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인생 1막 돌아본 심우준 "최대 위기, 경수 선배 덕분에 버텨"

야구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심우준. 사진=KT 위즈

 
"습관적으로 야구장을 나가더라고요."

 
KT 위즈 주전 유격수 심우준(27)은 야구 인생 1막에 종지부를 찍었다. 지난 1일 상무 야구단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내년 1월 16일 군 복무를 시작한다. 그는 "남은 시간 푹 쉬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웨이트 트레이닝장으로 향했다"며 웃었다. 
 
2014년 KT 창단 멤버로 입단한 심우준은 2016년까지 박기혁(현 KT 주루 코치)의 백업 유격수를 맡았고, 이듬해부터 주전으로 도약했다. 탄탄한 수비력은 리그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2020년 도루왕(35개)에 오를 만큼 뛰어난 작전 수행을 보여주기도 했다. 2021년 통합 우승 등 KT가 최근 3년 강팀으로 올라서는 데 큰 공을 세운 선수다. 
 
심우준은 8시즌(2015~2022) 연속 1군 등록일수를 채우며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그러나 입대로 귄리 행사를 포기하며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을 기회를 2년 뒤로 미뤘다.  
 
쉼표를 찍은 덕분에 치열하게 달린 지난 8년을 돌아볼 수 있었다. 심우준은 "결코 순탄하지 않은 프로 선수 생활이었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경쟁 압박이 컸다. 그래도 하위권이었던 KT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데 조금은 기여한 것 같다. 내 자부심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가장 큰 고비는 2019년 봄이었다. 당시 막 지휘봉을 잡았던 이강철 KT 감독은 유격수 포지션 공격력 강화를 위해 심우준 대신 황재균·오태곤(현 SSG 랜더스) 중 한 명을 주전으로 내세우려 했다. 이런 구상에 심우준은 상심했다. 
 
이때 팀 선배 박경수가 그를 일으켜 세웠다. 심우준은 "박경수 선배님이 '어차피 유격수는 네 자리다. 개막 뒤 몇 경기만 버텨라. 심우준이 대체 불가라는 말이 나올 것'이라고 힘을 주셨다. 데뷔 후 가장 큰 위기였는데, 선배님이 멘털을 잡아준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실제로 심우준는 개막 5경기 만에 자리를 되찾았다. 이강철 감독이 오판을 빠르게 인정하고 그를 다시 주전 유격수로 기용했다. 이후 센터 라인 핵심 선수로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다졌다. 
 
멘털 관리를 독하게 해내지 못한 시간을 돌아보며 자책하기도 했다. 심우준은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 2022년 9월 열릴 예정이었던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승선을 노렸다. 그러나 올림픽 대표팀은 떨어졌고, 아시안게임은 연기됐다. 심우준은 대표팀 명단 발표 전까지 3할대 타율을 유지했지만, 이후 급격히 떨어지며 2할대 중반으로 시즌을 마쳤다. 심우준은 "목표를 잃은 뒤 마음을 다잡지 못했다. 누구보다 나 자신에게 실망했다. 2년 연속 같은 상황을 반복한 점도 반성한다"고 했다. 
 
군 복무를 하며 멘털과 기량 모두 단단하게 만들 생각이다. 심우준은 "1년 6개월 동안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고 싶다. 특히 타격 보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그는 이어 KT 팬들에게 "내 부족한 공격력 탓에 아쉬움이 크셨을 것이다. 내 타격을 정립해 좋은 모습으로 다시 그라운드에 서겠다"는 인사도 전했다.  
 
안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