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주장의 숙명일까. 팀이 좋지 않은 경기력 끝에 패배하면 언제나 사과하는 건 토트넘 홋스퍼 주장 완장을 팔에 찬 손흥민이다.
토트넘이 홈에서 열린 승격팀 입스위치 타운과의 경기에서 충격패를 당하자 손흥민이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손흥민은 경기가 끝나고 경기 내용과 결과에 대해 실망했을 토트넘 팬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전했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지휘하는 토트넘은 지난 1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입스위치 타운과의 2024-25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PL) 11라운드에서 1-2로 패배했다.
수비가 완전히 붕괴되면서 전반전에만 두 골을 내준 반면 공격에는 날카로움이 부족해 입스위치의 수비를 뚫지 못한 결과였다. 후반전 들어 우루과이 국가대표 미드필더인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헤더로 잠시 추격의 불씨를 지피기도 했으나 그게 전부였다.
토트넘은 4-3-3 전형으로 나섰다. 굴리엘모 비카리오가 골문을 지킨 가운데 데스티니 우도기, 라두 드라구신, 크리스티안 로메로, 페드로 포로가 수비진을 구성했다. 로드리고 벤탄쿠르, 파페 마타르 사르, 브레넌 존슨이 중원을 맡았고 손흥민, 도미니크 솔란케, 브레넌 존슨이 스리톱을 구축해 공격을 이끌었다.
입스위치는 5-4-1 전형을 꺼냈다. 아랴네트 무리치가 골키퍼 장갑을 착용했고 리프 데이비스, 다라 오셰이, 캐미런 버지스, 악셀 튀앙제브, 벤 존슨이 수비를 책임졌다. 사미 스모딕스, 옌스 카유스테, 샘 모르시, 오마리 허친슨이 미드필드를 맡았다. 리암 델랍이 최전방에서 토트넘 골문을 노렸다.
토트넘은 경기 초반부터 주도권을 쥐고 입스위치의 수비진을 흔들기 위해 노력했다. 높은 수비라인을 유지한 채 상대 진영부터 강도 높은 압박을 시도하고, 공을 빼앗으면 그 위치에서 곧바로 공격을 시작했다. 입스위치는 최전방 공격수까지 모두 페널티 지역 앞에 세우는 '버스 주차' 수비 전술로 맞섰다.
입스위치의 수비가 전반전 중반까지 토트넘의 공세를 모두 막을 정도로 단단했지만, 토트넘에 아예 기회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마무리가 좋지 않았던 탓에 득점 없이 시간만 흘러갔다.
토트넘의 주도 속에서 일방적이었던 경기 분위기는 입스위치의 선제골로 인해 단숨에 바뀌었다.
입스위치는 수비라인을 낮게 내리다가 역습 기회가 오면 한 번의 긴 패스로 토트넘의 뒷공간과 측면 공간을 노렸다. 입스위치의 공격 패턴은 꽤나 효과적이었고, 이 과정에서 몇 차례 유효타를 날렸는데 그중 하나가 득점으로 연결된 것이다.
전반 31분 카유스테의 크로스를 토트넘 수비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자 지난 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에서 27골을 터트리며 입스위치의 공격을 이끌었던 스모딕스가 환상적인 오버헤드 킥으로 꽂아 넣으면서 토트넘을 좌절시켰다.
30분 동안 경기를 주도하고도 오히려 선제골을 실점한 토트넘은 조급해졌다. 전반전 초반보다 라인을 더욱 끌어올리고, 측면의 포로와 우도기를 더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시켰다. 그러나 이는 역습을 노리던 입스위치에 공간만 내줄 뿐이었다.
입스위치는 전반전 막바지 다시 한번 효과적인 역습을 통해 두 번째 득점을 뽑아냈다. 전반 43분 선제골의 주인공이었던 스모딕스가 측면에서 동료의 패스를 받은 뒤 토트넘 문전으로 낮게 깔리는 크로스를 보냈다. 토트넘의 수문장 비카리오가 크로스를 쳐냈으나, 이 공이 드라구신에게 맞고 굴절돼 골문 앞에 있던 델랍에게 향했다. 델랍은 이를 가볍게 차 넣으면서 팀에 한 골을 더 추가했다.
토트넘은 후반전 초반부터 공격의 고삐를 세게 쥐었다. 후반 4분 코너킥 상황에서 솔란케의 득점이 나온 것처럼 보였지만 공이 골문 안으로 들어가기 전 솔란케의 팔에 맞았다는 판정이 내려져 취소돼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토트넘이 마침내 침묵을 깬 건 후반 24분이었다. 코너킥에서 포로가 올린 공을 벤탄쿠르가 머리로 돌려놓는 헤더슛으로 골망을 흔든 것이다. 이른 시간에 나온 추격골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동점, 그리고 역전에 대한 희망을 충분히 가질 만한 시간대였다.
하지만 토트넘은 결국 추가 득점 없이 경기를 마쳤다. 후반 39분경 벤탄쿠르와 존슨을 이브 비수마, 제임스 매디슨으로 교체한 게 무색했던 경기 막바지였다. 이로써 토트넘은 시즌 5패째를 안게 됐다. 순위는 10위로 내려앉았다.
입스위치전이 충격적인 패배로 끝난 뒤 선수단을 대표해 주장 손흥민이 팬들에게 사과했다.
영국 매체 '풋볼 런던'은 "손흥민이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문제가 명확해지면서 입스위치전 이후 사과했다. 토트넘의 주장 손흥민은 팀 동료들에게 일관성 없는 플레이를 줄이려면 더 엄격한 규율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며 손흥민의 사과를 전했다.
'풋볼 런던'에 따르면 손흥민은 "정말 실망스러운 오후였다. 결과는 물론이고 우리는 더 나은 성과를 보여야 한다"면서 "상대가 두 골, 심지어 첫 골을 넣기 전에 우리는 득점을 해 리드할 수 있는 몇 번의 기회가 있었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고, 홈 경기에서 실점을 막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 때문에 두 번의 어리석을 실점을 허용했다는 점이 고통스럽다"며 "우리 모두는 큰 책임을 져야 하며, 결과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또 토트넘 공식 채널인 '스퍼스 플레이'를 통해 "우리는 더욱 믿음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더 나은 팀이 될 수 있고, 정말 강한 팀이 될 수 있다. 모두가 확인했지만 그런 종류의 경기(맨체스터 시티전과 애스턴 빌라전)는 정신적으로 무장된 상태에서 치렀다. 빌라를 상대로 강하게 나간 뒤로 입스위치와 맞붙더라도 같은 상대이자 같은 경쟁자라는 걸 알아야 한다"며 선수단에게 정신력을 요구했다.
끝으로 손흥민은 "모두가 우리가 이길 거라고 기대했지만, 축구에서 당연한 승리는 없다"면서 "승리하려면 열심히 뛰어야 하고, 우리는 더 많이 믿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규율을 더 지켜야 한다는 건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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