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2. 이엘리야에게 <미끼>가 정말로 특별한 작품인 이유

Part2. 이엘리야에게 <미끼>가 정말로 특별한 작품인 이유

에스콰이어 2023-02-23 18:00:00 신고

3줄요약

그레이 레더 재킷 장 클로드 지트루아. 이어링 라즈무.

그레이 레더 재킷 장 클로드 지트루아. 이어링 라즈무.

예능에서는 가무를 거리낌 없이 하던데, 음주는 어때요?
가무에는 관심이 많았지만, 음주는 잘 모르겠어요. 이제는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술자리는 도전해보려고 해요. 그전에는 1년에 한 번 마실까 말까 했거든요.
마음을 먹은 계기가 있나요?
술에 포인트를 두기보다는, 아까 친화력과 용기가 부족한 점을 개선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 연장선인 것 같아요. 이전과 다른 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하거든요. 옛날에는 만나던 사람만 만나고, 어릴 때 친구들하고만 놀면서 업계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았어요.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아요. 좋은 분들이 있다면 함께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더라고요. 특히 지금 〈미끼〉를 함께하고 있는 장근석 선배와 허성태 선배, 그리고 스태프들 모두 정말 재미있어서 더욱 그런 생각이 강해졌어요.
〈미끼〉 팀 정말 사이가 좋아 보이더라고요.
저에게는 정말 특별해요. 일단 분위기가 좋다는 말을 넘어서, 그냥 하나가 된 느낌이에요. 배우뿐만 아니라 스태프들도 마찬가지고요. 모두가 우리는 한배에 탔고, 함께 파이팅하는 사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어요. 팀워크와 ‘함께’의 힘, 그리고 ‘우리’라는 이름 아래 느낄 수 있는 따뜻한 감정을 경험하게 해준 작품이 〈미끼〉예요. 정말 애틋하죠.
허성태 씨가 인스타그램에 ‘무물(무엇이든 물어보세요)’을 자주 올리던데, 이상형을 물어보는 질문에 단호하게 ‘엘리야’라고 답했더라고요.(웃음) 무슨 상황에서 나온 얘기인가요?
저도 모르겠어요.(웃음) 보고 너무 웃기고, 놀랐거든요. 아마 제 생각에는 자꾸 고립되려고 하는 내향인인 저를 어떻게든 세상으로 꺼내주려고 하는 선배님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세상으로 나와라, 우리 함께하자, 우린 한 팀이다!(웃음)
엘리야 씨도 ‘무물’ 할 생각 없어요?
재미있을 것 같아서 저도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또 동시에 지금은 〈미끼〉 속 천나연의 톤을 지켜야 할 것 같아요.(웃음) 최종화까지 공개되고 난 뒤 한번 도전해보겠습니다.
〈미끼〉의 파트1이 전부 공개됐고, 파트2는 4월부터 공개될 예정이죠. 지금 반전에 반전이 이어지다가 끊긴 셈인데, 살짝 스포일러 하자면 앞으로는 어떻게 되나요?
음… 노상천(허성태 분)은 살아 있을까요? 아니면 죽었을까요? 범인은 누구일까요? 4월을 기다려주세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스포일러군요.(웃음) 〈미끼〉의 천나연은 이전까지 엘리야 씨가 맡았던 역할들과 많이 달라요. 이전의 캐릭터들이 유능하고 아름다웠다면, 천나연은 외모에 신경 쓸 틈 없이 절박하죠.
날것의 느낌을 살리고 싶었어요. 천나연이 살아온 길, 천나연이 몰두하는 것, 그런 것들이 외모와 행동을 포함한 캐릭터 전반을 통해 표현되길 바랐거든요. 이 사람은 노상천의 생사에 인생을 걸었기 때문에 그 밖에 다른 것은 전혀 신경 쓰지 못해요. 저도 천나연처럼 생각하고자 했어요. 머리를 감자마자 부스스한 상태로 뛰어나와 출근하는 천나연처럼, 저도 샤워를 마친 상태 그대로 촬영장에 가서 나연이의 감정에 이입하려고 했죠. 1시간이든 2시간이든, 헤어나 메이크업에 분산되는 에너지를 차단하고자 했어요. 사실 너무 좋았어요. 운동화를 신고 마구 뛰어다니며 연기하는 게 정말 오랜만의 일이었거든요. 극 중에 나온 스니커즈 제 거예요. 제가 가장 편하게, 막 신고 다니는 신발이죠.(웃음)
특별한 경험이었겠어요.
저에게는 〈미끼〉 자체가 배우로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게 해준 감사한 작품이에요. 배우로서, 연기자로서, 구두를 신고 머리를 해서 캐릭터를 보여주는 대신 숨이 차도록 뛰어다니면서 어떤 캐릭터의 날것 그대로에 접근할 수 있었으니까요. 정말 선물 같은 작품이고 경험이에요.
〈미끼〉의 천나연은 직업이 기자인데, 엘리야 싸가 은근히 기자 역할과 인연이 많았어요. 〈모범형사〉의 진서경도 그렇고, 〈보좌관〉의 윤혜원도 잠시 기자였죠.
같은 기자였지만, 비슷한 점이 많진 않았어요. 〈모범형사〉의 진서경은 기자라는 직업이 두드러지는 역할이었기 때문에 기자직에 대한 연구를 했지만, 〈보좌관〉에서는 기자 출신이라고 언급만 될 뿐 기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줄 기회는 없었거든요. 〈미끼〉의 천나연도 사실 기자지만, 기자라는 직업은 천나연의 목표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죠. 노상천을 잡기 위해 기자가 된 거니까요. 여태껏 맡았던 캐릭터로 따져보면 인연이 깊지만, 굳이 따져보면 막상 기자라는 직업을 보여줄 기회는 많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진짜 기자다운 기자 역할 한번 해보고 싶어요. 기자 역할에 대한 연구도 많이 했으니까.(웃음)
카키 베이지 슈트 르브와 스튜디오. 네크리스, 링 모두 라즈무.

