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인터뷰] '한류 시조새' 김윤진의 '자백', 라떼는 말이야!

[K-인터뷰] '한류 시조새' 김윤진의 '자백', 라떼는 말이야!

한류타임즈 2022-10-28 18:04:11 신고

3줄요약

영화 ‘기생충’이 칸과 아카데미를 휘어잡고,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에미상 위에 우뚝 섰다. 그저 소위 말하는 ‘국뽕’에 거하게 취하는 것이 아니다.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 제대로 어필 중이다. 알음알이 조금씩 퍼져 나가던 우리 작품들이 OTT를 만나 제대로 파도를 탔다. 한류라는 이름의 물결이 거대한 쓰나미로 세계를 향해 진격하는 지금이다.

허나 거센 파도라도 처음 시작은 작은 바람이 일으킨 물결이었다. 그리고 그 바람의 주인공은 바로 배우 김윤진이었다. 아시아 배우에서 한국인을 떠올리기 힘든 시절, 김윤진은 ABC 드라마 ‘로스트’에서 전 세계인을 향해 종횡무진 활약했다. 지금에야 “라떼는 말이야”라며 웃음 섞어 이야기하지만 그가 겪었던 고생은 헤아릴 수 없을 터, 하여 김윤진이 쌓아 온 업적에 대해 후배들도, 시청자들도 추앙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김윤진이 5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처음 계획은 2년 만의 컴백이었지만, 코로나19로 차일피일 미뤄졌다. 그가 들고 나타난 작품은 ‘자백’이다. 스페인 영화로 반전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인비저블 게스트’를 원작으로 한다. 김윤진은 살인 용의자로 몰린 ‘유민호’(소지섭 분)를 변호하는 ‘양신애’를 연기했다.

품은 반전이 강력한 영화이기에 김윤진과 한류타임스가 만난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엔 미묘한 긴장이 서렸다. 자칫 스포일러가 될까 하여 조심조심 건너는 대화의 가교였다. 작품이 잘 나왔기에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도 좋았다. 또한 원조 한류 스타로서 되새길 추억도,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던 시간이었다.


오랜만에 영화로 관객과 마주한다.
사실 2년 만에 컴백작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5년의 공백이 됐다. 그래도 개봉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기쁘다. 작년만 해도 ‘이러다가 개봉 못하고 OTT로 바로 넘어갈 수 있겠구나’라고 걱정했다. 이 고비를 잘 넘긴 것 같아 너무 기쁘다. 관객 분들과 무대인사를 통해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기대된다.

개봉에 대한 갈증, 자신감으로 봐도 좋을까?
좋은 제품이 있으면 “이거 한 번 써 봐”라고 권유하는 느낌? 꼭 보여주고 싶은 작품이다. 그만큼 애정이 많이 가는 영화다. 오늘 인터뷰도 하나도 안 힘들다. 그만큼 기쁘다.

그렇다면 시사 후 감상이 궁금하다.
보통 언론시사 때 영화를 보면 정신이 없다. 연기했을 당시도 생각나고, ‘왜 저렇게 연기했지’라며 후회도 한다. 그래서 영화 전체를 보기가 힘들다. 하지만 이번엔 ‘숙’하고 들어왔다. 처음으로 영화 전체를 볼 수 있던 영화다. 그리고 소지섭 씨와 나나 씨가 연기한 부분을 제가 모르는 상황이었다. 못 본 부분이 정말 많이 나왔다. 덕분에 움찔움찔하면서 봤다.

무엇보다 한국화가 잘 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스페인 원작이 워낙 훌륭하고, 기가 막힌 반전을 품고 있는 잘 빠진 스릴러다. 굉장히 쿨하고 시크하다. 우리 ‘자백’에선 캐릭터의 감성을 더 살렸고, 엔딩에 깊이를 더한 것 같다. 정서적인 느낌이 다르다. 시나리오를 먼저 보고 원작을 봤는데, 전 그 때 감독님에 대한 신뢰도가 훨씬 더 높아졌다. 원작 그대로 가면 안전한 작품이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걸 두고 다르게 간 게 너무 좋았고, 무엇보다 ‘이게 한국영화지’라는 느낌이 부여됐다. 


