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의 정적인 공기를 단숨에 깨워버리는 건 작품이 아니라 그녀의 존재감이다. 유승옥이 어깨선을 과감하게 드러낸 오프숄더 니트로 한층 드라마틱한 무드를 자아낸다. 화장기 없는 투명한 얼굴과 대조되는 붉은 배경이 마치 치밀하게 계산된 팝아트의 한 장면처럼 다가온다.
어깨선 하나로 끝낸 미니멀리즘의 승리
거창한 액세서리 하나 없지만 시선은 멈출 기미가 없다. 몽글몽글한 질감이 살아있는 아이보리 톤의 니트는 자칫 부해 보일 수 있는 위험이 있지만, 한쪽 어깨를 슬쩍 내린 비대칭 연출로 쇄골 라인을 강조하며 그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덜어낼수록 아름답다'는 패션의 명제를 유승옥은 거울 셀카 한 장으로 증명한다.
청바지에 니트, 뻔한 조합을 뻔하지 않게 만드는 법
실루엣의 완급 조절이 영리하다. 상체는 보들보들한 니트로 부드러움을 주고, 하체는 탄탄한 화이트 데님으로 텐션을 잡았다. 상·하의 톤을 맞춘 '올 화이트' 배색은 자칫 평범해 보일 수 있지만, 로우 라이즈로 살짝 드러낸 허리 라인이 건강미를 더하며 룩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전시회를 보러 간 건지, 본인이 전시 중인 건지 헷갈릴 정도의 여유로운 애티튜드다.
필터가 왜 필요해? 민낯이 곧 장르가 되는 순간
화려한 조명보다 빛나는 건 그녀의 피부 결과 눈빛이다. 길게 늘어뜨린 흑발은 화이트 니트와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청초하면서도 관능적인 분위기를 동시에 뿜어낸다. 붉은 배경과 술병들이 즐비한 공간마저 유승옥이라는 캔버스 위에 놓이자 고전적인 정물화처럼 느껴진다. 아이템의 힘을 빌리기보다 본연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법을 아는, 고수의 스타일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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