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경민 기자]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1심 판결(15일) 직후 첫 집회가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조국혁신당 등과 야5당, 시민단체 등이 연대해,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고 김건희 여사 특검 도입을 촉구'하는 집회가 우천 속에서 열렸다.
앞서 민주당은 2일과 9일 연달아 1, 2차 ‘국민행동의 날’ 장외집회를 단독 주최했지만, 이번 민주당 3차 규탄집회에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5당과 범야권 진보성향 시민사회단체까지 집회에 가세시켰다. 그러나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1심 징역·당선무효형 판결 직후라 드라마틱한 집회 참석 인원 규모의 변화가 크게는 없었다는 점에서 집회 동력을 찾기 위한 민주당의 고심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야5당 등은 이날 오후 4시30분부터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행동의 날’ 시위를 열었다. 범야권 주도로 주말 장외집회가 열린 것은 이번이 3주째로, 이날 집회 참가 인원에 대한 경찰의 공식 집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비공식적으로 경찰은 민주당을 포함한 모든 야당의 집회에 대략 2만5000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민주당 자체 추산 집회 인원은 30만명이다.
우천 및 시민단체들과 야 5당 집회에 대한 참가자가 뒤섞여 있어 민주당 주도 집회 참석 인원의 추산은 어려웠지만 전체 범야권 집회의 참가자수는 지난 집회(1차 1만 7000명, 2차 1만 5000명)보다는 많았다.
정권 퇴진 운동과는 다소 거리를 뒀던 이전과 달리 이번 집회에선 “주인 자리를 되찾자”, “분연히 일어서자”, “미친 정권의 미친 판결” 등 정권 퇴진 구호에 가까울 정도로 수위가 높아진 발언이 등장했다. 이 대표 1심 판결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하자 대여 대응 수위를 한층 더 높인 것으로 보여지는 대목이다.
이재명 “펄펄히 살아있다…결코 죽지 않는다”
이날 집회 마지막 연사로 나선 이 대표는 이날 이전과는 달리 더 강경한 메시지를 냈다. “이재명 펄펄하게 살아서 인사드린다”라는 말로 발언을 시작한 이 대표는 “국민이 무엇인가. 국민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주인이다. 이 나라의 모든 권력은 대통령 아니라 그 할배라도 국민 앞에 복종해야 한다”고 외쳤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국민이 원하면 그것이 비록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당연히 국민의 뜻을 존중하고 그에 따라야 한다”며 “그런데 이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 아니라 어느 순간부터 이 나라의 주인이 윤석열, 김건희, 명태균 등으로 바뀐 것 아니냐 이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이제 국민이 민주공화국의 주인 자리를 당당하게 되찾아야 한다”며 “이 나라의 주인임을 당당하게 선언하고 주인의 자리를 되찾기 위해 분연히 일어설 때입니다”라고 외쳤다.
또한 이 대표는 “동지가 무엇인가.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라며 “우리 동지들은 동지를 위해 이웃을 위해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힘껏 나서 더 큰 적을 향해 함께 싸워야 합니다”라고 외쳤다. 여기서 ‘큰 적’이란 윤석열 정권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너무나 힘든 시기인데, 이 나라의 주가만 너무 떨어진다. 이 나라의 물가만 왜 이렇게 오르는가”라며 “여러분 이재명에게 힘을 내라 하지 마시고 여러분이 힘을 내십시오”라고 당부했다.
나아가 “그들이 즐겁게 황제골프 치는 돈조차도 우리가 새벽 일찍 만원버스 타고 나가 피땀 흘려 번 돈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보여주자”며 “이재명은 결코 죽지 않는다. 민주주의도 죽지 않는다. 이 나라의 미래도 죽지 않는다”며 집회 참가자들 및 민주당 지지층에게 결집을 호소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사법부를 향해 날선 발언을 쏟아냈다. 박 원내대표는 “미친 정권의 미친 판결이다”라며 “검찰독재 정권의 정적 제거에 부역하는 정치 판결”이라고 강한 어조로 외쳤다.
