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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전, 남편과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요식업을 하던 남편은 불안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나름 잘 버텨주었죠. 그런데 코로나가 막 터졌을 무렵, 남편이 사업이 힘들어져 빚쟁이들이 들이 닥칠 거 같다며 서류상으로만 이혼을 하자고 했습니다.
아이들이 고등학생이라 고민은 되었지만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남편은 위장이혼을 들키면 안 된다고 가끔씩만 집에 들어왔습니다. 그 무렵 남편이 지방으로 가게를 옮겨 자연스럽게 한 달에 한번 정도만 집에 왔습니다. 시댁 식구들은 이혼에 대해 잘 모르기도 하고 위장이혼이기 때문에 저는 명절이나 시댁 행사도 챙기면서 지냈죠.
그런데 6개월 전, 남편이 더 이상 생활비를 줄 수 없다며 생활비를 중단했습니다. 남편은 우리는 이미 5년 전에 이혼을 했고, 아이들도 성인이라 양육비를 줄 필요가 없다면서요. 그러면서 이혼하면서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주었으니 재산분할은 이미 끝난 거라고 합니다.
남편의 말이 맞는 건가요? 분명 위장이혼이었고 재산분할도 제대로 한 게 아닌데 저는 어떡해야 할까요?
-남편의 요구로 서류상으로만 이혼을 했는데요. 이런 경우 법적으로 이혼이 성립되나요?
△위장이혼, 즉 가장이혼은 혼인 관계를 해소하려는 진정한 의사 없이 다른 목적을 이루기 위한 이혼을 말합니다. 이러한 위장이혼이어도 이혼의 효력이 있다고 보는 것이 판례입니다. 사연자 역시 이혼 자체는 유효하고, 이혼을 없던 것으로 되돌릴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이혼을 한지 5년이 지났는데 재산분할은 다시 할 수는 있을까요?
△협의상 또는 재판상 이혼 후에도 다른 일방에 대해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한 날로부터 2년이 지나면 소멸합니다. 2년은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기간, 즉 제척기간이기 때문에 도과하면 재산분할청구 자체를 할 수 없습니다.
-사연자는 위장이혼 후 아내로서의 역할을 다 한 것으로 보이는데, 재산분할을 다시 받을 방법이 없을까요?
△사연자는 5년간, 남편이 매일 집에 오지는 않았지만 월말 부부처럼 생활했고 그 기간 동안 남편이 생활비도 보내오고, 시댁 경조사나 명절을 챙기며 며느리 도리를 해왔습니다.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사실혼 부부로 지내온 것인지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혼 관계는 어떤 경우에 인정이 되나요?
△사실혼은 실질적으로는 혼인신고를 한 부부와 다름없이 부부로 혼인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우선 당사자 사이에 주관적으로 혼인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 남들이 보기에도 부부공동생활을 한다고 보여야 하는데, 양가 가족끼리 교류도 하고, 경조사나 명절도 챙기고, 생활비도 분담하고, 서로 호칭 자체도 배우자에게 하는 호칭을 사용하고, 실제 동거도 하는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봤을 때 사실상 혼인생활을 한 것이라고 판단되면 법원에서는 법률혼과 다름없는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해주고 있습니다.
-사실혼 관계로 인정받는다면 사연자 입장에서 어떤 것들을 할 수 있나요?
△이혼을 해야만 해소되는 법률혼 관계와 달리, 사실혼 관계는 한쪽에서 더 이상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하면 해소가 됩니다. 사연자의 남편이 더 이상 혼인생활을 유지할 의사가 없고 오히려 이미 5년 전 이혼할 때 혼인 관계가 파탄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라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사실혼 관계가 인정된다면 사실혼 해소를 원인으로 재산분할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이혼한 때로부터는 2년이 지났지만 법률혼이 해소된 이후 사실혼이 이어져왔고, 사실혼이 해소된 지는 아직 2년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5년 전 이혼할 때 재산분할을 하지 않았다면, 처음 혼인한 때로부터 법률혼 기간과 사실혼 기간을 합친 전체 혼인 기간 동안 형성한 재산에 대해서 재산분할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대략 전체 혼인기간이 22년 정도가 된다면, 혼인 기간만 봐서는 재산분할 비율이 낮지 않을 걸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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