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OO과"...올해 수능 만점자 3명이 공통으로 지원한 학과의 반전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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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OO과"...올해 수능 만점자 3명이 공통으로 지원한 학과의 반전 정체

살구뉴스 2022-12-14 13:04:3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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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연합뉴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3명의 만점자가 나온 가운데 그들이 선택한 학교와 학과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만점자의 기준은 국어, 수학, 탐구 영역에서 모든 문제를 맞히고 절대평가인 영어와 한국사에서 1등급을 받아야 합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재학생이 2명이고 재수생이 1명입니다. 세 명 모두 과학탐구 영역을 선택했고, 재학생 만점자들은 모두 서울대 의대에 지원했습니다.

올해 수능 만점자, 모두 서울대 의대 희망

 
2023년도 수능 만점 재학생. 왼쪽이 울산 현대청운고등학교 권하은(18)양, 오른쪽이 경북 포항제철고 최수혁(18)군이다. /  울산교육청, 연합뉴스

이들 세 사람은 모두 의과대학, 정확히는 서울대 의예과 진학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권 양과 최 군은 이미 수시로 서울대 의예과에 지원했으며 수능 후 면접을 준비 중입니다.

 

수재들이 의대에만 몰리는 이유는

1984년 12월 29일 본보가 대학과 입시업계 자료를 취합해 보도한 지원기준표에서 자연계 최상위 대학은 서울대 전자공학(학력고사 312점 이상), 서울대 전산기공‧의예과(307점), 서울대 제어계측‧기계공학‧물리학(302점) 순이었습니다. 연세대 의예과 지원가능 점수는 서울대 산업공학과와 비슷한 297~301점, 고려대‧가톨릭대 의예과 지원가능 점수는 283~292점이었습니다. 순위로 치면 각각 9번째, 20~30번째인 셈입니다. 

부산대‧경북대 의대 지원가능 점수는 서울대 식품공학‧천문학과와 비슷한 273점~ 282점이었습니다. 35~50번째 높은 순위입니다. 당시 대학은 학력고사 성적과 내신을 합산해 신입생을 뽑았는데 의대보다 서울대를 선호했고, 서울대에서도 최상위 학과는 이공계였습니다.

1990년 종로학원이 모의고사 결과, 지원 희망대학 등을 토대로 발표한 대입배치표도 비슷합니다. 당시 4년제 대학 자연계 학과 합격자 성적 순위를 보면 서울대 물리학, 컴퓨터공학, 의예, 전자공학, 미생물학 순입니다. 상위 20개 학과 중 서울대를 제외한 학과는 연세대 의예(12위), 딱 하나뿐입니다.
 

수능·IMF 겪으며 의대 쏠림 본격화

KBS

이과 수재들의 의대 쏠림 현상이 시작된 건 1990년대입니다. 1994학년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도입되면서 전기대‧후기대 구분이 사라지고 대학과 학과를 함께 지원하도록 입시체계가 바뀌면서 상위권 수험생들의 의대 지원이 늘었습니다.

여기에 1997년 겨울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대기업 이공계 연구소가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의대 쏠림이 가속화됐습니다. 

이은경 전북대 교수는 논문 '이공계 기피 논의를 통해 본 한국과학기술자 사회'에서 "IMF 위기 이전에 과학기술자들은 사회 보상 측면에서는 미흡하지만 상대적으로 직업안정성이 높다고 생각했는데, 그 믿음이 깨진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실제 종로학원의 1995년, 2000년 대학 배치표를 보면 자연계 상위 20개 학과 중 의대‧치대‧한의대‧약대가 10개, 13개에 달합니다. 한국 경제의 부침 속에도 의대 인기는 20년간 지속을 넘어 가속화됐습니다. 대학이 입시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던 2005년, 종로학원이 내놓은 대학 배치표에서 자연계 상위 20개 학과 전부를 의대‧치대‧한의대‧약대가 차지했습니다.

종로학원
 

상위 20위권 내 학과 전부 '의대·치대·한의대'

대학들이 입시결과를 공개한 최근에는 쏠림이 더 심화됐습니다. 11월 30일 종로학원이 2022학년도 정시 합격자 통계를 분석한 결과,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상위 20위권(국어, 수학, 탐구2 백분위 70% 커트라인 발표 대학 기준, 일부 학과 과목별 가중치 반영) 학과는 전부 의학계열이었습니다. 

