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엔데믹에도 호황 이어져…'한한령' 對中 수출액 22.5% 급증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올해도 K팝이 전 세계에서 인기를 누리면서 연간 음반 수출액이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커졌다.
방탄소년단(BTS)을 필두로 한 대형 K팝 스타들이 선두에서 인기를 견인하고, 아이브와 뉴진스 같은 걸그룹 신인들이 시장을 뒷받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8일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11월 음반 수출액은 2억1천569만8천달러(2천821억원)로 작년 1∼12월 연간 수출액 2억2천85만달러(2천889억원)에 육박했다.
12월 음반 수출액이 516만2천달러(68억원) 이상만 기록하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게 된다. K팝 호황이 이어지면서 코로나19 1차 대유행이 한창이던 2020년 4월 446만4천달러(59억원)를 기록한 이후 월별 음반 수출액이 520만달러를 밑돈 적은 없다.
올해 1∼11월 음반 수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5.6% 증가했다.
수출 대상국별로 살펴보면 일본이 7천751만3천달러(1천14억원)로 1위였다. 중국 5천87만9천달러(665억원)로 2위, 미국 3천528만8천달러(462억원)로 3위를 기록했다.
이어 대만, 태국, 네덜란드, 독일, 홍콩, 인도네시아, 프랑스가 K팝 음반 수출 대상국 '톱 10'으로 조사됐다.
K팝 음반 수출 실적이 있는 국가로는 몰타, 몰디브, 스리랑카, 아이슬란드 등도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특히 중국의 경우 '한한령'(한류 제한령)으로 K팝 스타들의 현지 콘서트 같은 활동 길이 막혔음에도 올해 1∼11월 수출액이 작년 동기 대비 22.5%나 급증했다.
가요계의 한 관계자는 "한한령 이후 TV·공연을 통한 직접적인 마케팅이 막힌 상황에서 K팝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중국 현지 음악 팬들 사이에서 '자생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며 이미 K팝은 대중적인 현상이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올해 들어 K팝 음반을 중국에 내다 파는 현지 업체 3∼4곳이 국내에 들어왔다"며 "수출 판로가 늘어난 것 역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K팝 음반 수출이 호황을 누린 것은 팬데믹 시기 콘서트가 열리지 못한 데 따른 '반사 이익'으로 풀이된다. 팬들이 공연을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음반 구매에 지갑을 여는 것으로 달랬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올해 엔데믹 시기가 도래했어도 지구촌에서 K팝 한류가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음반 수출도 계속 성장세를 보이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만드는 음악 콘텐츠의 퀄리티가 높다"며 "다른 문화 콘텐츠는 언어의 장벽이 크게 다가오지만, 음악에서는 언어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 영어를 알아듣지 못해도 팝송은 잘만 듣지 않느냐"고 짚었다.
최광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사무총장은 "올해는 방탄소년단 외에도 걸출한 신인 가수가 많이 나왔다"며 "예전에는 실물 음반 매출이 남자 그룹 위주로 발생했다면 요즘은 걸그룹도 굉장히 많이 파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방탄소년단 같은 대형 가수가 나오는 달에 월 음반 판매량이 훅 올랐다가 다음 달에는 떨어지고는 했는데 요즘은 월 판매량이 어느 정도 유지가 된다"며 "BTS가 전 세계적으로 K팝의 인지도를 올려놓은 데다가 좋은 가수가 배출되니 시장이 유지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올해는 방탄소년단의 앤솔러지(선집) 음반 '프루프'(Proof)와 스트레이 키즈의 '맥시던트'(MAXIDENT)가 써클차트 기준 '트리플 밀리언'(단일 음반 300만장 이상 판매고) 인증을 받았다.
블랙핑크·NCT 드림·세븐틴은 200만장 이상 판매량을 기록했다. 방탄소년단 진, NCT 127, 투모로우바이투게더, 트와이스, 아이브, 에이티즈, 엔하이픈, 에스파 등은 '밀리언'(단일 음반 100만장 이상 판매고) 기록을 달성했다.
신보 외에도 구보(과거 발매 음반)도 꾸준히 판매돼 2020년 2월 발매된 BTS의 '맵 오브 더 솔 : 7'(MAP OF THE SOUL : 7)은 누적 판매량이 500만장 이상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아이브는 신인임에도 데뷔곡 '일레븐'(ELEVEN)부터 '러브 다이브'(Love Dive)와 '애프터 라이크'(After LIKE)까지 3연타 히트를 기록하며 올해 가요계의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최 사무총장은 "올해와 같은 K팝 한류 열풍이 갑자기 어떤 이유로 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내년에도 유력 기획사에서 신인 가수를 잇따라 내놓고 더욱 많은 투자를 할 것이기 때문에 전망은 좋다고 본다"고 기대했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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