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3일까지 코엑스아티움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2020년 최고 시청률 21.7%를 기록했던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주연배우인 현빈, 손예빈 뿐만 아니라 많은 배우들이 동시에 주목을 받았다. 극중 캐릭터들이 워낙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있고, 이를 연기한 배우들의 흡인력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배우 김영민은 도청감실 소속 군인 정만복 역, 이른바 ‘귀때기’로 불리며 큰 사랑을 받았다.
지난달 9일부터 코엑스아티움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사랑의 불시착’은 16부작의 드라마를 어떻게 3시간 남짓의 무대 예술로 압축할지가 가장 큰 관심이었다. 배우들에게도 가장 큰 숙제였다. 그런데 ‘귀때기’ 역을 맡은 배우 유성재는 이 작품에서 첫 등장, 첫 대사부터 관객들을 통쾌하게 설득시켰다. 드라마 속의 귀때기와는 또 다른 자신만의 귀때기를 만들어낸 것이다.
-원래 뮤지컬 배우가 꿈이었나요?
시작은 뮤지컬에 국한됐다기보다는 ‘배우’를 꿈꿨었는데 가장 먼저 붙은 오디션이 뮤지컬이었어요. 뮤지컬 무대를 경험해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이거다!’ 싶은 생각이 든 거였죠.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고, 그렇게 지금까지 오게 됐습니다.
-그 첫 경험이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나요?
2016년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작품이었어요. 노래도 연기도 춤도, 무엇 하나 제대로 갖춘 것 없이 열정 하나로 오디션에 합격했죠. 참 많이 혼났고, 많이 위로받았던 작품으로 기억이 됩니다. 첫 공연 오프닝 직전 백스테이지에서 대기할 때만 해도 너무 떨렸지만, 오히려 무대에 올라서는 순간 긴장이 풀리면서 공연을 잘 마쳤던 걸로 기억합니다(웃음).
-뮤지컬 배우가 된 이후로 달라진 점이 있나요?
배우라는 직업이 미래가 불투명하고 일이 규칙적이지 않지만, 이전보다 삶이 즐거워졌고 많이 밝아졌어요. 색으로 표현한다면, 회색에서 푸른색이 됐다고 얘기하면 전달이 잘 될까요?
-작품을 보는 기준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물론 선택되어지는 입장이지만, 스스로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도 분명 있을 것 같아요.
기준이 딱히 있지는 않지만 가능하다면 창작 초연작품을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다 같이 만들어가는 작업을 하다 보면 내 아이디어가 빛을 발할 때도 있고, 나를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사랑의 불시착’에 지원하게 된 것도 같은 이유인가요?
맞아요. 먼저 ’좋은 사람들과 작업 할 수 있겠다‘는 이유가 가장 컸고요 마찬가지로 창작 초연이기에 ’할 수 있는 게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작인 드라마는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해요. 워낙 국내외에서 히트했던 작품이라 부담감과 기대감이 동시에 들었을 것 같아요.
콜을 받고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정주행했어요.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히트작이라서 부담이 됐다고 하기 보단 16부작을 3시간 안에 담아내기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동시에 잘 만들어서 올리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오디션 당시, 혹은 연습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나요?
너무 많아서 뭐 하나를 말씀드리기 어렵네요. 팀워크가 너무 좋았고 실력 좋고 유쾌한 배우들만 모아놔서 연습실 내에서 끊임없는 아이디어로 늘 즐겁고 웃겼고 덕분에 매일매일 얼른 연습실을 가고 싶었어요. 그중 하나를 꼽자면 우리 파이팅 콜을 만들 때? 4개 팀을 나눠 상품을 걸고 팀별로 경연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너무 힙하고 마음에 드는 파이팅 콜이 만들어졌어요!
-극 중 귀때기 역을 맡았어요. 드라마에서도 크게 주목을 받았던 캐릭터인데, 드라마 속의 귀때기를 참고하기도 했나요?
참고는 했지만 16부작을 압축하다 보니 인물을 표현하기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첫 등장부터 조철강을 향한 두려움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단순히 겁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고, 과거부터 수차례 협박과 폭행을 당해오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하자는 마음으로 접근했습니다.
-귀때기 역할에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이 있다면?
아무래도 조철강 역을 맡은 배우 형들보다 키도 크고 이미지도 센 편이라서 매일 거울을 보며 최대한 몸도, 마음도 작아 보이게끔 자세를 연구했어요. 앞머리도 짧게 잘라서 흔힌 ‘짠내나는 이미지’를 연출하려고 했습니다.
-귀때기 역 외에 많은 배역들을 맡고 계시죠?
네, 아마 제가 해본 작품 중 최다 출연일 거예요(웃음). 1막에서는 바람을 표현하기도 하고, 위협적인 말투와는 반대로 사실은 여자 손 한번 못 잡아본 해상 순찰대원, 평양 호텔을 방문한 길치 여행객, 조철강에게 폭행당한 직후 그의 부하가 되어 윤세리를 잡으러가는 역할로도 등장합니다.
2막에서는 기자, 세계군인대회 참가자, 전단지 돌리는 서울 시민, 전단지를 돌리고 여자친구를 만나러 백화점 갔다가 명품관의 기세에 눌려 얼른 자리를 뜨는 찌질한 남자친구. 그리고 남과 북을 오가며 서단과 윤세리를 납치하고 구승준과 리정혁과 칼부림·총부림을 하고 끝나면 국정원 요원이 됩니다. 그 중간 중간에 귀때기로 등장하고요(웃음).
