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무의 파이트 클럽] UFC 무명 파이터가 자신을 알리는 방법

[이석무의 파이트 클럽] UFC 무명 파이터가 자신을 알리는 방법

일간스포츠 2022-12-16 07:08:00 신고

3줄요약
미국 종합격투기 UFC에서 활약하는 파이터들은 자신을 알리는 데도 매우 적극적이다. 단지 좋은 경기를 펼치고 승리하는 것만으로 이름을 알리기 쉽지 않다. 팬들의 뇌리에 남을 만한 뭔가 깜짝쇼를 펼쳐야 유명세를 탈 수 있다. 프로스포츠 세계에서 유명해진다는 것은 곧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UFC 미들급 파이터 훌리안 마르케즈(왼쪽)는 생방송 도중 유명 가수에게 프러포즈를 하는 등 괴짜 같은 행동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UFC UFC 미들급 파이터 훌리안 마르케즈(왼쪽)는 생방송 도중 유명 가수에게 프러포즈를 하는 등 괴짜 같은 행동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UFC
필자는 최근 훌리안 마르케즈(32·미국)라는 UFC 미들급(84㎏ 이하) 파이터와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가졌다. 미국 캔자스시티 출신으로 1990년생인 마르케즈는 그다지 돋보이는 파이터는 아니다. 전적도 평범하다. 통산 12전 9승 3패를 기록 중이다. 미들급 랭킹과도 아직 거리가 있다. 
 
마르케즈는 한국시간으로 오는 1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나이트 대회에서 데론 윈(미국)과 맞붙는데 메인 카드도 아니고 언더카드 경기다.
 
하지만 마르케즈는 미국 격투기계에서 나름 제법 유명하다. 바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돌발 행동 때문이었다.
 
2018년 7월에 열린 UFC 경기에서 알레시오 디 치리코(이탈리아)라는 선수에게 판정패 한 마르케즈는 이후 팔과 등을 연결하는 광배근이 심하게 파열돼 큰 수술을 두 번이나 받았다. 지금도 팔을 들어 올릴 수는 있지만, 똑바로 펴서 머리 위로 올릴 수 없는 상태라고 한다. 
 
그럼에도 마르케즈는 2년 7개월의 긴 공백기를 깨고 UFC 옥타곤으로 돌아왔다. 2021년 2월 UFC 258 대회에서 마키 피톨로(미국)를 3라운드 서브미션으로 누르고 재기에 성공했다. 그리고 경기 후 인터뷰가 큰 화제가 됐다. 
 
“마일리 사이러스, 내 밸런타인이 돼줄래?”
 
마일리 사이러스는 미국의 유명한 여성 가수다. 마침 경기가 열린 날이 밸런타인데이(2월 14일) 전날이었다. ‘밸런타인이 돼달라’는 건 연인에게 프러포즈 할 때 쓰는 표현이다. 문제는 마르케즈가 사이러스와 일면식도 없었다는 점이다. 그냥 좋아하는 마음에 생방송 도중 느닷없는 사랑 고백을 한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사이러스가 이에 반응했다는 점이다. 그는 자신의 SNS에 “네가 만약 가슴 털을 MC(마일리 사이러스) 모양으로 밀면 난 너의 연인이 될 수 있어”라고 맞받아쳤다. 무명 파이터와 세계적인 팝스타의 영화 같은 사랑이 이뤄질 것 같은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각종 매체에서도 큰 관심을 나타냈다. 
 
훌리안 마르케즈의 프러포즈에 마일리 사이러스도 반응했다. SNS 캡처 훌리안 마르케즈의 프러포즈에 마일리 사이러스도 반응했다. SNS 캡처
결론을 말하면 이는 그냥 해프닝으로 끝났다. 마르케즈도 진지하게 고백한 것이 아니었고, 사이러스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건은 한동안 격투기 팬들 사이에서 회자 됐다. 긴 공백기를 깨고 돌아온 마르케즈는 이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필자는 그때 해프닝에 대해 마르케즈에게 다시 물었다. 그는 “정말로 사이러스와 그의 음악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사랑 고백은 그냥 재미로 한 것이었다. 나를 알리고 싶었을 뿐”이라며 껄껄 웃었다. 
 
마르케즈는 “난 2년 반 동안 이 바닥에서 아무도 모르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뭐가 나를 알릴 뭔가가 필요했다”며 “결국 사람들은 그날 메인이벤트 경기가 아니라 마르케즈와 사이러스 얘기만 했다”고 말했다. 
 
마르케즈는 가슴털을 ‘MC’ 모양으로 밀어달라는 사이러스의 요청도 거부했다. 그는 “누군가에게 데이트하자고 했는데 상대가 내 몸을 어떻게 바꾸라고 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나를 정말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사실 마르케즈는 이런 비슷한 일을 한 적이 많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패트릭 마홈스 같은 유명 풋볼선수에 대해 언급하면서 도발하기도 했다. 그런 괴짜 같은 행동이 계기가 돼 해당 선수와 친분을 쌓고 여러 이벤트에 참여하는 기회를 얻었다. 
 
심지어 마르케즈는 최근 켄드라 러스트라는 성인영화 배우와 함께 제법 유명한 팟캐스트도 진행하고 있다. 연인관계는 아니지만, 질펀한 입담을 주고받으며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자신을 아직 무명파이터라 여기는 마르케즈는 여러 방법으로 자신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나는 UFC라는 플랫폼을 이용해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길 원한다”며 “그래서 내게 주어진 시간을 활용해 스스로 입지를 구축하고 내가 꿈꾸는 삶을 실현하려고 한다”고 털어놓았다. 
 
물론 격투기로서 본업도 소홀히 할 생각은 없다. 옥타곤 안에선 파이터로서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다. 마르케즈는 “나는 킬러의 마음을 가지고 있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상대를 이길 것이다”며 “2년 반의 공백기에 절대 믿음이 꺾인 적이 없었다. 경기장 안에서나 밖에서나 모두 내가 가진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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