청 등 관계기관이 밀폐 공간 등 청소년 유해 환경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2023.2.14 iny@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룸카페, 멀티방 등이 청소년 탈선의 온상이라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관계 당국이 '청소년 유해 환경'을 제거하겠다며 일제 단속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들 공간이 '공식적 영업 목적'과 달리 음성적 행위를 묵인하면서 청소년 교육에 그만큼 해로운 실정이라는 말이기도 하지만 언론 보도와 여론의 지탄을 받으면 '즉각 조치'하는 전시성 대응에 비판도 나온다.

이런 반복되는 금지와 처벌 위주의 주먹구구식 조치보다는 세태에 맞는 실질적 성교육과 같은 더 근본적 원인에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학생 아들을 둔 40대 조모씨는 2년 전부터 중학생 아들을 성교육 학원에 보낸다.

조씨는 5일 "이미 알만한 학부모는 (성교육을 위해) 모두 사설 학원에 보낸다"며 "또래 서너 명 모아서 1회 수업을 시키면 10만원 가량이 든다"고 말했다.

최근 청소년 대상 성교육 학원은 수업 예약 후 수개월 대기를 해야 할 정도로 학부모의 관심이 뜨겁다고 한다.

그는 "학교 성교육이 뜬구름 잡는 얘기뿐이니 그런 교육만 받고 애가 '사고 치는' 것보단 제대로 알고 예방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라며 "유해시설이라며 막는다고 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애들 갈 곳만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룸카페가 갑자기 등장한 청소년의 신종 탈선 온상이 아니라 과거 비디오방, DVD방 등 유사한 업태가 수십 년간 있었고 그때마다 청소년 탈선 문제가 불거진 만큼 '반짝 단속'한다고 해서 근절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고등학생 딸을 키우는 김정연(50)씨도 "아이를 가둬놓고 키우는 게 아니라면 차라리 제대로 알려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씨는 "소셜미디어(SNS)나 웹툰에도 '19금 콘텐츠'가 널렸는데, 룸카페 막는다고 청소년이 탈선에서 멀어지겠느냐"며 "딸 아이랑 같이 성 박물관, 유튜브 교육 영상을 같이 보면서 터놓고 대화하려 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무작정 시설을 통제하기보다 청소년이 놀 수 있는 물리적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주는 동시에 제대로 된 성교육을 병행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과격하게 규제하기 전에 건전한 놀이 문화를 조성해주고 성교육도 충분히 하는 게 맞는 순서"라며 "청소년을 규제 대상이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함께 문화를 만드는 주체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푸른나무학교(대안학교) 교사 양모(50)씨도 "어른이 해줄 수 있는 역할은 '그런 세상은 안돼'가 아니라 자신과 상대의 존엄을 지키는 방법을 일러주는 것"이라며 "청소년이 노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갖게 하기보다 학교에서 문화적인 에너지를 발산하고 실질적인 내용의 성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청소년 출입' 허용한 룸카페 '적발' '청소년 출입' 허용한 룸카페 '적발'

(대전=연합뉴스) 대전경찰청은 7일 청소년 출입·고용 금지 업소로 지정된 룸카페 합동점검을 벌여 청소년들을 출입시킨 지역 룸카페 3곳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적발 업소는 밀실에 침구류, 매트리스, 벽걸이형 TV 등을 설치 후 청소년을 대상으로 영업을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적발된 룸카페 내부·2023.2.7 [대전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coolee@yna.co.kr

정부 당국의 즉흥적 일제 단속이 회의적이라는 청소년도 상당수 있었다.

성북구의 코인노래방 앞에서 만난 우모(16)군은 "마냥 청소년의 출입을 막는 것 같아 사실 불편한 부분이 있다"며 "대다수 친구는 (룸카페에) 그냥 놀러 가는 건데 단속하는 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김연진(18)양도 "친구와 함께 갈 수 있는 장소가 제한적이라고 많이 느낀다"라고 지적했다.

김양은 "규제 대상을 제외하면 실내 공간으로 갈 수 있는 건 대형 쇼핑몰이나 영화관, 카페 정도고 실외라고 하면 집 근처 놀이터밖에 생각이 안 난다"며 "여전히 청소년에 대해서는 검열하는 시선이 지배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보드게임방에 자주 간다는 강서연(18)양은 "(단속만 하면) 청소년이 더 위험한 장소로 내몰릴 것 같다"며 "규제가 생겼다고 해서 그런 친구들이 올바른 길로 갈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win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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