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경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 본격화에 여의도가 출렁이고 있다.
이 대표가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년 징역형을 받아 피선거권 박탈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25일로 예정된 위증교사 혐의 재판에서마저 이번과 같은 수준의 판결을 받게 된다면 이 대표의 정치적 앞날에 크나큰 타격이 예상된다. 이에 국민의힘은 ‘대표직 사퇴’를 거론하고 있으며, 야권 내외적으로는 초일회와 새미래민주당 등을 중심으로 비명계의 움직임이 조금씩 시작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일단 1심 판결 이후 이 대표를 적극 엄호하고 있다. 민주당 사무총장인 김윤덕 의원은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재판의 심각성 차원에서도 그렇고, 당의 보전금을 반환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당에서 구체적으로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검찰의 악의적인 수사와 기소에 대해 재판부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판결이 이뤄진게 아닌가 싶다”며 “민주당은 앞으로 팩트, 법리적 근거에 기초해 철저히 준비해 노력해 나가고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이 사건은 더 이상 이 대표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직접적인 당의 문제로 보고 당 차원에서 변호인단을 구상할 것”이라며 “당의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함께 해서 대응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재명 대표 교체 문제에 대해 김 의원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며 “2심에 가면 법리적 판결이 제대로 될 것이라고 본다. 이 대표의 개인적 회복 뿐 아니라 윤석열 정부과 검찰의 행동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과정이 될 것이며, 민주당은 흔들림 없이 싸우고 주어진 과업 수행 위해 뚜벅뚜벅 길을 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당내 의견은 아직 느끼지 못한다”며 “오히려 상당히 많은 의원들이 격려 전화를 하고 있다. 당이 잘되고 느낀다”며 이 대표를 적극 엄호했다.
신(新)3김 등 비명계 움직임 본격화… 김부겸 귀국해 강연 나선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도 이 대표의 ‘피선거권 상실’ 등 사법리스크 본격화로 인한 정치적 입지 약화를를 염두에 둔 움직임은 본격화되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당 장악력이 워낙 강하고, 대립각을 세울 비명계가 대부분 원외로 밀려난 터라 향후 1년간은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보는 입장도 있지만, 이재명 일극 체제에 대한 균열을 직감하는 것이다.
비명계 대표인사로 꼽히는 박용진 전 의원이 일단 활동 재개의 신호탄을 쐈다. 박 의원은 16일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정치와 미래'라는 정치 포럼을 만들었다. 내년 1월부턴 전국 조직을 더 강화해나가는 작업을 할 것”이라며 “서울 걷기 활동 등 비정치적 활동을 통해 시민과의 소통을 늘려나갈 것이고, 유튜브 등에도 다양한 콘텐츠를 업로드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신(新)3김 중 하나로 꼽히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활동도 감지된다. 김 전 총리는 비명계 원외조직이자 스스로를 ‘좋은 대통령 만들기’로 목표삼고 있는 초일회에서 미국 대선을 주제로 다음달 1일 특강을 진행한다. 최근 15일 귀국한 김 전 총리는 초일회에서 ‘미국 대선 평가와 한미 관계 국제 정세 전망’을 주제로 강연한다. 다만 국내 정치 현안과는 거리를 둘 것으로 전해졌다.
초일회는 또다른 신(新)3김 중 하나로 꼽히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초청 강연 또한 검토중이다. 내년 2월 귀국할 것으로 전망되는 김 전 지사의 귀국 시기가 초일회 초청으로 당겨질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현재 독일에서 유학 중인 김 전 지사는 당초 12월 귀국설이 제기됐으나 현지 사정 등으로 연기됐다.
다만 이같은 물밑 움직임과는 다르게 당장은 비명계 주자들의 운신의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정치권 대체로의 관측이다. 비명계 주자들이 '구심점' 역할을 하기에는 아직 준비돼 있지 않고, 민주당이 이 대표 판결을 두고 '정치 탄압'으로 규정, 단일대오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전병헌 “25일 이후 폭풍 휘몰아치면서 지각변동 올 것”
한편 새미래민주당 전병헌 대표는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전 대표는 15일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폭풍 속에 폭풍 전야의 고요와 같은 그런 현상은 있겠지만 25일 이후에는 폭풍이 휘몰아치면서 지각 변동도 시작이 될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가 피선거권을 잃게 되면 사실상 1극 체제의 약점인 중심 하나가 빠지면 와르르 무너지듯이 붕괴가 될 수도 있는 그런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 대표는 “여전히 정치 훌리건 성격의 개딸들이 민주당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 속에 들어가서 어떤 여지와 활동 공간을 만들기에는 상당히 역부족”이라며 “민주당 바깥에서 새롭게 판을 짜야 된다고 저는 생각하고, 이번 이제 판결이 하나의 굉장히 중요한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전 대표는 “3총3김이 한 바운더리에 넣고 버무려지면 각각의 경쟁력과 이미지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며 “그 누가 되더라도 아주 여권에서 당하기 힘든 그런 후보로 만들어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민주당 내의 의원들과 접촉하고 있다는 얘기도 거론했다. 전 대표는 “접촉하는 의원들이야 많다. 25일 이후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겠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오늘부로 해서 커다란 지원군이 생긴 듯한. 그리고 지원군이 오겠다고 하는 무전들이 막 들어오기 시작하는 듯한 그런 느낌을 갖고 있다. 25일부터는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與, ‘이재명 사퇴’ 거론하며 강공
한편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사퇴를 강하게 요구하는 입장마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 입장문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즉각 사퇴해야 한다”며 “민심의 과업인 정치를 할 자격이 없는 이재명은 당 대표직은 물론, 의원직에서도 물러나고 앞으로 남은 법의 심판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강 의원은 “민주당은 언제까지 앞길에 교도소가 어른거리는 중범죄자를 여전히 제1야당 대표이자 재선 국회의원, 차기 대선주자로 섬길 작정인가?”라며 “우리 국민의힘은 당 차원에서 '이재명 즉각사퇴 촉구 위원회'와 '이재명 관련자 의문사 진상규명 위원회'를 출범시켜, 이재명 정치 퇴출을 강력히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적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또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 입장문에서 “이재명호는 이미 침몰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배를 버려야할 때”라며 “민주당은 '아버지' 이재명을 지키기 위해 계속 방탄집회를 독려하며 호위무사 노릇을 하려 하고 있지만, 그 길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길이고 자멸하는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이러한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피고인 이재명은 자신을 위해서라도 즉시 당대표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며 “이 대표가 이미 민주당을 통솔할 도덕적 권위를 상실한 마당에, 미련을 두면 둘수록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 것임은 불문가지”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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