의대가 16개, 한의대와 치의대가 각각 2개였습니다. 30위권으로 넓히면 서울대 컴퓨터공학과(30위)가 의학계열 외 유일한 학과였습니다. 50위권으로 넓혀도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35위), 수리과학부(39위), 물리학전공(44위), 화학부(44위)를 제외한 45개 학과가 전부 의대, 치대, 한의대 등 의학계열이었습니다. 3년 전인 2020학년도 20위권 안에 서울대 컴퓨터공학부(5위), 수리과학부(9위) 등이 포함됐었는데 그나마 후순위로 밀린 셈입니다.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서울대 자퇴생은 약 3배(2012년 120명⟶2021년 330명) 늘었는데, 자퇴생 84.2%가 이공계열인 반면 의약학계열은 0.8%(16명)에 그쳐 이런 심증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2005년 연봉랭킹 7위였던 의사...2020년 10위권 내 9개가 의사

한국고용정보원

최상위권 인재들이 단지 고용불안 때문에 의대를 고집하는 걸까요.

올해 7월 보건복지부가 의대 쏠림 '가속화' 현상을 설명할 만한 자료를 발표했습니다. 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공데이터로 보건의료인 201만 명의 소득을 분석한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로 2020년 기준 국내 의사 평균 연봉은 2억3,070만 원이었습니다.

눈여겨볼 지점은 연봉의 '상승 속도'입니다. 2010~20년 연평균 의사 소득 인상률은 5.2%로 상용근로자 100인 이상 사업장의 임금인상률(최근 5년간 연평균 3.6%), 공무원 보수 인상률(5년간 연평균 1.9%)을 압도했습니다. 복지부는 그나마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로 의료 이용이 줄어 그해 의사 소득이 전년 대비 2.3% 줄어든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 그 전신인 중앙고용정보원이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 직업의 소득 순위를 발표한 결과도 흥미롭습니다. 중앙고용정보원이 전국 5만 표본가구를 조사해 2005년 발표한 직업지도에 따르면, 당시 월평균 수입이 높은 직업은 기업 고위임원(CEO), 금융및 보험 관련 관리자, 정보통신 관련 관리자, 변호사, 항공기 조종사, 경영지원 관리자 순이었습니다. 의사는 7위에 그쳤습니다.

TVN

확대 개편된 한국고용정보원은 돌연 직업별 연봉 순위를 매기면서 의사를 전공별로 나눠 조사합니다. 2011년 11월 국내 100개 직업 재직자 6,000명을 분석한 '한국직업정보시스템 재직자 조사'에서 성형외과 의사는 도선사, 국회의원, 기업 고위임원에 이어 연봉 순위 4위를 기록했습니다. 치과의사(7위), 외과의사(8위), 피부과의사(10위)를 비롯해 임금 높은 직업 30개 중 의사는 13개에 달했다(치과의사, 한의사, 의대교수 포함).

고용정보원이 올해 4월 발표한 '2020 한국 직업 정보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상위 10개 직업 중 기업 고위임원(8위)을 제외하고 나머지를 모두 의사가 차지했습니다. 이비인후과, 성형외과, 피부과, 외과, 안과, 산부인과, 정신과, 비뇨기과, 내과 순입니다. 11~20위 사이 직업 중 항공기조종사(12위), 대학총장(14위), 금융관리자(17위)를 제외한 7개 직업이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였습니다. 고소득으로 분류되는 변호사는 21위를 기록했습니다.

 

의사 소득 고공행진.... 입시·노동시장 바꿔야


의사 소득이 급속도로 늘어난 이유는 뭘까. 의사 수는 적은데 국민 의료이용 건수는 전 세계적으로 많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임상 의사 수는 2.5명(한의사 포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3.7명에 한참 못 미칩니다. 

반면 국민 1인당 외래진료 횟수는 연간 14.7회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많았습니다. OECD 평균(5.9회)의 2.5배 수준입니다. 진료수가는 낮지만 1인당 진료 횟수가 많아 고수익이 보장되는 셈입니다. 특히 최근 수년간 국민건강보험 보장성이 급속히 강화되면서 의사들의 근무시간, 보수가 동반 상승했습니다.


이 때문에 최상위권 수험생들의 의대 쏠림을 막기 위해 대입제도, 고용시장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전공선택의 관점에서 본 대졸 노동시장 미스매치와 개선방향' 보고서에서 "자연이나 공학 계열의 적성을 가지고 있고 이를 통해 사회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 때문에 의대를 선택하는 현상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대학 신입생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서 실제로 확인된다"며 "여러 가지 이유로 정부에서 직접 통제하고 있는 보건 같은 특수 전공의 경우 해당 분야 전문가와 함께 사회 전반적인 시각에서 정원의 적절성을 정기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령화와 함께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의료 분야의 경우 증원이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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