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뉴스1) 강교현 기자 = "너 오늘 죽을 준비하고 있어, XXXX."
지난해 12월1일,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A 씨(68)와 B 씨(51)의 통화 내용은 점점 격해졌다. 수화기 너머로 고성이 오갔고, 급기야는 서로 거친 욕설까지 내뱉었다.
통화가 끝난 뒤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한 A 씨는 품속에 흉기를 소지한 채 B 씨의 집을 찾아갔다. 그리고 B 씨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당시 A 씨는 술에 취한 상태였다.
법원 등에 따르면 A 씨와 B 씨는 10여 년을 알고 지낸 사이로, 평소 다른 지인들과 함께 모임을 가질 정도로 막역한 관계였다.
하지만 이들의 우정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A 씨가 자신이 운영하던 음식점을 B 씨에게 양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금전 문제 때문이었다. A 씨는 인수금 중 일부를 지급하지 않은 B 씨에게 감정이 상해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갔다.
그러던 중 사건 발생 8시간 전인 오전 3시께 애써 참아왔던 감정이 폭발했다. 지인들과 함께 가진 모임 자리에서 사소한 일로 다투던 중 자신보다 한참 어린 B 씨로부터 욕설을 듣게 돼 기분이 상한 것이 원인이었다.
말다툼은 급기야 몸싸움으로까지 번졌다. 주변에서 말린 탓에 다친 사람 없이 다툼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끝난 게 아니었다.
B 씨와 헤어진 A 씨는 분에 못 이겨 사건 당일 아침까지 술을 마셨다. 술에 취했음에도 A 씨의 분노는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에 A 씨는 날이 밝자마자 B 씨에게 전화를 걸었고, 고성과 욕설을 주고받았다.
화가 난 A 씨는 "너 오늘 죽을 준비하고 있어, XXXX"라는 말을 끝으로 흉기를 소지한 채 B 씨 집으로 향했다. 이들 사이에서 몸싸움이 벌어졌고, 이를 목격한 B 씨의 여자 친구 C 씨(50대)까지 싸움에 휘말렸다.
A 씨의 범행은 B 씨 등에게 흉기를 빼앗기면서 멈췄다. 하지만 엎치락뒤치락 몸싸움하는 과정에서 B 씨와 C 씨 두 사람 모두 손과 팔 등을 다쳐 2~4주 동안 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검찰은 A 씨를 살인미수와 특수상해 등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고 징역 6년을 구형했다. 반면 A 씨는 "살해 의도는 없었다"며 살인미수 혐의는 부인했다.
1심 재판부는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1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상해를 넘어 미필적으로나마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고의가 있었다는 것이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부족하다"며 "피해자들의 상해 부위나 정도에 비춰보면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피고인이 흉기를 빼앗긴 후 다시 찾으려 하거나 공격을 시도하지 않은 점, 피해자들과 원만하게 합의하고 이들이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감안해 형을 정했다"며 징역 2년을 선고했었다.
검사는 사실오인과 양형부당, A 씨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도 원심과 같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가 주장하는 원심의 증거 판단이나 사실인정이 비합리적이지 않고, 합리적인 의심을 해소할 만한 새로운 증거·사정이 제시되지 않았다"며 "따라서 원심의 형을 더 가볍거나 무겁게 변경할 만한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고, 원심의 형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 역시 부당하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아볼 수 없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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