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연기를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지금처럼 밝은 모습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입시 때 연기를 처음 접했을 때는 사람들 앞에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죠."
넷플릭스 시리즈 'D.P'에서 짧지만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얼굴을 알린 이후 '오징어 게임' 시리즈, 디즈니+ '북극성' '메이드 인 코리아', JTBC 드라마 '경도를 기다리며' 주연까지 독보적인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배우 원지안이 이렇게 말했다.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원지안을 만났다. 시즌1을 모두 공개한 디즈니+ '메이드 인 코리아' 에피소드 외에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메이드 인 코리아'는 1970년대 혼란과 도약이 공존했던 대한민국, 국가를 수익모델로 삼아 부와 권력의 정점에 오르려는 사내 '백기태'(현빈)와 그를 무서운 집념으로 벼랑 끝까지 추적하는 검사 '장건영'(정우성)이 시대를 관통하는 거대한 사건들과 직면하는 이야기다.
영화 '내부자들'부터 '남산의 부장들' '하얼빈' 까지 한국 시대극의 새로운 장을 연 우민호 감독의 첫 OTT 시리즈로, 뜨거운 호평과 함께 시즌1을 마쳤으며 현재 시즌2를 촬영 중이다. 원지안은 극 중 오사카 야쿠자 조직의 실세이자 로비스트 '이케다 유지' 역을 제 옷을 입은 듯 그려내 몰입도를 높였다. 시즌2에서 더 임팩트 있는 모습으로 극을 이끌 것으로 알려졌다.
원지안은 "'메이드 인 코리아' 제안을 받았을 때 야쿠자 조직에 몸담고 있다는 것과 일본어를 소화해야 하는 것에 부담이 있었다. 도전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라며 "감독님께서 저를 처음 봤을 때 차갑고 서늘하고 '칼' 같다고 느끼셨단다. 그렇게 지켜봐 준 감독님의 시선을 믿고 작품에 임했다"고 밝혔다.
이어 원지안은 "무엇보다 '이케다 유지'가 가진 기민함이나 예민함을 장면마다 조화롭게 녹여내려고 노력했다"라며 "감독님께서 외형적인 부분도 중요하게 생각 하셨다. 자세와 걸음걸이, 제스처 등을 열심히 연구했다"고 전했다.
또 원지안은 "일본어를 익히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어렸을 때부터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듣는 것은 어느 정도 되나 싶었지만, 말 하는 것은 완전히 처음이라 어렵더라. 입에 붙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었다. 촬영 현장에 상주한 선생님께 코칭을 받았지만 일본 배우들과 호흡을 맞출 때 늘 떨면서 촬영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원지안은 "일본 촬영 당시 대부분이 처음 경험하는 것들이었다. 부담감, 책임감이 따랐고 잘 해야 한다는 걱정이 많았다"라며 "자연스럽게 체중 변화가 생기더라. 살면서 처음 보는 숫자였다. 약 5kg 정도 빠졌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앞서 '메이드 인 코리아'를 연출한 우민호 감독은 원지안이 시즌2에서 장검 액션을 펼칠 것이라고 스포했다. 이와 관련해 원지안은 "그걸 말씀 하셨냐"라고 웃으며 "애초 감독님이 처음부터 제 이미지를 보고 칼, 철 등을 이야기 하셨다. 장검까지 나오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장검은 처음 다뤄 봤지만 워낙 몸 쓰는 걸 좋아해서 열심히 연습중이다. 체력을 끌어 올리려고 다른 운동도 병행중이다"라고 말해 기대를 더했다.
특히 원지안은 극 중 비즈니스 관계인 '백기태'를 연기한 현빈과 주로 호흡을 맞췄다. 그는 "촬영장에서 현빈 선배를 보면 '백기태'가 살아서 움직이는 듯 했다. '이케다 유지'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굉장히 좋은 영향을 받았다"라며 "프리단계에 미리 해석하고 들어갔지만 선배와 호흡을 맞추면서 더 많이 배웠다"고 밝혔다.