특히 양신애 캐릭터의 변화가 있었다. 먼저 직업이 바뀌었다.
그 부분이 정말 어려웠다. 원작에선 배우인데, ‘자백’에선 사회부 기자 출신이었다. 만약 배우라는 설정이었다면 정말 철판깔고 연기했을 거다. 하지만 기자라는 직업이 설정인 이상 ‘감쪽같이 속이는 게 맞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너무 어눌해도 안 될 노릇이었다. 그런 외줄타기를 계속 했던 것 같다.

농도 조절이 정말 힘들었겠다.
그래서 여러 버전이 있었다. 감정을 반 스푼씩 더 첨가하고 덜어봤다. ‘로보트처럼 연기하는 게 맞을까?’,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게 맞을까?’ 등 정말 많이 고민했다. 촬영이 끝나면 온 몸이 쑤셨다. 차라리 액션 영화를 찍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만큼 압박감이 심했다. 하지만 반전이 노출되고 나서는 연기가 편했다. 

그럼에도 딱 알맞은 수위의 연기가 나왔다.
사건의 진실을 양신애의 시선으로 끌고 가야 했다. 즉, 관객들의 안내자 역할이다. 단순히 캐릭터에 몰입해 연기만 해서는 안 되는 작업이었다. 이렇게 디테일을 파고 들어간 영화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토론도 많이 했다. 그러다 결국 “다 찍어봅시다”라는 결론이 나왔던 거다.

소지섭 씨도 여러 버전의 촬영이 많았다고 말했다.
지섭 씨는 제가 여러 버전을 찍을 때도 묵묵히 우직하게 다 받아줬다. 정말 최고였다. 진짜 좋은 배우다.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 다음에 만나면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지 않아?”라고 말할 정도로 서로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안내자 역할이기에 보이스 오버신도 많았다.
감독님의 주문이 많을 거라고 예상했었다. “보이스 오버가 많은데 실제 촬영도 하실 건가요?”라고 물었는데 “네”라고 하셨다. 깜짝 놀랐다. 미리 물어본 게 정말 다행이었다. 덕분에 대사량이 2배가 됐다. 정말 실제로 현장 촬영이 있었고, 현장음이 좋은 건 그걸 살리고, 아닌 건 화면음을 쓰셨다. 좋은 가이드가 됐던 것 같다. 분명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있다. 상황 좋은 녹음실의 맛도 있겠으나, 현장의 미묘한 차이도 있는 법이다.


그리고 원작에 비해 모성의 표현이 더해졌다.
무엇보다 메시지가 좋다. 단순한 모성애를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선택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눈에 보이는 이야기 속에 ‘한 사람의 목숨이 얼마 만한 무게 가치가 있는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보여주고 싶었다. 한 사람이 없어질 때의 여파가 어떤 건지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신파도 아니었던 것 같다. 분명 쿨한 면이 있었다. 연기를 할 때 제 목표가 ‘울지 말자’였다. 감독님께도 “딱 두 번만 눈물을 흘릴 것”이라고 말했었다. 제가 볼 땐 정말 ‘우아한 복수’를 행하는 것 같았다. 저 역시 만약 복수를 해야 한다면 이 사람처럼 하고 싶다. 폭력 없이 사회적 룰에 맞춰 법대로 해낸 복수다. 그게 정말 멋졌다.

맞다. 신파는 없었다. 양신애의 눈물 역시 딱 거기까지였다.
그럼에도 제가 눈물이 날 때가 있고, 억지로 참으려 할 때가 있고, 감독님은 눈물을 더 보여주자 하고, 여러 이야기가 많았다. 그 과정을 지섭 씨는 그걸 다 지켜보고 또다시 묵묵히 받아줬다. 하하. 

