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박서보가 만든 루이 비통 가방

아티스트 박서보가 만든 루이 비통 가방

엘르 2022-10-26 00:00:00 신고


Park Seo Bo


박서보는
아버지가 독실한 불교 신자셨습니다. 다니시던 절의 불상에 금박이 떨어지면 직접 손볼 정도로 열정적이었죠. 자연스럽게 저도 불가의 철학에 몰두하게 됐고, 이는 예술뿐 아니라 인생사 전반을 지배했습니다. 그 산물입니다, 박서보(朴栖甫)라는 건.

대표 연작 〈묘법〉 시리즈 중 2016년 작품을 기반으로 디자인한 아티카퓌신 백.


대표 연작 〈묘법〉 시리즈 중 2016년 작품을 기반으로 디자인한 아티카퓌신 백.


이런 예술 철학이 작품에 어떻게 반영될까요
캔버스는 자기 생각을 토해놓는 장소입니다. 생각을 이미지로 최대한 표현하는 것입니다. 제 표현은 그런 방식과는 다릅니다. 저에게 캔버스는 나를 비워내는 ‘마당’입니다. 아무런 의미 없이 계속해서 선을 긋고, 손에 색을 들고 수없이 반복해 작품에 입힙니다. 스님이 온종일 목탁을 두드리며 자신을 정갈하게 만들 듯이 단색화는 무목적성, 무한반복성을 가져야 합니다. 무한히 반복하는 행위가 없다면 단색화는 가짜입니다. 이것이 단색화의 기본 정신이며, 작품이 단순해 보이면서도 단순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입니다.

아티카퓌신을 제작하기 위해 영감받은 빨간색 작품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관념적인 색’이 아닌 ‘자연의 색’을 찾아 작품에 입히기 시작했습니다. 한번은 일본 반다이산에서 골짜기를 바라보는데, 그 골짜기가 태양에 물들 때 마치 빨간 형광을 발라놓은 것 같았습니다. 색이 너무 강렬해 불길이 저를 태워 죽이기 위해 쫓아오는 것 같았어요. 그때 ‘작은 존재인 나는 미처 생각지 못할 정도로 자연은 위대하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바람이 불어 또 다른 곳이 태양을 받으면 여기는 형광 빨간색이고, 저기는 거무튀튀한 색으로 보였습니다. 같은 빨간색인데도 말입니다. 아, 이런 것을 그려야겠구나! 제 빨간 작품은 여기에서 온 겁니다. 모든 것은 자연으로부터.

박서보 화백의 아틀리에 풍경.


박서보 화백의 아틀리에 풍경.


루이 비통 장인들과 협업해 컨셉트를 정하고 아티스트의 작품 미학을 카퓌신 백에 담는 과정은 어땠나요
다양한 재주를 가진 손자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죠. 처음 제 작품이 입혀진 아티카퓌신 샘플을 보는 순간 ‘루이 비통의 장인 정신은 대단하구나!’라고 느꼈습니다. ‘이 정도의 기술력을 구현하는 루이 비통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연의 빨간색을 찾아 완성한 〈묘법〉.


자연의 빨간색을 찾아 완성한 〈묘법〉.


아티카퓌신 백은 전시공간이 아닌, 열린 공간으로 나오게 될 예정입니다
좋습니다. 예술은 대단한 보물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대중과 공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예술과 패션 양쪽 모두에 속할 수 있다고 봅니다. 궁극적으로 아티카퓌신과 제 작품이 하나의 오브제로서 함께 전시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에디터 방호광 COURTESY OF LOUIS VUITTON 디자인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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