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선의 결정적 장면㊸] ‘공조2’ 진선규, 이렇게 멋지면 반칙

[홍종선의 결정적 장면㊸] ‘공조2’ 진선규, 이렇게 멋지면 반칙

데일리안 2022-09-01 13:26: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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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조2'의 주연 진선규ⓒ이하 CJENM 제공

유해진(강진태 역)과 현빈(림철령 역)의 공조가 4년 만에 다시 시작됐다. 1편과의 차별화를 위해, 남한과 북조선에 더해 미국까지 덧붙여 삼각공조를 펼치느라 17년 전 현빈과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을 함께했던 다니엘 헤니(잭 역)도 태평양을 건너 불러들였다. 예상 그대로, 윤아(박민영 역)는 다니엘-빈과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이번엔 삼각공조다 ⓒ 이번엔 삼각공조다 ⓒ

8월의 마지막 날, 시사회를 통해 ‘공조2: 인터내셔날’(감독 이석훈, 제작 CJENM·㈜JK필름, 배급 CJENM)이 공개됐다. 엄숙하기로 정평이 난 언론 시사에서 웃음꽃이 툭툭 터졌다. 코앞으로 다가온 추석 연휴 극장가의 강자 자리를 예약하는 모양새다.

그런데. 청출어람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니 기대하지 않았지만, 역시나 형만 한 아우도 쉬운 일이 아니다. 1편보다 많은 게 세졌다. 액션은 말할 것도 없고, 곳곳에 코미디도 심었다. 문제는 바로 거기에 있다. 조미료 많이 치면, 조미료 성분이 건강에 나쁠 게 없다는 걸 알지만, 적당히 조미료 써야 익숙한 외식 맛집 맛이 난다는 것도 알지만, 양 조절을 못 해 과하게 쓰면 원재료 맛이 조미료 감칠맛에 덮여 되레 밍밍하게 느껴진 경험과 비슷한 맛이다.

유해진-현빈의 콤비 플레이 유해진-현빈의 콤비 플레이 '꿀맛' ⓒ

생각해 본다. 정말 현빈과 유해진의 공조만으로는 우리가 만족하지 못했을까. 가지 않은 길이라 단정하기 어렵지만, 1편의 재미 혹은 그 이상을 담보해 내는 방법이 ‘명콤비’를 ‘3인조’로 만드는 게 정답이었는지 의문이다. 물론 다니엘 헤니를 한국영화에서 보는 건 너무 반갑고, 선한 눈빛이 더욱 도드라지게 나이 드는 모습과 시술 없는 ‘자연 미남’의 멋을 확인시킨 점도 너무 좋다. 배우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만, 삼각편대로 구성한 후 셋이서 각자의 속주머니를 차고 수사를 도모하다 결국 하나 되는 그림이 1편의 콤비 플레이보다 재미있는지 관객의 반응이 궁금하다. 확 줄어든 유해진과 현빈의 티키타카가 아쉽다. 코미디의 기본은 언어유희이고, 의도하고 연출한 것이라 해도 마치 애드리브처럼 자연스럽게 다가와야 제맛이다. 대한민국에서 그것을 가장 잘하는 배우 유해진이 주연인데, 강진태는 림철령과 잭 사이에서 조율하고 중재하느라 너무 바쁘다.

이제는 배우일 때도 임윤아 아닌 윤아 ⓒ 이제는 배우일 때도 임윤아 아닌 윤아 ⓒ

2편에서 코미디에 중점을 둔 부분은 철령-민영-잭의 삼각관계이고, 그중에서도 민영 역의 배우 윤아에게 많은 게 맡겨졌다. 윤아는 ‘공조’에서 걸그룹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날려버릴 만큼 큰 웃음 주는 연기를 했다. 처음이어서 신선했고, 두 번째 보니 과하게 다가오는 건 아니다. 애써 코믹 연기를 한다. 본인은 정극을 하는데 상황이 웃음을 유발하는 식의, 유해진표 연기를 벌써 바라는 건 아니다. 역설적이지만, 연기는 연기하는 표가 날 때 현실감이 떨어지는데 코미디일 때 더하다.

