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무' 착혈고문 친일경찰 하판락…그를 향한 58년만의 복수

'꼬꼬무' 착혈고문 친일경찰 하판락…그를 향한 58년만의 복수

뉴스컬처 2023-03-02 15:59:3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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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컬처 권수빈 기자] 104주년 3.1절을 맞아 '꼬꼬무'가 꼭 기억해야 할 이야기를 전한다.

2일 밤 10시 30분 방송되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꼬꼬무')는 피로 물든 아버지의 청춘을 증명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아들의 추적기를 조명한다.

2일 방송 게스트. 사진=SBS '꼬꼬무'

상국 씨네 가족은 매년 8월 15일이 되면 대형 카스텔라를 사서 초를 붙인다. 막내 상국 씨는 아버지의 생신이 있는 3월이 아닌 8월 15일에 생일파티를 하는 것에 의아함을 가졌고, "아버지는 생일이 두 개란다. 오늘은 내가 다시 태어난 날이야"라는 답변을 들었다. 

비밀스런 생일파티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게 된 것은 나이 29세가 되던 1989년, 아버지가 일제강점기 때 겪었던 일들에 대해 상세히 듣게 된 이후였다. 당시 10대였던 아버지가 일제경찰로부터 모진 고문을 받았다는 사실과 결코 잊을 수 없었던 원수의 이름까지 정확하게 알게 된 것이다.

1942년, 당시 17세였던 아버지가 끌려간 곳은 경남 경찰부 고등경찰과 외사계였다. 항일 전단을 뿌린 혐의로 체포된 아버지가 겪은 일은 상상을 초월했다. 발길질과 몽둥이질은 기본 물고문에 압슬고문까지 잔인한 행위가 끝없이 이어졌다. 결국 아버지는 죽어서도 잊지 못할 끔찍한 고문인 ‘착혈 고문’을 목격하게 되었다. 

주사기로 고문당하는 사람의 몸을 여기저기 찔러 피를 뽑은 후 얼굴과 몸에 사정없이 뿌리는 착혈 고문은 당하는 이뿐 아니라 보는 이까지 극한의 고통을 느끼게 했다. 아버지는 이 모든 과정을 주도한 형사의 이름을 뼈 속 깊이 새겼다. 그 이름은 바로 '하판락'으로, 그는 일본인이 아니라 조선인이었다.

광복 4년 후, 아버지와 하판락은 아주 뜻밖의 장소에서 재회를 하게 됐다. 그곳은 바로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재판정이었다. 반민특위는 일제 강점기동안 자행된 친일파들의 반민족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설치된 특별기구였다. 친일경찰 하판락이 피고로서 법정에 서고, 아버지가 증인으로 나섰다. 재판정에서 아버지는 자신을 고문한 원수와 마주하게 되었고, 그의 뻔뻔한 태도에 울분을 금치 못했다.

“고문한 사실이 없다. 저 사람, 처음 보는 사람이다”라는 진술과 함께 결국 하판락은 별다른 처벌 없이 풀려났고, 아버지는 한 맺힌 청년 시절을 가슴 한구석에 묻고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아버지의 과거에 대해 모두 알게 된 아들 상국 씨는 아버지의 일이 이대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독립유공자 포상신청을 했다. 하지만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유공자 인정을 받지 못했다. 그렇게 아버지의 독립운동에 대한 자료를 찾기 위한 10년간의 긴 추적이 시작됐다.

2일 방송 게스트. 사진=SBS '꼬꼬무'

상황은 좋지 않았다. 김천소년형무소의 기록은 6·25전란 중에 불에 타서 없어졌고, 부산형무소의 미결 기록과 판결문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상국씨는 아주 의외의 장소에서 뜻밖의 단서를 찾았다. 인터넷 검색으로 우연히 발견한 ‘어버이날 포상대상자 명단’ 기사에 하판락의 이름 석 자와 주소가 실린 것이다. 아버지의 공적을 인정받을 마지막 방법으로 하판락을 찾아가기로 결심한 상국 씨는 이 사실을 아버지에게도 전달했다.

아들 상국 씨는 “죽여 버려라. 인두겁을 쓴 짐승이다. 보면 죽여 버려라”라는 아버지의 울분에 찬 외침을 가슴에 품고 하판락을 찾아갔다. 과연 친일경찰 하판락으로부터 아버지에 대한 증언을 듣고 58년 묵은 원수를 갚을 수 있었을까.

이날 배우 김광규, 장희진, 가수 적재가 이야기 친구로 자리한다. 김광규는 한자로 기록된 자료를 술술 읽거나 일제 강점기와 반민특위에 관한 이야기에 깊은 이해력을 선보이며 감탄을 자아냈다. 장희진은 “'꼬꼬무'를 세 번째 나왔는데 오늘만큼 소름이 돋는 건 처음”이라며 분노와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적재는 시대의 굴곡과 역사적 분기점을 온 몸으로 겪어온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깊은 존경을 표했다.

뉴스컬처 권수빈 ppbn0101@knewsco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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