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C&C 데이터센터 화재①] 치명적인 ‘구조 결함’에도 “화재대응 매뉴얼 공개할 수 없다”

[SK C&C 데이터센터 화재①] 치명적인 ‘구조 결함’에도 “화재대응 매뉴얼 공개할 수 없다”

한스경제 2022-10-24 14:19:02 신고

3줄요약

‘카카오 먹통 사태’는 대한민국을 대혼란 속으로 몰아넣었다. 이 사태 여파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드러났고,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비난의 화살이 카카오에 집중되고 있지만 판교 데이터센터(IDC) 관리 소홀로 화재를 막지 못한 SK C&C에 1차적 책임이 있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이에 <한스경제> 는 SK C&C의 실책과 향후 IDC의 방향성을 집중 분석해, 구조적 결함‧ESS(에너지저장장치) 문제점‧IDC 관련법 등을 시리즈로 연재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SK C&C 사옥. 사진=연합뉴스
SK C&C 사옥.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최용재·박수연 기자] 지난 15일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경찰은 지난 17일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지하 3층 전기실 배터리 1개에서 불꽃이 일어난 후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배터리랙(선반) 5개로 구성한 배터리 1세트가 전소한 것이다. 이 화재로 인해 네이버, 카카오 등 입주기업에 전산장애가 생기면서 국민들의 일상을 마비시켰던 ‘카카오 먹통’ 사태가 터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화재 원인이 된 배터리 등을 수거해 정밀 감식 중이다. 결과는 약 2주 정도 뒤에 나올 전망이다. 또 경찰은 지난 21일 SK C&C 판교 캠퍼스 등 2곳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화재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다. 이들 결과에 따라 SK C&C에 더욱 큰 책임이 부과될 가능성이 있다. 

◇ SK C&C 측 “구조적 결함 인정한다”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SK C&C는 책임을 피해 갈 수 없게 됐다. 이번 사태의 결정적 원인이 데이터센터의 ‘구조적 결함’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SK C&C 데이터센터 지하 3층에는 메인 전기실과 무정전전원장치(UPS)실, 그리고 배터리실까지 모두 함께 있었다. 

UPS는 중앙 전원이 끊길 경우 전력을 일정 시간 대체 공급해주는 유사시 장비다. 이번 화재의 경우 UPS에 전원을 공급하기 위한 배터리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력을 공급하는 시설과 전력 차단 시 이를 백업하는 시설이 모두 한 층에 있었던 것이다. 

이런 시설들은 다른 층에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LG유플러스의 경우 3개의 시설을 각각 다른 층에 배치해 중앙 전원과 유사시 전원을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등 혹시 모를 화재 위험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 기업인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는 역시 140개국에 데이터센터를 보유하는 등 고도의 분산 저장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SK C&C 측도 데이터 센터 구조결함에 대해 인정했다. SK C&C 관계자는 주요 시설들을 한 층에 몰아넣은 것에 대해 “구조적 결함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죄송하다는 말 밖에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며 “앞으로 보안대책을 더 강화하는 등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사고의 화재 발화지점인 지하3층 전기실 비상 축전지 모습. 사진=윤영찬 의원 페이스북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사고의 화재 발화지점인 지하3층 전기실 비상 축전지 모습. 사진=윤영찬 의원 페이스북

◇ 가스로 화재진압? 현실적으로 '불가능'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한 뒤 현장에 출동한 소방당국은 냉각용 가스로 진화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3300㎡에 달하는 공간에 전자기기가 빼곡하게 설치돼 있었고, 열폭주 현상까지 빚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소방당국은 SK C&C 측과 협의를 통해 살수를 결정했다. 이를 위해 전체 전력 공급 차단이 필요했다. 

피해가 더욱 커진 이유다. 주요 시설들이 분리돼 있었다면 전체 전력을 차단할 필요가 없었고, 전체 서버가 마비될 일도 없었다. 애초에 화재에 취약한 구조였던 것이 분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일각에서는 소방당국이 물을 뿌린 것이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모든 전자기기 화재를 진압할 때는 전원을 내리고 한다. 전기를 차단하지 않고서는 방법이 없다. 열폭주 현상까지 나타나 물을 뿌려야 했다”며 “가스로 진압할 수 있다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가스로 진압하려면 건물보다 가스통을 더 크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가장 신속하고 안전하게 화재 진압을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화재 현장에 도착해 SK C&C 관계자와 논의를 한 후 살수를 결정했고, SK C&C 관계자가 직접 전원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SK C&C 관계자는 “매뉴얼은 최대한 전산실에 물을 뿌리지 않고 대처하는 방향으로 돼있는데, 진압이 되지 않자 물을 뿌린 것이다. 물을 뿌려 전력을 차단한 부분, 이로 인해 입은 손해도 인정한다”며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은 물을 뿌렸을 때 층이 달랐다면 다른 전산을 살릴 수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같은 층에 설계돼 있다 보니 불길이 이어 붙기 쉬웠던 점도 있다”고 밝혔다. 

◇ 화재 사실 언제 알렸나...잃어버린 30분 '진실공방'

SK C&C 화재 상황을 데이터센터 입주 기업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논란도 일었다. 화재와 더불어 피해 규모를 키운 전력 차단 과정에서 충분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SK C&C는 카카오와 날선 공방을 벌였다. 쟁점은 오후 3시 19분 화재가 발행한 후 SK C&C는 3시 33분에 카카오에 화재를 알렸다고 한 반면 카카오는 4시 3분에 통보받았다고 한 것이다. 30분의 시간차가 난다. 

이에 SK C&C 관계자는 “우리는 카카오에 알린 통화 기록이 있다”며 “화재가 나고 카카오 서버에 연결된 서버들이 일부 죽었다. 이는 우리가 화재 알림을 받기 전에 일어난 일로 우리는 화재 알림이 나자마자 알렸다. 하지만 카카오 측은 이미 죽은 서버가 있기 때문에 늦게 통보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고 설명했다.

SK C&C 데이터센터에 입주한 한 기업 관계자는 “현재 데이터센터 내 많은 기업들이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화재 통보 시기는 중요한 문제다”며 “관련 조사가 이뤄지면 밝혀 질 것" 이라고 말했다. SK C&C가 입주 기업들과 매뉴얼대로 제대로 소통을 했는지는 유관 기관들의 조사로 밝혀질 일이라는 의미다. 

SK C&C는 "매뉴얼이 있고, 매뉴얼대로 했다"고 강조했지만, 이는 역으로 매뉴얼로는 절대 막을 수 있는 사태가 아니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SK C&C 관계자는 “화재 대응 매뉴얼은 존재하지만 현재는 소방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어 매뉴얼을 배포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화재로 SK C&C 데이터센터의 화재 매뉴얼은 없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아무리 완벽한 매뉴얼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구조적 결함까지 막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기본적인 사항을 SK C&C 측은 여태껏 방관해 온 것이다. 

결국 핵심은 SK C&C 데이터센터가 시작부터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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