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1일, 재판 시작 1시간 30분 전 전자팔찌를 끊고 달아났던 '라임 사태' 핵심 인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그가 도주 48일 만에 검거됐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이준동 부장검사)는 지난 29일 오후 4시쯤 경기도 화성 동탄의 한 아파트를 덮쳐 김 전 회장을 검거했다. 현재 김 전 회장은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된 상태다.
김봉현 전 회장은 지난 2018년 10월부터 라임자산운용이 투자한 회삿돈을 비롯해 수원여객, 상조회 등 자금 약 100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2020년 5월 구속 기소 됐다가, 보석 상태로 재판을 받던 중 결심공판 당일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다. 당시 보석 조건은 전자장치 부착과 보증금 3억원, 주거 제한, 출국 시 법원 허가 등이었다.
검찰이 소방의 도움으로 김 전 회장의 은신처를 덮쳤을 때, 김 전 회장은 9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탈출을 시도하는 등 심한 저항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붙잡힌 김 전 회장은 오는 1월 12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 13부(재판장 이상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 혐의 결심 공판 법정에 설 예정이다.
김봉현 전 회장의 도주 후 "법원이 도운 거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계속됐다. 검찰이 지속적으로 '도주 우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법원이 이를 기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재판에서 중형이 선고될 것으로 예상하고 도주할 것을 대비해 신병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다른 혐의로 김 전 회장에 대해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보석 조건을 위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김 전 회장의 주변인으로부터 '중국 밀항 준비'를 한다는 진술을 확보한 뒤, 다시 한번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이 역시 법원은 기각했다.
지속적인 도주 기류를 감지한 검찰은 지난 10월 26일 법원에 김 전 회장의 보석 취소도 청구했다. 하지만 이 결과가 나오기 전 김 전 회장은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다. 법원은 김 전 회장이 도주했다는 통보를 받고 난 뒤, 그제서야 부랴부랴 보석을 취소했다.
결국, 처벌을 피하기 위해 재판 중 도주했다가 붙잡힌 김봉현 전 회장. 별도의 '도주죄'를 적용할 순 없을까. 우리 형법은 "법률에 따라 체포되거나 구금된 자가 도주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한다"고 명시하고 있다(제145조 제1항).
하지만 김 전 회장에게 도주죄를 적용하는 건 어렵다. 체포나 구금 상태에서 도주해야 도주죄를 적용할 수 있는데, 김 전 회장은 보석 상태에서 도주했기 때문이다. 이 경우엔 보석 조건을 어긴 것으로 간주해 보석을 취소할 뿐, 도주죄로 처벌하진 않는다.
전자장치 훼손으로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전자발찌 훼손 자체가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전자장치부착법)에 따라 처벌되는 행위이긴 하다. 이 법은 "전자장치를 신체에서 임의로 분리⋅손상, 전파 방해 또는 수신자료의 변조 등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쳐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고(제14조 제1항),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제38조) 처벌된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의 경우, 형이 확정된 뒤 전자발찌 부착 명령이 나온 것이 아니라 보석의 조건이었다. 또한, 보석으로 나온 피고인이 전자장치 등을 훼손해도 보석을 취소할 수 있을 뿐 별도로 처벌조항을 두지는 않았다. 이에 따라 전자장치부착법 위반 혐의를 물을 수 없는 것이다.
대신 검찰은 형법상 공용물건 손상 혐의 추가 적용을 검토할 방침이다. 형법 제141조 1항에 따르면,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서류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손상 또는 은닉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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