카키 베이지 슈트 르브와 스튜디오. 네크리스, 링 모두 라즈무.

기자 역할을 연달아 맡기 전에는 악녀 캐릭터를 자주 연기했죠. 신인 때부터 〈쌈, 마이웨이〉와 〈황후의 품격〉까지 이름을 알린 작품에서 악역을 많이 맡았는데, 악인의 이미지가 굳어질까 걱정은 없었나요?
그런 걱정은 안 했어요. 다 다른 삶이고, 다 다른 대본이잖아요. 어차피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거니까, 반복을 하고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해보지 않았어요. 다만 감정선이 비슷한 건 좀 힘들더라고요. 복수심에 불타고 있다거나, 분노에 가득 차 있다거나, 이런 부정적인 감정이 이어지는 역할을 계속하다 보니 스스로의 한계를 느끼기도 했어요.
어떤 식으로요?
만약 악역을 연달아 맡는다고 하면, 1년 정도 계속 좋지 않은 감정을 속에 담고 지내야 하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상대의 대사를 들었을 때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그 캐릭터가 가진 감정을 최대한 이해하고 일상 중에도 몇 퍼센트는 계속 그 감정을 갖고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유로울 때는 비교적 괜찮았는데, 그 와중에 스케줄이 바빠지면 일상과 일이 분리되지 않더라고요. 저는 누군가에 대한 원망 같은 감정은 안고 있는 것 자체가 힘들어서 얼른 잊어버리려고 노력하는 사람이거든요. 최대한 오래 끌지 않고 털어버리자는 게 제 모토고요. 그런데 역할을 위해서는 나쁜 감정을 계속 안고 가다 보니 신체적으로 문제가 생기곤 했죠.
〈미끼〉 속 천나연도 복수심이나 분노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갖고 살아가는 인물인데, 이번에 연기하면서는 어땠나요?
천나연이 가진 감정은 마냥 부정적인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노상천에 대한 복수심, 분노 같은 것은 있겠죠. 하지만 천나연은 악으로 가득 차서 그 긴 시간을 보냈던 사람은 아니거든요. 오히려 정의로운 인물이라, 천나연의 감정은 긍정적인 것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노상천을 잡아서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막는 게 천나연의 가장 큰 목표잖아요. 오히려 선의에 가까운 감정이라, 천나연을 연기하면서 많이 애틋했어요.
인간 이엘리야와 가장 비슷한 캐릭터는 누구였어요?
〈보좌관〉의 윤혜원도 좋았지만, 굳이 따지면 〈미스 함무라비〉의 이도연이 지금껏 했던 캐릭터 중에 가장 좋아요. 온라인 주문할 때도 그 이름을 쓸 정도로.(웃음) 이도연은 법원에서 속기사 일을 하면서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계속 노력하는 사람이잖아요. 어떤 꿈을 끊임없이 꾸는 이도연의 모습이 저와 가장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또 이도연은 법원의 그 많은 검사와 판사 사이에서 기죽지 않고 할 말을 하는, 자신감 있는 여성이거든요. 그런 자신감은 언젠가 이룰 나의 꿈을 생각했을 때 올라오기도 해요. 가끔 저도 그런 자신감을 느낄 때가 있어서, 이도연을 연기하면서 공감 가는 부분도 많고 즐거웠어요.
새로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 어떤 걸까요?
로맨스 코미디라고 대답하는 게 정석이겠지만.(웃음) 휴먼 드라마랄까, 몽글몽글 따뜻한 이야기를 담은 가족극을 해보고 싶어요. 사실은 경험해보지 않은 것이라면 다 해보고 싶어요. 제가 겪어보지 못한 어떤 감정을 지닌 캐릭터라면 더 좋겠어요. 가족 간의 사랑과 애증이 됐든, 어떤 누군가를 사랑하고 애틋해하는 감정이 됐든, 색다른 감정을 표현해보고 싶어요. 보여드리고 싶은 모습이 많거든요.
몇 년 전 〈독서신문〉에 〈신의 위대한 질문〉과 〈인간의 위대한 질문〉이라는 책을 추천했더라고요.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철학적인 질문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예전 인터뷰에서는 ‘철학이 있는 남자’가 이상형이라고 했는데, 지금도 그 생각은 유효해요?
유효하죠. 어쩌면 오글거릴 수도 있는데, 여전히 저는 자신의 철학이 있는 사람에게 매력을 느껴요. 결국엔 대화 코드가 맞는 거니까요.
그렇다면 비슷한 철학을 가진 사람과 전혀 다른 철학을 가진 사람, 어떤 쪽이 더 좋겠어요?
