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뷰] ‘캐나다 체크인’ 오랜 그리움이 겹쳐지는 찰나의 감동

[K-리뷰] ‘캐나다 체크인’ 오랜 그리움이 겹쳐지는 찰나의 감동

한류타임즈 2022-12-28 15:41:2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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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제시장’에서 꾹꾹 눈물을 참던 관객들은 후반부 이산가족 상봉 시퀀스에서 오열할 수밖에 없었다.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가족을 만났던 수 십년전 방송사 자료화면은 먹먹함을 준다. 이후 상봉을 했을 때 밀려오는 반가움, 그 감동은 굵은 눈방울로 연결된다. 의도와 무관하게 생이별했던 가족이 만나는 장면인데 눈물이 안 나올 수 있으랴.

김태호 PD와 이효리가 손잡은 tvN ‘캐나다 체크인’은 사람과 강아지의 상봉이다. 기껏해야 사람과 강아지의 만남에 불과할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순간만큼이나 폭풍 같은 감동이 밀려온다. 굵은 눈방울이 떨어지는 건 마찬가지다. 교감이란 꼭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란 걸 이효리가 몸소 보여준다. 방송으로 기획되지 않은 덕에 오히려 극사실주의가 담겨버렸다. 그 하이퍼 리얼리즘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뜨거운 눈물을 떨구게 한다.

당초 제주도에서 유기견 봉사자로 활동하던 이효리는 캐나다로 입양된 강아지들을 만날 계획이었다. 이미 계획은 짜놓고 있던 차에 티빙 ‘서울 체크인’을 함께 한 김태호 PD에게 기록으로 남겨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에서 ‘캐나다 체크인’이 출발했다. “나는 갈 건데, 카메라를 붙일 테면 붙이라”는 정도의 의견이었다. 재밌을 거라 판단한 김 PD는 매우 급한 일정 탓에 PD와 카메라 감독 몇 정도의 최소한의 인력을 투입했다. ‘캐나다 체크인’은 그렇게 시작했다.


엄청난 제작비와 수많은 인원이 등장하는 일반적인 관찰 예능과 달리 ‘캐나다 체크인’의 메인은 이효리와 공길 언니다. 두 사람은 유기견 봉사를 함께 하는 가까운 사이다. 카메라도 많지 않고, 음향 스태프도 없다. 이효리가 직접 마이크를 차야 했다. 아름다운 풍광과 자연을 가진 캐나다로 떠나는 여행이지만, ‘캐나다 체크인’의 초점은 이효리와 공길, 강아지의 만남에 집중돼 있다. 그저 진심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지켜볼 뿐이다.

유기견 보호자에게 있어 해외 일정은 이동 봉사로 시작한다. 해외에 입양되는 강아지들과 함께 가는 역할이다. 서류 작성 외에 특별히 업무가 있는 건 아니지만, 매우 싼 가격에 해외로 입양 보내는 장점이 있다. 강아지의 행복을 빌어주는 이에게 이동 봉사자는 귀한 손님이다. 이날도 이효리와 공길을 비롯해 스태프 총 네 명이, 네 마리의 강아지를 캐나다로 보냈다.

이동 봉사자가 탑승 전 꼭 거치는 장소가 ‘통곡의 기둥’이다. 짧게는 몇 달, 길게는 1년 가까이 유기견을 기르고 키운 임시 보호자가 강아지와 헤어지는 장소다. 애꿎은 환경 탓에 직접 입양하지 못한 미안함과 깊게 새긴 정을 떼야 하는 슬픔, 앞으로 잘 살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 등 복합적인 감정이 몰아친다. 저 쏟아지는 눈물이 얼마나 깊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것인지 직관적으로 전달된다. 이미 오랜 ‘임보’(임시보호) 활동을 해온 이효리는 얼굴을 감싸안고 오열하는 또 다른 임보를 토닥인다. 누구보다 그 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통곡의 기둥을 지나 캐나다로 이동한 이효리는 오랫동안 정든 ‘감자’를 떠나보내야 했다. 새로운 가족을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눈 뒤 이효리는 감자를 두고 떠나려 했다. 그 순간 감자는 이효리가 떠나는 모습에 가슴이 철렁해진 듯 휘둥그레진 눈으로 이효리를 바라봤다. 마치 “이렇게 날 두고 어디가냐”는 듯 놀란 표정은 잔상이 깊다. 이효리는 씩씩하게 감자를 떠나보냈지만, 정든 아이와 언제 볼지 모르는 순간을 받아들여야 하는 그 마음을 가늠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이튿날 이른 아침부터 찾아간 곳은 ‘산이’가 사는 곳이었다. 산이는 논밭에 버려진 걸 한 아저씨가 구조해 보호소에서 이효리가 만났던 아이였다. 캐나다의 어느 집에서 무럭무럭 자란 산이는 이효리가 “산이”라고 부르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돋는 듯 뛰어와 이효리 품에 안겼다.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있었다는 듯 꼬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반가운 마음에 미소가 번지지만 눈에서는 눈물이 떨어졌다. 혀로 얼굴을 핥고 좋아하는, 그리고 자신을 기억해준 산이가 기특하고 반가운 이효리의 교감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뭉클함을 담는다.

땅이 넓은 캐나다에는 강아지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도록 펜스를 둘러싼 운동장이 있다. 산이는 자신이 얼마나 건강한지 보여주듯 힘껏 뛰었다. 한국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자유를 캐나다에선 만끽할 수 있었다. 햇빛이 번지는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산이가 앞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것이라는 안도감이 드는 장면이다. 


다음으로 찾은 강아지는 ‘공손’. 공길이 유독 아끼고 사랑했던 공손도 산이와 다르지 않았다. 확신이 없는 듯 기웃거리기만 하다 공길이 “공손”이라 하는 순간 꼬리를 힘차게 흔들며 달려왔다. 품에 안기고 혀로 핥고 눈을 마주치는 순간에 번지는 미소는 산이 때와 같았다. 같은 장면이 반복되는 이미지지만 감동의 크기 역시 변함없이 다가온다.

웃기려는 계획도 울리려는 의도도 없이 그저 오랫동안 떨어진 강아지를 만나기로 한 ‘캐나다 체크인’은 인간과 강아지의 교감과 진심을 따라간다. 가슴에 오랫동안 묵혀놓은 그리움이 겹쳐지는 순간, 목이 메고 먹먹함이 밀려온다. 인간과 강아지의 교감 역시 진심이 짙다면 얼마나 위대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굳이 음악을 깔지 않아도, 슬로우를 걸지 않아도 뭉클하게 다가온다. 억지를 부리지 않고 담담히 관찰하고자 했던 제작진과 이효리, 공길의 태도가 ‘캐나다 체크인’의 감동을 몇 배는 더 키운 듯하다. 덕분에 시청자의 눈가는 빨갛게 물들 수밖에 없다.

사진=tvN

 

함상범 기자 hsb@hanryu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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