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학부모 부담을 낮추기 위한 교복 제도 손질에 나섰다. 비싸고 활용도가 낮다는 지적을 받아온 정장형 교복을 점진적으로 폐지하고, 대신 생활복·체육복 중심 체제로 전환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교복 지원금 제도 역시 현실에 맞게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바닥에 펼쳐진 교복들. 자료사진. / 연합뉴스
교육부는 ‘교복가격 개선·관리 강화 방안’을 지난 26일 발표했다. 핵심은 정장 형태의 정복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생활복과 체육복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현재 학교에서 활용되는 교복은 정복, 생활복, 체육복 등으로 나뉘는데, 이 가운데 가격 비중이 가장 큰 것은 정복이다. 정복이 빠질 경우 전체 교복 비용을 낮출 여지가 커진다.
실제 사례는 이미 나오고 있다. 서울 종로구의 한 고등학교는 정장형 교복을 없앤 뒤 지난해 기준 동·하복 한 벌 가격을 7만4000원 수준으로 낮췄다. 서울시가 책정한 입학 지원금 30만원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이다. 정장형 교복을 유지할 때와 비교하면 학부모 체감 부담이 크게 줄어드는 구조다.
'우리 학교는 후드티가 교복' / 연합뉴스
경기 김포 운양중학교는 올해부터 정장 대신 생활복을 채택했다. 동·하복과 후드집업을 포함해 총 9세트를 경기도 교복지원금 40만원 범위 안에서 제공했다. 지원금 안에서 무상 교복을 실현한 셈이다. 정복 중심 체제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사례다.
정장형 교복은 1920년대 도입돼 1980년대 초반까지 이어졌다. 1983년 교복 자율화 정책이 시행되며 상당수 학교가 정장형 교복을 폐지했지만, 탈선 우려와 평상복 구매에 따른 가계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3년 만에 부활했다. 이후 2000년대 들어 ‘교복도 패션’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디자인이 세분화됐다. 몸매를 강조하거나 색상을 다양화한 교복이 등장했고, 고급 원단 사용을 앞세운 마케팅도 늘었다.
이 시기 교복 가격은 급등했다. 주요 브랜드는 유명 아이돌을 모델로 기용해 광고를 확대했고, 유통·제작 단계가 복잡해지면서 가격에 거품이 붙었다. 2006년에는 동복 한 벌 가격이 25만원 안팎까지 오르며 당시 양복 한 벌과 맞먹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입찰 담합 문제도 적발됐다.
정장 교복 대체하는 생활복. / 연합뉴스
20년이 지났지만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학교마다 다른 디자인 제작, 수입 원단 사용, 복잡한 유통 과정이 이어지고 있고, 상당수 학교가 여전히 정장형 교복을 채택하고 있다. 교복값이 ‘등골 브레이커’라는 오명을 벗지 못한 배경이다.
활용도 문제도 지적된다. 정장형 교복은 입학식이나 졸업식 같은 공식 행사 때만 입고, 평소에는 생활복이나 체육복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활동성이 떨어지고 세탁 관리가 까다롭다는 이유다. 학생 선호도가 생활복·체육복으로 기울면서 학교 현장 분위기도 변하고 있다.
학교 체육복들. / 연합뉴스
교육부는 일괄 폐지가 아닌 ‘유도’ 방식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설세훈 기획조정실장은 교육부가 정장형 교복을 없앤다고 해서 즉시 전면 폐지되는 것은 아니며, 시도교육청과 각급 학교가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활용도가 낮고 구매 부담이 큰 만큼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점진적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방안이 실제 현장에 얼마나 빠르게 확산될지는 시도교육청과 학교의 판단에 달려 있다. 이미 일부 학교는 생활복 체제로 전환해 지원금 범위 안에서 무상 제공을 실현했다. 반면 전통과 상징성을 이유로 정장형 교복을 유지하려는 학교도 적지 않다.
결국 관건은 비용과 실효성이다. 지원금 안에서 충분한 세트를 제공할 수 있는지, 디자인 단순화와 유통 구조 개선이 병행되는지에 따라 학부모 체감도는 달라질 수 있다. 정장형 교복이 단계적으로 줄어들 경우, 학생들이 일상적으로 입게 될 것은 생활복과 체육복 중심의 편한 교복이다. 교복 정책의 방향이 ‘격식’에서 ‘실용’으로 이동하고 있다.
폐지 수순으로 가는 정장 교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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