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강 토막살인’ 피의자, 휴대폰 이용해 피해자 행세하기도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함께 근무했던 30대 여성 군무원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강원 화천군 북한강에 유기한 현역 군 장교가 피해자 행세를 한 정황이 확인됐다.

4일 강원 춘천경찰서에서 화천 시신 훼손 유기 사건 피의자가 조사를 위해 강원경찰청으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일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된 30대 군 장교 A씨는 피해자 B(33)씨의 시신을 유기한 이튿날인 27일 B씨 휴대전화를 이용해 부대 측에 남은 근무 일수는 “휴가 처리해달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B씨는 10월 말 계약 만료가 되는 상황으로 근무 일수는 사나흘 남아 있었는데 무단결근할 경우 범행이 드러날 것을 예상한 A씨가 B씨인 것처럼 행동하며 문자를 보낸 것이었다.

당시 A씨는 B씨의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며 전원을 끄고 켜는 수법으로 생활 반응이 있는 것처럼 행세했다. 또 B씨와 가족과 지인에게도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B씨의 가족은 26일 미귀가 신고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난 3일 오후 7시 12분께 서울 강남 일원역 지하차도에서 A씨를 검거한 뒤 일원역 인근 배수로에서 A씨가 버린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다만 휴대전화가 심하게 파손돼 디지털포렌식을 통한 복구가 가능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조사 결과 A씨는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시신 훼손 장소로 정한 부대 인근의 철거 예정 건물에서도 미리 준비해온 도구를 이용해 혈흔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경찰이 A씨를 붙잡은 뒤 압수수색을 진행했지만 이미 옹벽과 바닥 등이 철거돼 있었다.

또 A씨는 피해자 시신을 유기하며 시신이 물 위에 곧장 뜨지 않도록 돌덩이를 이용하기도 했다.

A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3시께 부대 주차장 내 자신의 차량에서 B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화가 난다며 피해자의 목을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이튿날 오후 9시 40분께 화천 북한강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경기도 과천에 있는 국군사이버작전사령부 소속이었으며 지난달 28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산하 부대로 전근 발령을 받은 상태였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자세한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