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가 확장억제 강화 차원에서 미 핵전력 운용에 관한 '공동기획(Joint planning), 공동연습(joint exercise)'을 논의하고 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언론 인터뷰 발언을 부인한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한미 당국으로부터 △윤 대통령은 앞서 인터뷰에서 작년 11월 양국 국방부가 합의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의 핵대응 연습에 대해 얘기한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핵보유국들이 참여하는 핵전쟁 실기동훈련(FTX)에 대한 질문을 받은 것으로 오해했던 것 같단 설명이 이어지면서 일단 이번 논란은 '해프닝'으로 끝나는 분위기다.
뉴스1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2일 보도된 조선일보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작년 SCM 합의사항을 염두에 두고 "실효적 확장억제를 위해 미국과 핵에 대한 '공동기획, 공동연습' 개념을 논의하고 있다"며 "미국도 이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이에 앞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관은 작년 11월 미국에서 열린 SCM 당시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해 미국의 핵전략과 의사결정에 대한 한국의 관여를 확대하고, △북한의 핵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한 '확장억제운용연습'(TTX)을 올해 한미억제전략위원회(DSC)부터 매년 정례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즉, 이 2가지 합의가 윤 대통령이 이번 인터뷰에서 언급한 '공동기획' 및 '공동연습'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말 휴가를 마치고 백악관으로 복귀하는 길에 '지금 한국과 공동 핵연습에 대해 논의하고 있느냐'(Are you discussing joint nuclear exercises with South Korea right now?)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니다(No)"고 답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니다" 답변과 관련해 별다른 부연 설명을 하지 않았으나, 그 자체만으로 윤 대통령의 앞선 인터뷰 발언을 뒤집은 것으로 해석되기에 충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해당 발언이 보도된 우리시간 3일 대통령실에선 즉각 미국 측을 상대로 그 진의에 대한 확인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대통령실에선 김은혜 홍보수석을 통해 "한미 양국은 북핵 대응을 위해 미국 보유 핵전력 자산 운용에 관한 정보 공유, 공동기획, 이에 따른 공동 실행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기자가 거두절미하고 '핵전쟁 연습을 논의하고 있는지' 물으니 (바이든 대통령이) 당연히 'No'라고 답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란 설명을 내놨다.
대통령실은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받은 질문에 포함돼 있는 'joint nuclear exercise'란 표현에 대해 "핵보유국들 사이에서나 사용 가능한 용어"라고 부연했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 또한 이날 뉴스1의 관련 질의에 "한국은 핵보유국이 아니다"며 우리 대통령실과 같은 취지의 답변을 했다. 취재진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우리나라와 '핵(nuclear) 연습'에 대해 물어보니까 '그런 건 없다'고 답했단 얘기다.
미군 당국은 현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과 매년 '스테드패스트 눈'(Steadfast Noon)이란 이름의 핵전쟁 대비 실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미군의 핵무기를 '공유'하는 나토는 평시엔 유럽 주둔 미군기지에 배치돼 있는 핵무기를 미 공군이 직접 관할하지만, 유사시 미국 측이 핵무기 사용을 결정하면 각국 전투기들이 이를 싣고 적진으로 출격한다. 이 같은 절차를 숙달하기 위한 훈련이 바로 '스테드패스트 눈'이다.
작년 10월 실시된 이 훈련엔 미 공군의 장거리 전략폭격기 B-52를 비롯해 14개국 군용기 60여대가 참가했다.
반면 한미 간 TTX는 양국의 핵대응 관련 부처가 참여하는 도상훈련(CPX)이기에 전투·폭격기 출격과 같은 FTX는 수반되지 않는다. 한미는 지난 2011년 첫 TTX를 실시한 뒤 그동안 7차례 진행했다.
우리 국방부에 따르면 한미 당국은 올해 8차 TTX에선 "북한의 단순한 핵위협 상황이 아닌 실제 핵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해 실질적인 군사적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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