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로 번진 트럼프式 자국우선주의, 삼성·SK 겨눈 美특허 소송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반도체로 번진 트럼프式 자국우선주의, 삼성·SK 겨눈 美특허 소송

르데스크 2026-02-25 18:35:52 신고

3줄요약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자국우선주의 기조가 심화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글로벌 성공가도에 경고등이 켜졌다. 현지 기업들이 제기한 지식재산권 소송에 미국 정부의 노골적인 자국 산업 보호 행태가 맞물리며 우리 기업들은 사법적 리스크에 직면했다. 이는 과거부터 지속돼 온 미국의 '자국 기업 밀어주기'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미국 반도체 기업 모노리식(MonolithIC 3D Inc.)이 SK하이닉스와 일본 키옥시아를 상대로 국제무역위원회(ITC)에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며 제품 수입 및 판매 금지를 요청했다. 20일(현지시간) 연방 관보에 따르면, 모노리식은 17일 이들 기업이 자사의 3D 반도체 기술 특허를 침해해 '관세법 337조'를 위반했다는 내용의 소장을 ITC에 접수했다.

 

미국 관세법 337조는 자국 산업의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무역 규제 장치다. 지식재산권 침해 등 불공정 무역 관행이 확인될 경우, 미국 내 수입 배제 명령이나 판매 중지 명령 등의 행정 제재를 시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다. 특히 조사 개시 후 통상 12~15개월 이내에 최종 판결이 내려져 피소된 기업에는 단기간 사법적 리스크로 작용한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3D 반도체 장치 및 구조와 관련된 특허 'US12035531'이다. 해당 특허는 메모리 층과 트랜지스터, 회로 구조 전반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모노리식은 ITC 제소와 별개로 지난 20일 텍사스주 동부 연방지방법원에도 소장을 제출하며 법적 공세를 구체화했다. ITC는 소장 접수 후 30일 이내에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하며, 조사가 시작되면 피소인은 통지일로부터 20일 이내에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

 

▲미국 기업들과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특허권 분쟁 타임라인.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미국 현지 기업들의 특허권 소송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넷리스트(Netlist)는 삼성전자를 상대로 소송전을 이어가며 국내 반도체 업계를 압박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넷리스트는 2020년 삼성전자와 파트너십 계약을 해지한 이후 메모리 기술 특허 침해를 주장하며 대규모 배상금 청구와 수입 금지 요청을 병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 동부지법에서 진행된 두 차례의 재판에서 잇따라 패소했다. 2023년 4월 배심원단은 5건의 특허 침해를 인정해 3억315만달러(약 4375억원)의 배상을 평결했고, 2024년 11월에는 DDR4 등 기술 침해로 1억1800만달러(약 1700억원)의 추가 배상을 결정했다. 지난해 12월에는 HBM과 DDR5 등 차세대 제품군으로 소송 범위를 확대했다. 현재 항소를 진행하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삼성전자와 구글 등을 상대로 수입 금지를 요청하는 등 법적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이번 소송들의 위험성이 부각되는 배경은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우선주의' 기조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보조금 중심의 '칩스법(CHIPS Act)'을 비판하며, 강력한 관세 정책과 압력을 통해 해외 기업들의 미 본토 공장 설립을 강제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해왔다.

 

실제로 미국 행정기관이 조사 기구인 ITC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례도 확인된다. 지난해 11월 미국 특허청(USPTO)과 법무부(DOJ)는 넷리스트 소송 사건번호(Dock No. 3854)와 관련해 ITC에 공동 선언문을 제출했다. 해당 성명에서 양 기관은 '공공의 이익'을 명분으로 특허 침해 제품에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리지 않는 것은 법적 원칙에 어긋나는 위법적 행위임을 지적하며 ITC의 강경한 행정 처분을 촉구했다.

 

▲레이건 행정부는 1985년 플라자 합의를 주도해 엔화 고평가·달러 저평가로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인위적으로 무력화했다. 사진은 레이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과거 미국 정부는 자국 산업이 위협받는 시기 환율 정책과 사법적 제재 등 국가 행정력을 동원해 시장 질서를 자국 기업에 유리하게 재편해왔다. 1990년 당시 NEC를 비롯한 6개 일본 기업이 공격적인 덤핑 전략으로 전 세계 D램 시장의 80%를 독점하자, 레이건 행정부는 1985년 플라자 합의를 주도해 엔화 고평가·달러 저평가로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인위적으로 무력화했다.

 

통상 부문에서 일본 반도체 산업에 대한 압박도 강화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의 제소와 마이크론의 반덤핑 소송을 기점으로 사법적 공세를 펴는 한편, 1986년 미·일 반도체 협정을 통해 일본 기업의 생산 원가 공개와 일본 내 외국산 점유율 20% 보장을 강제하는 규제를 단행했다. 이는 현재 반도체 산업을 향한 미국 현지 기업들의 전방위적 압박이 단순한 민간 분쟁이 아닌 국가적 차원의 전략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하지만 이러한 미국의 압박을 우리나라 경제 전체의 위기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이번 소송전이 "글로벌 선도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특허권을 의도적으로 침해했을 가능성은 낮다"며 "미국 법원의 판단에 당당하게 임하면 승소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 기업 간 분쟁이 아닌,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목적과 자국 이익 극대화를 위한 '전략적 압박'으로 분석하고 있다. 긍정적인 요소는 있다. 국내 기업의 기술력과 시장 지배력을 고려할 때, 미국 산업 역시 우리나라 반도체를 배제하고는 자국 내 산업 유지가 불가능한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미국 특허청(USPTO)과 법무부가 강경 조사를 주문하는 것은 향후 '슈퍼 301조'나 '관세법 338조' 등을 적용하기 위한 명분 쌓기용 조치다"며 "미국의 압박에도 독보적인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Copyright ⓒ 르데스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