현빈은 여전히 멋있다. 세월의 흐름을 비껴간 건 외모만이 아니고 액션을 할 때의 탄력과 에너지가 쟁쟁하다. 짧고 뭉툭해서 더욱 타격감이 컸던 1편의 휴지 액션만큼은 못해도 현빈이 하니 파리채 액션도 웃음을 유발하지 않고 보는 것만으로 볼이 얼얼하다. 흔들림 없는 림철령의 ‘귀여운 질투’도 전편에 없던 새로움이다. 다만, 군인이라지만 상관의 명령에 복종만 하고 스스로 명분을 세운 모습은 찾기 어려워 캐릭터의 매력을 반감시킨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다니엘 헤니, 현빈, 유해진, 윤아 그리고 드라마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다니엘 헤니, 현빈, 유해진, 윤아 그리고 드라마 '달리와 감자탕' 때보다 한층 맛깔난 연기를 선보인 이제연 ⓒ

유해진으로부터 현빈, 다니엘 헤니와 윤아까지 주연 배우들이 기능적으로 배치돼 맡겨진 역할을 성실히 수행한 느낌. 결코 비판 거리도 못될 수 있다. 기획력이 세고 연출 의도가 분명해 배우들의 자유와 자연스러움이 덜해지면 관객은 어딘가 모를 갑갑함을 느낀다. 배우들과 함께 훨훨 날고 싶은데 영화 ‘트루먼쇼’의 세상 안에 갇힌 느낌이 든다.

트루먼의 거대 세트에 시원하게 구멍을 내는 이가 있으니 진선규(장명준 역)다. 주연에 이름이 오를 이유가 충분한, 신선도 높은 연기로 관객을 데리고 하늘 높이 날아 고층빌딩 옥상에 아찔하게 세운다. 등장하는 순간, 영화 ‘관상’(2013)의 수양대군이 떠오른다. 헤어스타일 좀 바꿨을 뿐인데, 눈 아래 그림자 좀 드리웠을 뿐인데, 내뿜는 에너지와 가슴속에 이글거리는 분노가 크고 뜨거워서 조커를 연상시킨다.

빌런의 탄생 ⓒ 빌런의 탄생 ⓒ

장명준이 빌런이 된 배경도 어쩐지 조커와 흡사하다. 군인의 명예를 버리고 불법 외화벌이에 최선을 다했던 건 배고픈 고국 인민들의 밥을 구하는 일이라는 당의 명령을 따른 것이었다. 그런데 그 돈이 당서열 5위의 한 권력자 주머니(영화에서는 ‘아가리’로 표현)를 채우는 일이었음을 알고 정신이 깨인다. 남한으로의 귀순을 꿈꾸던 가족이, 아무 잘못 없는 내 가족이, 그토록 내가 충성을 다했던 당으로부터 무차별 제거되자 눈이 돌았다. 사회 체제에 대한 불만에 개인적 원한이 기름을 부었다.

사실 2편에서 캐릭터 누구랄 것 없이 특별히 전사(前事)는 극화되지 않는다. 하지만 배우 진선규는 단 몇 마디 대사로, 영화 내내 유지하는 배신감 발 분노의 에너지로 장명준의 반란에 대한 나름의 이유를 우리에게 전한다. 이유 있는 악역이고자, 공감을 얻으려는 목적이었다면 평범했을 것이다. 왜 장명준이 이렇게 밑도 끝도 없이 광기를 띠는지 설득해 주니 진선규의 연기가 과해 보이지도 인위적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그저 멋지다.

추석대목을 노린 코미디영화 ⓒ 추석대목을 노린 코미디영화 ⓒ

많은 이가 크게 웃으리라 예상되는 ‘공조2’, 필자처럼 아쉬움을 느끼는 소수의 관객도 진선규의 카리스마에 표값 생각은 나지 않을 듯하다. 그리고 각자의 취향대로 유연한 코미디왕 유해진, 계속 남한의 공공재이게 하고 싶은 현빈, 애드리브로 춰도 소싯적(영화에서는 소시적, 소녀시대 시절^^) 실력 나오는 윤아, 넉넉한 품에 매력적 윙크를 날리는 다니엘 헤니, 실감 나는 일상 연기로 영화를 빛내는 장영남 배우에게서 큰 웃음을 선물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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