-여러 캐릭터를 소화함에 있어 고충은 없나요?
앙상블 역을 수행하다 보면 매 장면 다른 사람이 돼야 하기 때문에 감정선을 찾아가기 힘든 경우가 많아요. 그렇지만 무대를 돋보이게 하는,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이죠. 때때로 우리의 이름과 얼굴이 언급되지 않을 때는 아쉽기도 하지만 많은 앙상블 배우들이 장면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각각 전사를 가지고 장면에 임해서 무대를 더 풍성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사랑의 불시착’에서 가장 애정하는 넘버(혹은 대사, 장면)가 있다면?
‘내조의 여왕’ 장면을 가장 좋아해요. 작품에서 가장 신나는 장면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이 시간이 되면 마영애 동지 생일잔치 장면부터 음악 끝까지 늘 백스테이지에서 많은 스태프와 배우들이 시각선 끝에 숨어서 직관을 합니다(웃음).
-관객들에게 ‘사랑의 불시착’의 매력을 어필하자면?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모든 배우들이 너무 출중한 배우들이다 보니 순간순간 모두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정말 재미있는 장면들이 곳곳에 숨어있습니다. 그런 장면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 거예요!
-‘사랑의 불시착’의 두 번째 시즌이 제작되고, 또 출연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캐릭터를 맡고 싶나요?
사실 원래 뮤지컬을 시작하기 전 태권도를 전공했었는데요, ‘사랑의 불시착’에 액션씬이 많습니다. 이제는 액션 잘하는 배우보다는 액션도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특기를 살 수 있는 리정혁 역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관객들에게 ‘사랑의 불시착’ 속 유성재 배우를 직접 홍보해보자면?
모든 장면에서 매력적인 인물로 등장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를 찾는 데 성공하셨다면
분명 저는 무언가를 하고 있을 거예요! 반드시 즐겁게 해드리겠습니다!
-꿈꾸던 배우의 모습은 어땠고, 또 지금의 유성재 배우의 위치는 어느 정도의 위치에 와있을까요?
작품에 임하는 태도와 무대 매너, 서로 배려할 줄 아는 그런 멋진 사람. 그래서 누군가 날 보고 ‘닮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나를 닮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고 믿고 싶어요(웃음).
-‘뮤지컬 배우하길 참 잘했다’라고 느꼈던 순간은?
새로운 작품, 새로운 사람, 새로운 환경이 때로는 힘들고 낯설 때도 있지만 늘 다른 일상을 살 수 있어 매일 매일이 즐겁고 저에게 있어서 극장에 오는 길은 출근길보다는 놀러 가는 길이라 생각이 됩니다. 매일매일 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힘들었던 순간들도 있었을 텐데요.
작년 6월부터 올해 7월까지 1년 조금 넘게 작품 공백기가 있었습니다. 앙상블을 오래 해 와서 이제는 역할을 해보고 싶은 마음에 여러 오디션을 보았지만 매번 오디션에 낙방하는 경험을 해야했죠. 일을 쉬어본 적이 거의 없었다보니 1년 넘게 공백기를 가지는 게 심리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SNS를 보면 저만 쉬는 것 같은 마음도 들었고요.
-이 순간을 어떻게 버텨낼 수 있었나요? 슬럼프를 겪고 난 이후의 변화가 있다면?
첫 6개월은 너무 조급하고 힘들었지만, 코로나의 영향으로 대부분의 오디션을 영상오디션으로 대체한 덕분에 연습하고 모니터할 기회가 많아졌고 집에서 기타연주를 한다든지 연습실에서 연기, 노래 연습을 더 한다든지 자기계발에 힘썼습니다. 덕분에 작년과 올해를 비교하자면 다른 1년과는 다른 의미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롤모델도 있나요?
너무 진부할 수 있는데 특정인물 보다는 함께 작품하고 있는 모든 선후배들 그리고 스태프들에게 늘 감사함을 느끼고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앞으로 살면서 또 누군가를 만나게 될 테고 그들에게도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우게 되겠죠. 반대로 누군가에게도 제가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어떤 작품에 출연할지도 궁금한데요. 꼭 하고 싶은 작품, 혹은 캐릭터가 있을까요?
아직 정해져 있는 차기작은 없습니다만, 언젠가 해보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영웅’의 ‘안중근’ 역을 꼽고 싶어요. 먼 미래에 기회가 된다면 꼭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배우로서 꼭 지켜나가고 싶은 신념이 있다면?
실력도 실력이지만 기본적인 인성과 올바른 태도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대는 사람과 사람이 함께 작업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미덕이 필요해요. 앞으로도 이런 생각이 변하지 않고 신념을 꼭 지키겠습니다!
-배우로서의 최종 목표도 들려주세요.
나이가 들어서도 무대에서 즐겁게 연기하고 싶습니다. 그럴 수 있는 몸과 마음을 갖추기 위해 자기 관리도 철저하게 해야겠죠. ‘어느 위치까지 가겠다’라는 목표보다는 좋은 사람, 좋은 배우로 기억되고 싶고 그렇게 오래오래 연기하고 싶은 게 최종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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