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대전에서 세입자 90명의 보증금 62억원을 가로챈 후 미국으로 도망가 호화생활을 해온 것으로 전해진 40대 전세사기범 부부가 검거돼 최근 한국으로 송환됐다. 이들의 얼굴은 미국 연망 이민세관국(ICE)가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달 24일 공개했다.
ICE가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이들은 40대 남모 씨와 최모 씨 부부다. 지난 2019년 4월부터 2023년 4월까지 대전시 일대에서 자기 자본 투자 없이 금융권 대출과 임차보증금을 통해 다가구주택 11채를 매수한 뒤 일명 '깡통 전세사기'를 친 혐의로 한국에서 수배된 뒤 ICE 집행송환 작전팀(ERO) 시애틀 사무소를 통해 체포됐다.
경찰청은 인터폴, 미국 국토안보수사국·외교보안국 등과 공조해 깡통 전세사기 피의자 2명을 검거해 2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송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전월세 계약을 희망하는 피해자들을 상대로 우선순위로 임차보증금을 축소해 허위로 알린 것으로 조사됐다. 마치 전세보증금을 충분히 반환할 수 있는 것처럼 피해자 90명을 속여 62억원을 뺏은 것이다. 이후 이들은 지난 2022년 9월 경찰 수사를 피하고자 미국으로 도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부부는 남씨 소유의 대전 다가구주택 3채를 이용해 피해 세입자들에게 선순위 보증금을 속이는 수법으로 전세 계약을 체결한 뒤 계약 만료일이 도래한 세입자들의 연락을 받지 않고 잠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2년 8월 19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국제공항으로 이들은 미국에 입국한 것으로 조사됐다. 애틀랜타에 남씨의 언니가 거주하고 있었으며, 이 부부는 애틀랜타 고급 주택가에 거주하면서 아들을 펜싱클럽에 보내는 등 여유로운 생활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망이 좁혀오자 이 부부는 애틀랜타에서 시애틀로 도주해 도피 생활을 이어갔지만 남씨의 언니에 대한 신상 정보가 온라인을 통해 알려지게 되고 이 부부에 대한 목격담도 속속 나왔다고 전해졌다.
경찰청 국제협력관은 지난해 8월 수사 관서인 대전경찰청 반부패수사대로부터 공조 요청을 접수한 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발부받아 피의자들에 대한 추적에 나섰다.
지난 2월에는 미국 국토안보수사국 한국지부(HSI), 미국 외교보안국 서울지부(DSS),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 등과 공조 채널을 구축해 피의자들의 합법적인 현지 체류자격 상실을 추진했다.
지난 7월 피의자들의 거주지역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추방 담당 기관인 집행·퇴거운영국(ERO)에 긴급 공조를 요청했고, 도피 2년 만인 지난 9월 은신처 근처 차량에 접근하는 피의자를 포착해 검거했다.
연방 이민법원은 이 부부에게 자진 출국 명령을 내렸으며 지난달 ERO 시애틀팀과 한국 관계자들의 호송으로 한국으로 송환됐다.
한편, 피해자 중 한 명인 50대 남성이 이들에게 전세보증금 8000만원을 사기당한 후 지난해 6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세입자의 전세금을 받아 소액 자본으로 집을 사는 갭투기의 특성상 전세사기에는 상대적으로 집값이 낮은 집들이 활용된다. 그래서 피해 역시 젊은 세대나 상대적으로 재산이 적은 가구에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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