그러면서 박 원내대표는 “법기술자들이 국민 주권을 침해하고 법치를 우롱하고 있다. 이게 정상이냐”라며 “국민의 법감정과 상식에 벗어난 정치판결에 분노한다”고 지적했다.
명태균게이트진상조사단장을 맡은 서영교 의원은 “명태균 게이트 샅샅이 조사해서 국민앞에 밝히고 윤석열, 김건희 국정조사하고 특검해서 처벌 하게 만들겠다”며 “명태균이 쏘아올린 범죄가 윤석열의 범죄로 드러나고 있다. 윤석열 장님무사의 잘못된 국정농단을 우리가 낱낱이 밝혀 처벌해야 한다”고 외쳤다.
그러면서 서 의원은 “앉은뱅이 주술사의 비선 개입, 낱낱 밝혀서 우리가 처벌해야 한다. 여론조사를 81번이나 공짜로 받았다고 한다. 3억 7천 500만원을 지불하지 않았다”며 “이것은 윤석열, 김건희의 정치자금법 위반이고 여론조작의 죄인데 이 모든것을 낱낱히 물어내겠다”고 밝혔다.
이어 서 의원은 “김 여사가 명태균 씨에게 코바나컨텐츠 이름이 적힌 봉투 500만원짜리를 두개 줬다고 하니 불법금품기부죄에 해당하는데, 이와 관련해서 15배를 물려서 벌금도 처벌도 해야 한다”며 “이와 관련해선 최소 10년의 징역은 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국 “윤석열 파면·탄핵해야, 석 달도 너무 길다”
민주당 주최 집회 이후에는 진보성향 시민단체들이 구성한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이 주최한 시민행진이 열렸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으로 이뤄진 거부권 거부 비상행동은 민주당 주도의 집회가 끝난 이날 오후 5시 30분쯤부터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김건희 특검 수용, 국정농단 규명! 윤석열을 거부한다 시민행진’을 개최했다.
이날 행진에는 앞서 같은 장소에서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3차 국민행동의 날’ 집회를 마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기본소득당 등 야당 의원들도 합류했다. 행진은 광화문 일대에서 종각역을 거쳐 명동역까지 이어졌다.
거부권 거부 비상행동은 행진 전 공개한 시민선언문에서 “대한민국은 총체적인 위기 상황이다. 검찰과 경찰, 권익위와 감사원까지 권력기관들은 대통령과 그 배우자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다”며 “공정과 상식은 무너졌다. 이제 주권자가 나서 대통령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거부권 남용하는 윤석열을 거부한다. 거부권은 국회의 입법권이 행정권의 본질을 침해할 때 그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마지막 수단으로 마련된 것이지 본인을 향한 수사를 막기 위한 방패가 아니다”라며 “윤 대통령이 김건희특검법의 거부권 행사를 예고했는데, 대통령이 본인과 배우자에 대한 특검을 거부하는 것은 이해충돌이자, 거부권 남발은 헌법과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시민행진의 연사로 나선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의 권력을 자신의 범죄혐의를 감추는 데에만 쓰고 있다”며 “윤석열 김건희 검찰독재 공동정권이 대한민국을 망쳐놓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 대표는 “지난주 집회에서 이재명 대표께서 “차마 말하지 못하겠다”라고 말씀하신 두 글자가 있었다”며 “그 두 글자는 바로 ‘파면’과 ‘탄핵’이다. 국민의 정당한 분노의 힘을 모아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하고 탄핵해야 한다”고 외쳤다.
이어 조 대표는 “조국혁신당은 창당 때부터 “3년은 너무 길다”고 외쳤다”며 “이제는 결단의 시간이다. 추락하는 정권에는 날개가 없다. ‘석 달도 너무 길다’”고 강조했다.
이날 시민행진에 참여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우천 속 연설에서 “국민의힘도 문제다. 불량 상품을 팔았으면 책임지고 AS를 해야 한다”며 “이렇게 양심 없이 상품을 속여서 파는 회사는 망해야 마땅”이라고 외쳤다.
