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피플]정우람 “이제 쓴 소리도 좀 하려고요”

한화 이글스 구원 투수 정우람이 지난 10일 대전 SSG 랜더스전 9회 초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정우람(37·한화 이글스)이 흔들리는 선수단을 다잡고 있다. 
 
올 시즌 한화에 남은 거의 유일한 베테랑이 정우람이다. 2005년 이후 지난해까지 16시즌 동안 필승조로만 뛰었던 그는 통산 945경기(투수 역대 1위) 197세이브 134홀드를 기록한 레전드다. 강도 높은 리빌딩을 천명하고 베테랑들을 정리했던 한화도 정우람을 선수단에 남겼다. 리빌딩 시즌에도 그를 트레이드하지 않았고, 4년 계약도 안겼다.
 
계약에 비하면 정우람의 성적은 다소 부진하다. 그러나 그에게는 '투수' 외에도 한 가지 역할이 더 필요했다. '리더'였다.
 
선배 정우람의 존재감은 여전하다. 공익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박상원은 “우람 형은 인생의 스승이자 어른”이라 했다. 정우람이 불펜 투수로서 마음가짐이나 자세는 물론 야구 외적인 것에서도 모범이 된다고 말했다.
 
선발진 최고참 장민재는 18일 경기 승리 후 “최근 팀 경기력이 올라온 데에는 우람 형의 힘이 있는 것 같다. 내가 후배들을 이끌려고 하니까 힘에 좀 부쳤다. 그런데 우람 형이 1군에 합류해 힘이 됐고, 선수단 미팅에서 좋은 이야기도 해주셨다. 그 부분이 팀에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전했다.
 
정우람에게 어떤 조언을 하느냐고 묻자 그는 "1급 기밀"이라며 웃었다. 정우람은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님이 오시고 2년 정도 흘렀다. 나도 리빌딩 기조의 팀에서 뛰는 건 처음이라 많이 지켜보려고 했다. 젊은 선수들의 기를 살려주고 칭찬과 지지를 해줬다”면서도 “팀이 최하위에 있는 것과 별개로 팬들에게 보이는 경기력이 나아져야 한다. 비전도 있어야 한다. 서산(2군 훈련장)에서 (후배들을) 지켜보면서 그 부분을 되돌아봤다. 아무리 좋은 선수를 영입하고, 좋은 시스템을 갖춰도 안일한 생각으로 야구를 하면 성과를 거둘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1군에 돌아오면 후배들을 다그칠 땐 다그쳐야 한다고 다짐했다"고 떠올렸다.
 
정우람은 "우승은 선수를 모아 경험만 쌓아서 되는 게 아니다. 기본을 갖춰야 한다. 실패도 많이 겪고 훈련과 인내도 필요하다. 어린 선수들이 프로 무대의 달콤함에만 젖어있어서는 안 된다"며 "나 같은 나이 든 선수도 마찬가지다. 후배들과 이야기하며 마음을 다잡고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도 했다.
 
지난주 한화는 4승 2패로 모처럼 많은 승수를 거뒀다. 장민재가 말한 '정우람 효과'다. 그러나 정우람은 "아직은 일시적이다. 계속해서 옆에서 알려줘야 한다. 2~3년 정도 지나야 어린 선수들에게 좋은 습관이 자리 잡는다. 그러다 보면 충분히 좋아질 것"이라며 "선수들이 안일한 모습을 보일 때 조언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우람은 "한화는 지금 성적이 바닥에 온 것이라 생각한다. 이 이상 내려가는 건 프로 선수로서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며 "선수들도 그걸 느끼고 노력하고 있다. 충분히 좋아질 것이고, 그렇게 되게끔 많이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대전=차승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