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치 불확실성과 글로벌 달러 강세가 맞물리면서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조만간 1500원을 돌파할 가능성을 경고하며 시장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8.4원 오른 1464.8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 인한 금융위기였던 지난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환율은 1455.2원으로 출발했으나 상승세로 전환, 장중 1465.9원을 기록하며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환율 상승의 주요 요인 중 하나는 국내 정치 불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이어, 26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며 정국 혼란이 가중됐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이날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을 여야 합의가 도출될 때까지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즉시 탄핵안을 발의하고,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은 투자 심리를 악화시키고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대한 매파적 발언으로 강달러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연준은 올해 마지막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0.25%포인트) 인하했으나 내년 금리 인하 횟수를 기존 4회에서 2회로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달러 가치는 급등하며 달러인덱스가 108을 기록, 2022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을 보이다.
달러 강세의 영향으로 아시아 통화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157엔대, 달러·위안 환율은 7.30 위안대에서 거래 중이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내년 초 1500원을 넘어설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과 트럼프 2기 정책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환율 상단이 내년 1~2월 1500원까지 열려 있다”고 전망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 역시 “심리적 저항선이 이미 무너진 상황에서 환율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강달러 심화와 국내 정치 리스크가 맞물려 환율의 하방 경직성을 강화하고 있다”며 “환율이 일시적으로 1500원을 돌파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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