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김소현 기자] 지방 소멸위기 시대에 지역 균형발전은 가장 중요한 국가적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국 19개 국공립대로 구성된 국가중심 국공립대 총장협의회의 정책 제언이 주목된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면서도 지역 균형발전 정책 성과를 이뤄낼 수 있는 고등교육정책의 해법이 될지 대학가의 이목이 쏠린다.
국가중심 국공립대 총장협의회(회장 송하철 국립목포대 총장, 이하 국중협)는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캠퍼스 혁신도시 20개 만들기’ 정책을 국정기획위원회에 최근 제안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에 공감하면서도 중소도시 중심의 대학 혁신 모델을 병행해야 실효성 있는 지역균형 발전이 가능하다는 게 국중협의 주장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이재명 정부의 핵심 고등교육 정책으로 평가받는다. 서울대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을 전국 주요 권역에 분산 배치해 대학 서열화를 완화하고, 학문적 다양화를 실현하겠다는 취지다. 지난 대선에서 서울대 10개 만들기 추진위원장을 맡은 이진숙 전 충남대 총장이 최근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로 임명되면서 해당 정책을 중심으로 이재명 정부의 지역균형 발전안이 속도를 낼 수 있을지 더욱 관심이 쏠렸다.
다만, 심도 깊은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주력 산업을 밀착 지원하는 중소도시 국립대를 동시에 양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단순한 대학 상향평준화식 접근으로는 지방 소멸의 구조적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인식에서다. 국중협은 지역에 뿌리내리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선 국가중심 국공립대의 역할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서울대 10개 만들기’에서 한 걸음 더… 지역 주력 산업 성장 지원하는 중소도시 국립대 역할 ‘강조’ =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9개 광역지자체의 거점국립대를 육성해 지역 균형 발전을 이루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1교당 연간 3000억 원 수준의 집중 투자를 통해 서울대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을 전국 주요 권역에 배치하고 지역 인재의 수도권 유출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한 교육기관의 서열화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이를 완화하는 구체적인 정책이라는 측면에서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높은 평을 받는다. 또한 OECD 국가 중 고등교육 교육비가 초·중등교육보다 적은 유일한 국가로서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예산 집중 지원 방식은 고등교육 재정의 건전성을 높인다는 점에서도 높이 평가된다.
다만, 심도 깊은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서울대 수준의 연구중심대학 육성만으로는 지역 주력·미래 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송하철 국가중심 국공립대 총장협의회 회장은 “서울대 등의 연구중심대학은 미래 기술을 연구하는 곳으로, 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며 주력 산업을 밀착 지원하는 기능과는 거리가 있다”며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대도시 중심 공약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더해 산업 거점에 있는 중소도시를 포함해 캠퍼스 혁신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고등학교 졸업생들의 ‘서울 쏠림’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으로 일정 부분 효과가 기대되지만, 청년의 지역 정주를 돕고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지역 주력 산업과 직접 연계된 중소도시 국립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국중협은 지방국립대와 중소도시 대학을 활용한 일본과 독일의 사례를 예시로 들었다. 일본은 균형적인 국립대 체계를 위해 47개 도도부현에 최소 1개 국립대와 1개 의대를 배치하는 등 국가중심 국공립대를 지역산업과 밀착시키는 정책을 펴낸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방국립대는 의료·교육·복지·산업기술 지원 등 전방위적 측면에서 역할을 해내며 지방 소멸을 저지하는 효과를 보였다.
독일은 이른바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강소기업)’을 활용한 지역경제 활성화 전략을 취해 가시적 성과를 만들었다. 히든 챔피언 생태계 안에서 대학은 맞춤형 고급 인재를 공급하고, 전문직업과 평생교육의 허브 역할을 담당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을 받는다. 이처럼 대학이 초니치 기술 연구소·시험센터를 제공하고, 지자체가 직업교육과의 연계를 지원하면 국내 맞춤 ‘지역형 히든 챔피언’을 육성할 수 있다고 국중협은 분석했다.
■ 국중협, ‘캠퍼스 혁신도시 20개 만들기’ 제안… 중소도시 국립대 캠퍼스 육성해야 = 이에 국중협은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더불어 중소도시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캠퍼스 혁신도시 20개 만들기’ 정책을 국정기획위원회에 제안했다. 거점국립대가 국가 미래 과학기술 연구의 역할을 수행한다면, 중소도시 국립대는 지역 주력 사업의 성장과 미래산업 연구를 이끌어 지역균형 발전을 이뤄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구체적으로 국중협은 서울대 10개 만들기, 1도 1국립대 정책과 병행해 국립대 중심 자족형 ‘캠퍼스 혁신도시’를 20곳 지정할 것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공공기관 중심 1세대 혁신도시에서 나아가 연구·교육 중심의 2세대 혁신도시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진단했다.
또한 지역 주력 산업에 특화된 연구소를 지정·육성해 1개 캠퍼스 혁신도시당 연간 1000억 원을 투자할 것을 제안했다.
지역소멸 방지를 위해 대기업과 우수연구소 및 지원기관을 중소도시로 이전·유치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국중협은 “지역산업의 성장에는 대기업의 지역 유치가 가장 확실한 대안”이라며 “대기업 지역 유치에 필요한 재정 지원과 규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따라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으며, 대학과 기업의 협업을 기반으로 ‘청년이 남아있는 지역’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 국중협 측의 설명이다.
국책 연구기관과 공공기관을 중소도시 대학 캠퍼스 내에 설치해 공동 연구와 기술 이전이 가능한 R&D 허브로 구축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됐다. 특히 국중협은 ‘서울보다 나은 지방도시’를 위해서는 청년과 지역민을 위한 의료·복지·문화 기반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 단독이 아닌, △기재부 △과기부 △산업부 △복지부 △문체부 △국토부 등과 연계된 정부 지역균형 발전 통합패키지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등교육 재정 확보 및 고등교육 발전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의 필요성도 제시됐다. 국중협은 장기적으로 최소 OECD 국가 평균 수준 이상의 고등교육 재정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1도 1국립대를 추진할 수 있도록 통합대학 거버넌스를 개선해 궁극적으로 캠퍼스, 재정 등의 측면에서 자율성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점도 짚었다.
이를 통해 지역 주력 산업과 미래 산업을 키우고 중소도시에 청년이 남아있는 지방 캠퍼스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 국중협 측의 설명이다.
송하철 회장은 “중소도시나 산업 거점에 있는 대학은 국가중심 국공립대를 포함해 특히 잘하는 분야가 존재한다. 이러한 기술중심대학을 20개 정도 길러내 주력 산업을 중심으로 연구중심대학과 똑같이 지원하자는 이야기”라며 “지역 균형 발전이 면밀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중소도시에 있는 산업 거점들도 캠퍼스를 중심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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