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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최씨가 제기한 재심 기각 결정에 대한 재항고를 받아들여 재심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환송했다. 재판부는 최씨가 주장한 수사과정의 불법 구금 등 재심 청구 사유가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60년 전 최씨는 노모(당시 21세) 씨의 성폭행 시도에 저항하다 그의 혀 1.5cm를 절단한 혐의로 중상해죄가 적용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반면 가해 남성은 강간미수 혐의는 제외된 채 특수주거침입·특수협박 혐의만 적용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더 가벼운 형을 선고받았다.
당초 경찰은 최씨의 정당방위를 인정해 노씨를 강간미수, 특수주거침입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과 법원을 거치며 오히려 최씨가 ‘가해자’가 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대법원은 “최씨가 검찰 소환 시점인 1964년 7월 초부터 구속영장이 집행된 9월 1일까지 불법으로 체포·감금된 상태에서 조사받았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이는 검사의 직권남용에 의한 체포·감금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최씨의 진술은 재심대상 판결문, 당시 신문기사, 재소자인명부 등 직·간접 증거들과도 부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은 “불법 구금에 관한 재항고인의 일관된 진술 내용은 충분히 신빙성이 있고, 그 진술과 모순되거나 진술내용을 탄핵할 수 있는 다른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며 원심이 최씨 진술의 신빙성을 깨뜨릴 만한 반대 증거나 사정이 있는지 사실조사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은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은 대표적 사례로 형법학 교과서에도 실렸다. 법원행정처가 법원 100년사를 정리하면서 1995년 발간한 ‘법원사’에도 ‘강제 키스 혀 절단 사건’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최씨는 2018년부터 대두된 ‘미투 운동’으로 용기를 얻어 2020년 5월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의 도움을 받아 부산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그러나 부산지법과 부산고법은 “무죄로 볼 만한 명백한 증거가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최씨 측은 노씨의 혀가 잘렸는데도 정상적으로 병영 생활을 했다는 증거 자료를 토대로 항고했지만 또다시 기각됐다.
이번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부산고법은 최씨의 진술이 사실과 다르다고 볼 만한 새로운 사정이 드러나지 않는 한 재심 청구를 인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재심이 개시되면 당시 판결의 중상해죄 적용이 타당했는지, 정당방위로 볼 수 있는지 등이 새롭게 다퉈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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