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민혁이 1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런던으로 출국하기 전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인천국제공항|뉴시스
“헬로, 마이 네임 이즈 ‘민혁 양’.”
1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런던으로 출국한 ‘토트넘 맨’ 양민혁(18)의 짧은 영어 인사말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로 향하는 기대감과 설렘이 묻어났다.
양민혁은 올 시즌 K리그 최고의 신인이었다. 프로로 데뷔하자마자 리그 38경기에 모두 출전해 12골·6도움의 맹활약을 펼쳤다. K리그 최연소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를 올렸고, ‘이달의 영플레이어’도 통산 최다인 5차례나 거머쥐었다. 연말 시상식에서 K리그1 영플레이어상도 이변 없이 그의 몫이었다. 구단 역사상 최고 성적인 준우승(19승7무12패·승점 64)에도 앞장서며 완벽한 한 해를 보냈다.
이제 ‘꿈의 무대’로 향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모이는 EPL이다. 토트넘은 양민혁을 오랫동안 관찰한 끝에 잠재력을 높게 평가해 7월 계약했고, 내년 1월 1일 정식으로 등록할 예정이다.
양민혁은 시즌이 한창일 때 토트넘에 합류한다. 토트넘은 리그 10위(7승2무7패·승점 23)다. 상위권을 목표로 하는 구단이기에 앞으로 어느 경기 하나 허투루 치를 수 없는 상황이다. 양민혁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서두르지 않는다. 출국 기자회견에서 그는 “시즌 도중 팀에 들어가다 보니, 무리한다면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며 “내가 한국에서 시즌을 끝내고 오는 터라, 토트넘 측에서도 회복에 신경을 쓰라고 했다. 구단에서 미리 제공한 훈련 프로그램도 그에 맞춰져 있다”고 밝혔다.
데뷔전은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 토트넘은 최근 공격수들의 대거 부상과 빡빡한 일정 때문에 선수단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12일(한국시간) 펼쳐질 탬워스와 잉글랜드 FA컵 3라운드(64강) 원정경기에서 양민혁을 출전시킬 가능성이 크다. 상대는 5부리그에 속해 프로와 세미프로가 섞인 팀이라, 토트넘으로선 주축들을 쉬게 하고 어린 자원들을 실험해 볼 수 있는 기회다.
양민혁은 손흥민(32)과 한솥밥을 먹게 된다. 토트넘에서 10년차를 보내고 있는 레전드와 한국축구의 샛별이 같이 뛰는 장면은 국내팬들도 고대하는 그림이다. 양민혁은 손흥민에 대해 “많이 뵙지 못했다. 그래서 아직 ‘형’이라 부르기 어렵다. 토트넘에 가서 얘기를 더 나누고 친해진 다음 ‘형’이라 부르고 싶다”며 “형한테 많이 배우고,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대선배의 존재는 든든하지만, 적응은 본인의 몫이다. 양민혁은 “영어가 쉽지 않다. 배우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 하지만 가서 하다 보면 빠르게 실력이 늘 것 같다”며 취재진의 영어 자기소개 부탁에 “헬로, 마이 네임 이즈 ‘민혁 양’”이라고 답했다. 이어 “현재 몸 상태는 80~90%다. 우선 새로운 팀에 적응하는 게 먼저다. 공격 포인트는 그 다음”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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