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최주원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지속되고 있는 비관세 장벽 논란이 국내 플랫폼법까지 영향을 미치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한국에서의 사업 애로사항을 주장하는 가운데, 국내 업계 및 학계에서는 일제히 우려를 표명하며 정부와 국회 차원의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공개한 ‘2025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TE)’에 미국 빅테크들이 주장하는 한국 내 사업의 애로사항이 기재됐다.
보고서는 한국 일부 인터넷 서비스 공급자(ISP)가 콘텐츠를 직접 제공하는 구조를 지적하며, 망사용료와 플랫폼법 같은 법적·금전적 부담이 미국 기업들에게만 불균형적으로 작용해 한국 기업을 이롭게 한다고 주장한다.
망 사용료는 콘텐츠 제공 사업자(CP)가 소비자에게 콘텐츠 제공 시 발생하는 트래픽에 대해 인터넷 망을 제공하는 ISP에 지급하는 대가를 의미한다. 또 플랫폼 법안은 점유율과 이용자 수 등을 기준으로 독점적 사업자를 추정하고 법 위반 시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망사용료는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의 소송, 아마존 트위치의 한국 시장 철수 등 오랫동안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같은 해외 CP들은 자국에서 이미 망 비용을 지불하고 있어 한국에서의 추가 비용 부과는 이중 과세와 다름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내 CP들은 동일한 조건에서 망 사용료를 부담하고 있어 역차별을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해외 빅테크 기업들이 규제 예외를 받는다면 한국 플랫폼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며 “문제의 본질은 글로벌 빅테크 간 역차별 해소”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국내 기업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글로벌 경쟁 구도를 고착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강형구 교수는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정부 규제뿐만 아니라 글로벌 빅테크로부터 기술적·정책적 제약까지 이중의 압박을 받고 있다고 강조한다.
강 교수는 “세금 징수뿐만 아니라 규제도 미흡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내는 세액에 비례해 공정한 규제 기준을 적용해야 할 시점이다”라며 “플랫폼 산업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미래 첨단 산업, AI 개발,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 엄중한 사안”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국가 차원에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은 망 이용계약 공정화 입법의 필요성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이 의원은 미국 무역대표부의 주장이 한국의 입법 주권을 침해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계약 당사자가 경쟁 관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는 정당한 이용료 지불을 거부할 명분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공정한 시장 환경 조성을 위한 법적 보호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해민 의원실 관계자는 “망 이용계약 공정화법은 글로벌 기업들의 힘의 논리로 왜곡된 시장 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필수적 조치”라며 “정부와 국회는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인터넷·콘텐츠 생태계 조성을 위한 입법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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