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는 전장보다 8.4원 오른 1464.8원을 기록했다. 주간 거래 종가 기준 글로벌 금융위기 후 첫 1460원 돌파다.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원 내린 1455.2원으로 출발했으나 한 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 방침을 밝히고 야권이 반발하는 과정에서 정국 혼란이 고조되자 바로 상승폭을 키워 오전 10시 21분 1465.5원까지 치솟았다. 연말을 맞아 거래량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자 폭등한 것으로 해석된다.
원화 가치의 약세 폭은 달러 강세 폭보다 컸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지난주 108대로 올라선 이후 비슷한 수준에서 등락하고 있다.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108.15 수준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내년 금리 전망과 '트럼프 2기' 경제 정책 전망이 반영돼 주요국 통화에 견줘 강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원화 고유 약세 영향이 더 크게 반영된 것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위원은 "달러화지수가 변화를 보이지 않는데 원화 가치만 하락했다"며 "국내 리스크가 강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연구위원은 "국가 신인도와 외국인 자금 흐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한국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은 물론 국내 신용 스프레드가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외국인이 바라보는 한국에 대한 시각이 악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서울 외환시장 딜러들과 전문가들은 환율을 1500원까지는 열어둬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원화 강세 요인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 오르기만 하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당장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려면 외국인이 바라보는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완화돼야 한다"며 "탄핵정국 불확실성이 더 커진다면 예상보다 조기에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이코노미스트도 "환율이 하락하기 위해서는 미국 경기 우려가 불거지면서 달러가 약세 전환하는 경로가 유일하다"며 "내달 20일 트럼프 취임 전까지 환율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1500원대도 열어둬야 한다"고 분석했다.
고환율과 정치적 갈등 고조에 투심이 위축되면서 외국인이 대량 매도에 나서자 코스피와 코스닥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코스피 지수는 전장(24일)보다 10.85포인트(0.44%) 내린 2429.67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4.47포인트(0.66%) 내린 675.64에 장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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