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주가 하락’ 공식 깨지나…정부 ‘서학개미’ 붙잡기 총력 [한양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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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주가 하락’ 공식 깨지나…정부 ‘서학개미’ 붙잡기 총력 [한양경제]

경기일보 2026-01-19 17:40:1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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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이틀째 소폭 상승한 19일 서울 명동 환전소에 외화 시세가 게시되어 있다. 이날 오전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474.0원에서 출발해 1,474∼1,475원 부근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이틀째 소폭 상승한 19일 서울 명동 환전소에 외화 시세가 게시되어 있다. 이날 오전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474.0원에서 출발해 1,474∼1,475원 부근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코스피 5000 달성과 환율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서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의 해외 투자 과정에서 달러화가 빠져나가는 흐름을 완화하고, 이 자금 수요를 국내 주식시장으로 돌리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이 같은 고민은 환율 전망에서도 드러난다.

 

19일 NH투자증권은 연평균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기존 1420원에서 144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올해 역시 고환율 기조를 피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0.10원 오른 1473.7원에 거래를 마쳤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강세에 따른 외국인 주식 순매수가 나타나더라도, 내국인의 해외 투자 확대에 따른 달러화 수요 증가 영향이 더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고환율이 주가 지수 상승세를 제약하는 힘은 과거보다 크게 약해진 모습이다. 한때는 ‘고환율=주가 하락’이 공식처럼 받아들여졌지만, 최근 시장에서는 이 같은 인식이 흔들리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 투자로 거둔 수익이 원화 가치 하락으로 환차손을 입는 구조가 더 이상 절대적인 변수로 작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이 고점권에 머무는 상황에서도 코스피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환율 변동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구조적으로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글로벌전략 연구원은 “주가와 환율의 관계가 2023년 이후 구조적으로 달라졌다”며 “원화 약세가 곧바로 주가 악재로 연결되던 국면은 이미 지났다”고 진단했다. 허 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원화 가치는 정부 개입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왔지만, 코스피는 상승 흐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는 국내 기업이익의 결정 요인이 과거 글로벌 경기 중심에서 AI 투자 확대와 공급망 재편 등 산업 구조 변화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전력기기, 조선 등 주요 업종은 단기 환율보다 중장기 수요와 산업 사이클에 더 민감해졌다는 설명이다.

 

다만 환율 영향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 허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상승 폭이 연간 기준 70~80원 이상으로 확대되지 않는다면 시장에 심각한 충격을 줄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원화 약세 효과는 통상 6~9개월의 시차를 두고 기업이익에 반영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환율 안정 정책에 대해서는 ‘추세 전환보다는 속도 조절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말 이후 외환 스와프 확대, 외환건전성 부담금 완화 등 다양한 대책이 잇따라 발표됐지만, 해외 투자 확대에 따른 자금 유출 흐름 자체를 근본적으로 되돌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1480~1500원대에 근접할 경우 외환보유액을 활용한 시장 개입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환율 관리 초점은 금융권으로 옮겨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5일 달러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주요 생명보험사 담당 임원을 소집해 판매 현황과 내부 통제 실태를 점검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앞서 시장 점검 회의에서 “외화 예금과 외화보험 증가로 환율 변동에 따른 금융소비자 손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과도한 마케팅 자제를 주문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달러보험은 보험료 납입과 보험금 지급이 모두 달러로 이뤄지는 상품으로, 환율 변동에 따라 원화 기준 수익과 손실이 크게 달라진다. 고환율이 이어지면서 환차익을 기대한 투자 수요가 몰렸고, 실제 판매 지표도 급증했다. 외화보험을 취급하는 4개 생명보험사의 달러보험 신계약 건수는 1년 새 약 3배 늘었고, 같은 기간 초회보험료도 50% 이상 증가했다.

 

금감원은 이러한 증가세를 단순한 자산 배분이 아닌 ‘환율 상승 기대에 따른 투자성 수요’로 보고 있다. 판매 과정에서 환율 변동 위험이 충분히 고지됐는지, 고객 적합성·적정성 원칙이 지켜졌는지를 집중 점검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검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학개미들이 주로 투자해 온 ETF 상품군을 국내에서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같은 맥락이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달러화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금융위원회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개별 종목의 일일 수익률을 2배 이상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와 코스피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ETF 도입을 검토 중이다. 현재는 규제로 인해 출시가 불가능하지만, 글로벌 시장과의 정합성을 이유로 규제 완화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당국 안팎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을 두고 고환율 국면에서 해외 투자로 유출된 자금을 국내 증시로 되돌리려는 시도로 해석하고 있다. 코스피가 이날 4900선을 넘으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음에도, 개인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가 올해 들어서만 4조원에 육박하고 있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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