달라도 좋고 같아도 좋아요. 다만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비슷하거나 사고가 유연한 사람이면 좋겠어요. 견해가 비슷하면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면서 얘기할 수 있을 것 같고, 다른 경우에는 그걸 좁혀나가는 과정이 재미있을 것 같아요. 보는 결이나 방향성이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흥미로우니까요. 대신 한쪽의 입장이 틀렸다고 강압적으로 누르지 않고, ‘너는 그렇구나, 나는 이래’ 하면서 유연하게 티키타카가 될 수 있어야겠죠.
올해로 데뷔 10년 차더라고요. 10년 동안 연기를 하면서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가치관이 바뀐 부분이 있어요?
사실 이런 이야기를 갑자기 하면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저는 올해 처음으로 ‘나는 배우구나, 나는 연기를 일로 삼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확신을 처음 한 거예요. 다른 사람들은 지금까지 나를 배우로 봤을 테니 당연히 이상하게 받아들이겠지만, 여태껏 제 안에는 다양한 생각들이 가라앉아 있었거든요.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나는 아직 제대로 된 배우가 아니야, 그런 의심과 부끄러움 같은 복합적인 감정들이 쌓여 있었어요. 그 와중에 문득, ‘나는 배우야. 나는 배우를 하는 사람이야’라는 어떤 정립 같은 확신이 처음으로 든 거예요. 그러면서 제 안에 있던 감정들이 조금 정리가 되었어요.
어떤 일이든 10년을 하게 되면 확신이 생길 것 같긴 해요.
가끔 부끄러울 수도 있고, 잘하거나 못할 수도 있고, 자신감이 있을 때도 없을 때도 있지만 그 모든 상황과 상관없이 나는 배우라는 자각이 들었어요. 겨우 배우라는 길을 지탱해나가는 게 아니라, 내가 중심을 잡고 배우의 삶을 더 확고히 끌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사실 20년, 30년 배우 일을 하신 선배님들도 ‘아직도 연기를 잘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하시는데,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게 굉장히 부끄럽기도 해요. 하지만 이제는 당당하게, 어딜 가서도 ‘저는 배우입니다’라고 스스로를 소개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계속 얘기해왔던 대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엘리야 씨의 바람과도 겹치는 이야기네요.
뭔가 저는 항상 이방인 같았거든요. 연기를 하는 동안 주변인들과의 관계에도 아무 문제가 없었고, 최선을 다해 달려왔는데도 항상 외부에 있는 사람 같았어요. 스스로 나는 언제든 도망치고 그만둘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선을 그어왔는데, 이제는 저도 같이 그 안에 들어가서 함께 어울리고 마음을 나누는 구성원이 되고 싶어졌어요. 아주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해요. 어떤 결과든, 모든 걸 떠나서 내가 자신 있게 연기하고, 내 일을 사랑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요.
스스로 배우라는 사실을 자각한 앞으로의 10년은 또 어떨 것 같아요?
그냥… 나아가고 싶어요. ‘이러이러한 배우가 되고 싶다’ 같은 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진실된 답은 아닌 것 같아요. 그냥 앞으로도 배우로서의 길을 충실하게 걸어가고 싶어요. 평가는 보시는 분들이 내려주시는 거니까, 그때쯤 되면 이엘리야라는 배우를 둘러싼 수식어가 또 달라져 있지 않을까요? 저는 그냥 꾸준하게, 부끄럽지 않게 가던 길을 계속 가고 있으면 좋겠어요.
가끔씩 사람들 앞에서 가무를 즐겨주면서 말이죠.(웃음)
아유, 기회만 된다면 언제든지요!(웃음)


EDITOR 김현유 PHOTOGRAPHER 송시영 STYLIST 김진영 HAIR 박규빈 MAKEUP 엄아영 ASSISTANT 송채연 ART DESIGNER 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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