이어 원지안은 "현빈 선배에게선 늘 여유가 느껴졌다. 감독님과 전작 '하얼빈'부터 연속으로 작업하지 않았나. 그 익숙함과 여유를 상대 배우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나눠 주시더라. 항상 배려 해 주셨다"라며 "훗날 '현빈'과 같은 선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많은 경험이 쌓일 때 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2021년 'D.P.'로 얼굴을 알린 원지안은 데뷔 1년 만에 드라마 '소년비행'에서 주연을 맡았다. 이후 '오징어 게임'부터 '메이드 인 코리아'까지 톱배우들 사이에서 임팩트 있는 모습으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하며 글로벌 스타로 떠올랐다. 이제 겨우 데뷔 5년차다.
원지안은 "그동안 저를 찾아준 분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운이 따랐고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노력해 주셨다"고 공을 돌렸다.
이어 "경력에 비해 대단한 선배들을 뵐 수 있었다. 값진 경험을 한 것"이라며 "정말 보람차다. 결코 혼자 잘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경도를 기다리며' '메이드 인 코리아' 모두 많은 배려와 도움을 받으면서 찍었다"고 떠올렸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경도를 기다리며'에서는 원지안의 또 다른 얼굴도 볼 수 있었다. 그는 "그동안 짧고 굵은 모습으로 저를 기억하는 분들이 많았다. 긴 호흡의 드라마로 인사 드렸더니 다르게 봐 주시더라. 무엇보다 밝고 통통 튀는 모습이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웃었다.
원지안은 "아직 경험이 적어서 도전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장르 자체에 한계를 두고 싶지 않다"라며 "다만 지금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인물을 연기했다. 제가 경험하지 못한 세월을 연기하면서 '잘 하고 있나' 고민할 때도 있었다. 그래서 앞으로는 제 나이에 맞는, 공감할 수 있는 인물도 연기하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길지 않은 시간, 여러 작품을 경험하면서 터득한 것도 있다. 원지안은 "원래 이것저것 잘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캐릭터를 준비할 때 상상을 많이 하고 해석도 여러 갈래로 하곤 했다. 학창시절부터 분석하는 걸 좋아했던 것 같다"라며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에 설렘도 있지만 늘 두려움이 따른다. 그래서 많이 생각하고 대비하는 편이다. 지난 몇 년 동안 '피부로 느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경험을 통해 자신감이 조금 붙었다. 생각을 덜어내고 편안한 마음으로 작품에 임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원지안은 "'성장'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해마다 연기에 임하는 태도가 조금씩 달라지더라. '소년비행' 당시에는 너무 진지했다. 그로 인해 스트레스가 많았다"라며 "20대 때는 항상 잘 해내야 한다는 미션 같은 마음으로 연기에 임했다. 그럴 때마다 '나와 안 맞나' '배우를 하기엔 무리인가'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원지안은 "활동하면서 '연기' 하는 일이 '나'를 구했을 수도 있겠다고 여겼다. 입시 시절만 해도 사람들 앞에서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다. 지금처럼 밝지도 않았다"라며 "배우가 된 이후 다양한 연령층 사람들을 만나면서 또래에 비해 빨리 사회성을 기를 수 있었고 성격도 점점 밝아졌다. 그러면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압박이나 불안을 섬세하게 다뤄 나가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고 했다.
심적으로 체력적으로 지칠 때도 있었다. 원지안은 "매일매일 촬영해야 했고, 감정적인 소모가 많은 작품도 여럿이었다. '메이드 인 코리아'를 마치고 '경도를 기다리며'를 촬영하기 직전에 명상을 시작한 것이 도움이 됐다. 어느 순간 행운의 돌멩이가 연못에서 '퐁'하고 떠오르듯 회복이 됐다.
마지막으로 원지안은 "'기대 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제가 출연한 작품이 늘 보고 싶고 궁금해지면 좋겠다"라며 "이전에는 맡았던 역할과 관련해 칭찬 해 주셨는데 '경도를 기다리며' '메이드 인 코리아'는 '작품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 주시더라. 너무 좋았다. 모두가 다함께 열심히 만든 이야기가 잘 전달 됐다고 생각하니 보람차더라. 항상 제가 하는 작품이 기대될 수 있도록 정진하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한편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는 하반기 공개될 예정이다.
뉴스컬처 노규민 pressgm@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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