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올해 2월 말 기준 142.73~201.55%로 집계됐다. 5대 은행 모두 금융당국 규제 기준인 80%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외화 LCR은 향후 30일 동안 예상되는 외화 순유출액에 대비해 은행이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고유동성 외화 자산을 얼마나 확보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비율이 높을수록 외화 유동성이 안정적이라는 의미다.
외화 운용 여력이 양호함에도 은행권이 기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돌파하는 등 등락폭이 매우 커졌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3.9원 내린 1493.6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전날엔 17년 만에 처음으로 장중 150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전쟁 장기화 여부와 국제 유가 수준에 따라 환율 변동성이 추가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환율 상승 압력이 계속되면 금융사의 자본 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환율이 오르면 외화 자산의 원화 환산 가치가 커져 위험가중자산(RWA)이 확대되고, 이에 따라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하방 압력을 받게 된다.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환율이 10원 상승하면 CET1 비율이 0.02%포인트 정도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환율 변동성 확대에 은행권의 재무 건전성과 자산 관리 부담이 커지면서 각 그룹들은 건전성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KB금융은 투자손익을 제외한 외화 환산 손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환헤지를 실시하고, 각 계열사의 외환 포지션을 고려해 그룹 차원의 노출도를 관리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CET1,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등 자본적정성 지표 관리를 위해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 지표를 도입했다.
신한금융은 원·달러 환율이 전일 대비 2.5%, 10일 이내 5% 이상 상승할 경우 위기라고 판단하고 임계점 수준별 대응 방안을 마련해 점검하고 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도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해 외화 유동성과 자금시장 상황을 점검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서고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당분간 예측이 어려운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리스크 점검을 강화하고 기업 자금 수요 확대 가능성에 대비하는 등 그룹 차원의 대응이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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