그러면서 용 의원은 “경제도 평화도 민주주의도 내팽개치고 공천놀음 권력놀음 좋아하고 정치검찰들 좋아하고 기소장과 압수수색 영장으로 겁박하는 대통령, 그런 대통령은 자격이 없다. 이제는 끝내야 한다”며 “기본소득당도 국민과 함께 촛불을 들고 대한민국을 밝히기 위해서 굳세 강하게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동력 줄어든 집회에 진중권 “이재명 정치 생명 끝났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범야권의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는 움직임의 결집이 강화된 것과는 별개로, 집회의 동력은 시들해진 기미가 역력했다. 지난 집회보다 참석자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야당을 포함한 많은 시민사회단체가 총 참여한 집회 규모 치고는 2만5000명이라는 참여자 숫자가 적다는 분석이다.
이에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이날 집회를 두고 “이재명의 정치생명이 끝났다”고 평가했다. 진 교수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재명은 결코 죽지 않는다는 말은 틀렸다. 죽는 것은 주변 사람들”이라며 “안 죽겠다고 발악을 해 봤자 이번 판결로 사실상 이재명의 정치생명은 끝났다”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진 교수는 “경기도지사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던 고 전형수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이재명 대표에게 ‘이제 정치 내려놓으십시오’라는 말을 남겼다. 결국 이렇게 될 것을”이라며 “칸트의 정언명법이 있다. 사람을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대우하라는 것인데 이재명에게 인간은 그저 수단일 뿐..”이라고 적었다.
한편 국민의힘은 야권의 세 번째 장외집회를 두고 “국민 앞에 고개 숙이고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판사 겁박’ 무력시위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라며 “논술의 날 입시 방해”라고 평가했다.
판사 출신의 김혜란 국민의힘 대변인은 16일 논평을 내고 “(장외집회 결행은) 형사재판을 줄줄이 앞두고 있는 피고인 이재명을 위하여도 하등 좋을 것이 없다”며 “형사판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양형 요소는 개전의 정, 즉 반성의 여부일진데, 범행을 시종일관 부인하고 반성하지 않으면서 거대야당의 당대표로서 '판사겁박 무력시위'를 주도하여 사법부를 압박한다면 개전의 정이라곤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어 법원으로선 중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앞으로 이어질 형사재판에서 징역형의 실형선고와 법정구속을 걱정해야 한다”며 “이미 국회에서 이 대표의 동일 범죄에 대한 체포동의안도 가결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박상수 대변인도 17일 논평을 내고 “민주당이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판결을 겸허히 수용하고 법 앞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판결에 불복하고 거리로 나서는 모습은 국민적 분노를 키우고, 민주당의 정치적 고립을 자초할 뿐”이라고 적었다.
김기현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재명 대표가 자신에 대한 사법부의 준엄한 판결에 대해 반성하고 당 대표직에서 사퇴하는 것만이 유일한 살 길이라는 점을 상기시켜 드렸음에도, 이 대표는 음주ㆍ역주행을 선택한 모양”이라며 “하기야 음주운전 전과자이니 새롭게 놀랄 일이 아니긴 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아무리 떼법을 우기고 죄없는 민주당 당원들을 강제동원하여 비까지 오는 날씨에 강제노역시키며 길거리 정치를 하더라도, 진실은 덮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시하라”며 “이 대표 자신이 살아남는 길은 윤석열 대통령을 하루 빨리 탄핵시켜 이 대표에 대한 최종심 재판이 끝나기 전에 자신이 대통령으로 등극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헛꿈 깨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의원은 “우리 당으로서는 민주당 차기 대선후보로 이재명이 공천된다면 이기기에 가장 손쉬운 상대가 될 것”이라며 “저는 지금까지 민주당의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우리 국민의힘 제1호 비밀당원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는데, 요즘 하는 걸 보니 이재명 대표가 우리 당 제1호 비밀당원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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