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고영미 기자] 지난 7일 국회 본회의에 올라온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에 한 표를 행사한 국민의힘 의원은 108명 중 안철수(경기 성남분당갑·4선), 김예지(비례대표·재선), 김상욱(울산 남갑·초선) 단 세 사람이었다.
이 중 안철수, 김예지 의원은 탄핵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상욱 의원은 반대표를 던졌다고 밝혔으나 “ 표결은 당론을 따랐으나 이후 탄핵 표결 시까지 명시적 조기 하야 등 조치가 없으면 찬성 표결할 예정“이라 밝혔다.
안철수 “당론보다 투표권 행사가 우선순위”
국민의힘은 지난 7일 본회의에 앞서 의원총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안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모두 부결시키겠다는 당론을 확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안과 달리 여당 의원 불참 시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킬 수 있는 김 여사 특검법 표결을 마친 뒤 무기명 투표 방식으로 인한 이탈표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안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퇴장했다. 오후 6시 17분쯤 회의장에 남은 야당 의원들과 안 의원이 먼저 투표를 했고, 김예지·김상욱 의원이 본회의장으로 돌아와서 투표에 참여했다.
안 의원은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한 배경에 대해 "당론이 있다 하더라도 소신에 따라 투표권을 행사하는 게 우선순위가 높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대통령에게 자진 사퇴할 시기와 국정 운영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달라고 말했다"며 "오늘 아침에 그걸 모두 당에 위임했고, 따라서 당은 투표 전까지 두 가지에 대해 답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아니라 국민들에게 말씀드릴 의무가 있다"며 "그런데 당은 시간에 맞춰 설명드리지 못했다. 거기에 납득할 수 있는 국민이 얼마나 되겠나. 약속드린 대로 국민의 뜻에 따라 투표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안 의원은 "국민의 편에서 국민들과 함께 의정활동을 국민을 위해서 하겠다"고 했다.
한편 탄핵소추안 제안설명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여당 의원들의 복귀를 호소하며 국민의힘 의원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외치며 홀로 자리에 앉아 있던 안 의원의 이름을 호명한 후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으며 이에 안 의원도 살짝 고갯짓으로 인사하기도 했다.
김예지 “야당 아닌 시민 위해…국회의원으로서의 책무 다 한 것”
김예지 의원은 당시 국회 본회의장으로 돌아와 당론에 맞서 투표권을 행사한 이유에 대해 "시민의 목소리를 그냥 간과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 8일 BBC와 인터뷰에서 "야당을 위해 한 게 아니라 제가 대리해야 하는 시민 분을 대신해 들어간 것이다. 국회의원의 책무를 다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이어 "탄핵 표결이 있던 날 (대통령) 담화를 보고 혼란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탄핵을 부결시키는 방법만 있지는 않겠다고 생각했다"며 "찬성표를 던졌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사상 첫 시각장애인 여성 국회의원이다. 김 의원은 “지난 3일 오후 비상계엄이 선포됐을 때도 국회로 가 담을 넘어서라도 본회의장에 가려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며 "몸은 본회의장에 있지 않았지만, 비상계엄 해제 결의에 대한 마음은 이미 찬성 버튼을 백만 번 눌렀던 것 같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이어 "계엄령이 장애인들에게 얼마나 더 두렵고 절박한 상황으로 다가오는 지 이번에 경험하며 그 참담함을 느꼈다"며 "청각장애인들의 경우 계엄 선포조차 수어 통역이 되지 않고, 자막이 나오지 않아 전혀 알 수 없었다. 비상계엄이 전시 상황은 아니었기에 다행이지만 정말 전시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대피해야 할지, 어떤 상황인지조차 판단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그의 표결 참가 후 그는 당원들로부터 대응할 수 없을 만큼의 안 좋은 문자와 음성 메시지들을 다수 받았다고 한다.
그는 이에 대해 "(메시지에) 이제 나가라, 사퇴해라 등의 이야기도 많다"며 "변명을 하고 싶진 않지만, 단순히 나는 당론을 어길 거야 해서 어긴 게 아니라 항상 국회의원으로서의 책무를 먼저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도 꼭 필요한 예산, 삭감된 것 중에 정말 해야 하는 예산, 증액해야 할 것들이 있으니 챙겼으면 한다"고 전했다.
당 내부에서 투표를 막지 않았냐는 물음에 김 의원은 "그런 것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야당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재발의하면 그때와 같은 행동을 할 것이냐는 물음에는 "탄핵안 재발의 여부와 관계없이 제 생각과, 민의를 반영한다는 마음은 같다"며 "단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국회의원의 책무에만 신경 쓰겠다"고 밝혔다.
김상욱 “명시적 조치 없다면 다음 탄핵안 찬성표"
김예지 의원에 이어 본회의장에 돌아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한 김상욱 의원은 “아직 당에 소속돼 있는 몸이어서 당론에 따라 이번 탄핵안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4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했던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 1명이다.
김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는 윤 대통령이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렇다 하더라도 투표는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그것이 국회의원의 의무고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의원으로서 모든 국민들이 지켜보는 이 중요한 탄핵 투표에 찬성이든, 반대든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 진정한 국민들을 위한 자세”라고 했다.
다만 김 의원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용인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헌정질서를 유린한 대통령을 용인한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결단코 용인될 수 없다”며 “국회는 국민들의 미래가 모이는 곳이다. 이곳에 군인이 무장을 한 채 들어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 때와는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생각했다”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어 “오늘 대통령께서 당의 모든 권한을 위임하고 임기 등을 조율한다고 했다. 그 말을 믿고 싶다”라며 “국가의 혼란이 최소화되도록 하루 속히 자격 있는 자가 정당한 경쟁을 거쳐 대한민국을 다시 이끌어주기를 부탁드리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덧붙여 김 의원은 이날 탄핵소추안이 부결된 뒤 재발의 돼 본회의에 오를 때까지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찬성에 표결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이번에는 비록 당론에 따라 탄핵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오늘 부결이 된다면 다음 탄핵 투표까지 대통령께서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조치를 제안하지 않을 경우 다음 투표 때는 탄핵에 동의하고 적극적으로 대통령이 내려와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탄핵소추안 의결에 뒤늦게 참석한 이유에 대해 “당론에 따라 나오기로 되어있었는데 나오면서 많은 부끄러움을 느꼈다”며 “의총장으로 갈 수 없었고, 도망치듯 서울역으로 이동했다. 서울역에 도착해서 (울산으로) 내려가는 기차를 타려는 찰나에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발걸음을 돌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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