왜 그렇게 눈물을 경계했을까?
어렸을 때부터 ‘절대로 울지 말자’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학교에서부터 그런 교육을 받았다. 억울하거나 할 때 질질 우는 게 아니라 논리적으로 말을 하라고 했다. 그리고 어른이 된 후엔 참는 연습을 했다. 그리고 다른 여배우들은 우는 게 참 예쁘다. 연기를 하다가 또르르 흐르는 그런 신 말이다. 전 그런 게 안 된다. 그래서 한 번 해보고는 싶다.

단순한 모성을 표현하기 싫었다는 것, 획일화 된 여성 역할에 대한 갈증일까?
왜 굳이 여자 캐릭터는 장르적인 영화에서 모성애만 발휘하는 역할일까? 답답하지만 제가 풀 수 있는 숙제는 아니다. 그럼에도 ‘자백’처럼 재미있는 시나리오가 오면 거부할 수가 없다. 그럴 때 딜레마가 온다. 다양한 역할이 있으면 모두에게 좋다. 예를 들자면 OTT 같은 거다. 플랫폼이 늘어나고 콘텐츠가 많아졌다.  하지만 작품을 볼 수 있는 시간은 물리적으로 한정돼 있다. 그러면 꼭 보고 싶은 것을 골라서 보기 마련이다. 그만큼 더 좋은 콘텐츠를 찾게 된다. 역할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원조 K-콘텐츠의 월드 스타다. 격세지감이 느껴질까?
제가 시작했을 땐 상상도 못했을 일이다. 부럽고, 좋다. 저 역시 지금 막 출발했으면 너무 좋을 것 같다. K-콘텐츠의 인기가 길어지면, 우리가 이야기했던 ‘미드’, ‘영드’처럼 우리만의 브랜드가 생길 거다.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그럼 좋은 대한민국 배우들을 소개할 기회가 더 늘어날 거다. 여성 배우들이 할 수 있는 다양한 배역들도 많아질 터다. 하지만 결론은 너무 부럽다는 거다. 하하.

“부럽다”라는 단어가 단순히 들리지 않는다. 정말 많은 뜻을 내포한다.
가장 부러운 건 ‘설명을 안 해도 된다’는 거다. 제가 촬영할 땐 설명을 먼저 하고, 그 쪽에서 못 알아들으면 화가 났다. 성격이 나빠진다. 예를 들어 한국 사람의 밥상을 차렸는데, 일본식이 놓여있는 거다. 그걸 설명하다 보면 결국 제가 메뉴를 정하고, 제가 밥상을 다시 차려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한국 드라마 캡처해서 주면 된다.

이해가 쏙 된다. 너무 일찍 시작했다. 하지만 그래서 후배들의 추앙을 받는다. 
빠르긴 빨랐다. 2004년도, 너무 일찍 시작한 셈이다. 그땐 미국 사람들이 자막 읽는 게 익숙하지 않았다. 무엇 보다 해외 작품을 많이 안 본다. 할리우드가 있는 나라이니 자신들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나마 조금 관심있게 보는 게 영국 드라마였다. 그런데 동양애가 나와서 한국말을 하고, 거기에 자막이 깔린다고? 이게 가능할까? 그런데 그게 이뤄진 거다. 라틴계가 많은 미국이지만, 그런 경우는 없었던 일이다.

지금은 익숙해졌지만, 정말 기적 같은 일이다.
그때 제가 가장 기분 좋았던 건 바닥 클리닝 하는 제품이 광고인데, 동양인 부부가 나오는데 한국말을 쓰는 거였다. 할로윈 데이에 ‘로스트’의 제 분장이 나오는 게 너무 뿌듯했다. 그런데 요번엔 ‘오징어 게임’ 슈트를 많이 입고 다녔단다. 하지만 2004년, 2005년엔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모쪼록 이 기적 같은 상황이 유지됐으면 좋겠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권구현 기자 kkh9@hanryu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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