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하나금융지주가 핵심 자회사인 은행과 비은행 주력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전격 교체하는 물갈이 인사를 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사모펀드 사태와 사법 리스크를 이유로 '세대교체'를 선언한 만큼,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조기 물갈이 인사에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13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어 하나은행과 하나증권, 하나카드 등 주요 자회사 CEO를 신규 선임했다.
◆ 이승열 하나은행장 후보 '외환-하나' 통합 상징
하나은행장에는 이승열 하나생명보험 사장이 추천됐다. 이 후보자는 외환은행 출신이다. 지난 2015년 외환은행과 합병한 이후 최초의 외환은행 출신 CEO가 됐다.
그룹에서 절대적인 포지션을 차지하는 은행에서 옛 하나은행과 서울은행, 외환은행의 화학적 통합을 기대할 대목이다. 이 후보자는 그동안 재무와 전략 등 은행의 방향을 정하는 경영기획부장을 맡아 함 회장과 손발을 맞춰왔다.
그동안 서울은행 출신들이 그룹을 지배하는 인상이 강했다. 지난 2002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10년을 역임한 김정태 하나금융 전 회장이 서울은행 출신으로 하나은행장을 거쳤다. 하나-외환은행 통합 후 초대 은행장도 함영주 현 회장으로 서울은행 출신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신임 행장의 경우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진정한 통합의 의미로 바라봐달라"고 촌평했다.
◆ 금융권 물갈이 인사에 함영주 회장 자리도 '흔들'
함영주 회장이 예상과 다르게 조기에 은행장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무엇보다 최근 금융권 인사 분위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관료들의 금융권 진출이 많아지는 분위기도 역력하다. KB, 신한, 하나 등 비교적 오너십이 작동하는 것으로 평가받던 은행들도 여러 이유로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신한금융 조용병 회장이 예상치 못한 용퇴 선언을 하면서 불에 기름을 붓는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 무엇보다 조 회장이 용퇴의 이유로 설명한 '사업리스크에 따른 조직 불안정 가능성'이다. 용퇴의 가이드라인처럼 제시된 이 사안은 사법 리스크를 안은 CEO들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함 회장은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금융감독원에서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 처분을 받았다. 이후 금융감독원에 문책경고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금감원과 소송 중이다. 지난 1심에선 패소했다. 2심은 내년 2월에 있을 예정이다.
당시 재판부는 "하나은행과 함영주 전 은행장 등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일부 사유를 제외하고는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한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를 위반했다"며 "불완전판매로 인한 손실 규모가 막대하고, 원고들이 투자자 보호 의무를 도외시하고 기업이윤만을 추구하는 모습은 은행의 공공성과 안전성에 대한 신뢰와 신의를 저버린 것이므로, 임원진은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함 회장이 연말 관치 태풍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직의 CEO 인사를 조기에 단행한 것이 아니냐고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룹 주요 회사의 인사를 통해 조직 기강을 다잡고, 외풍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포석을 기대한다는 얘기다.
어쨌든 예상과 다르게 앞당겨진 CEO 인사가 신한금융의 세대교체와 맞물려 금융권의 해석이 많아지고 있다. 전체적으론 신한금융에 이어 NH농협금융 CEO 교체 등 잇따른 금융권 CEO 교체 흐름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는 분위기는 강해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의 이번 인사는 시기가 앞당겨진 데다, 예상 밖이었다"며 "금융권 CEO 자리에 관 출신이 거론되거나 추천을 받는 등의 얘기가 들려오는데, 함 회장의 사법 리스크를 금융당국이 어떤 무게로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따라 변수가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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