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60원을 넘어서면서 수출 중심의 한국 산업계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과거에는 원화 가치 하락이 수출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현재의 상황은 그와는 정반대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27일 수출업계에 따르면 고환율의 지속은 기업들에게 원자재 수입 비용 증가와 달러로 결제하는 부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이는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 등 주요 산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특히 환율 상승으로 인해 반도체 업계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건설 중이지만, 강달러가 지속될 경우 이들 기업의 투자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산업 역시 과거와 달리 외국 생산 비중이 높아지면서 강달러로 인한 이익보다 비용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과거의 수출 호재 공식이 무너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배터리 산업에서도 고환율의 여파가 뚜렷하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주요 기업들은 미국에 공장을 신설하거나 증설하고 있지만, 증가하는 달러 부채와 원자재 비용 상승으로 인해 재투자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면서 원화 부채가 자연스럽게 증가해 앞으로의 계획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보편적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대미 수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저하될 것이며, 대미 수출이 13.1%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대미 수출은 한국 전체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어, 이 부분의 위축은 전체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환율 상승에 따른 원자재 비용 증가도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철강업계는 철광석과 원료탄 등의 수입 가격 상승으로 인해 큰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매일 환율 변동을 체크하며 비용 산출을 새롭게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원화의 실질 가치가 하락할 경우 대규모 기업의 영업이익률이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들이 가격 경쟁에서 기술 경쟁으로 전환하면서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매출 증대 효과가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고환율 상황 속에서 기업들은 경영 전략을 재조정하고 있으며, 내년도 경영 전략 회의에서도 강달러의 영향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생산 기지를 해외로 이전하고 있지만, 이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해외 생산 기지를 두고 있는 기업들이 달러 부채를 늘리게 되면 환율이 오를 때마다 부담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수출 기업들은 고환율로 인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 같은 상황은 단순한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경제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업들은 내년도 경영 전략을 세울 때 강달러가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야 하며, 정부의 신속한 대응과 지원 또한 절실한 상황이다.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