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따라잡기 포기’ 새옹지마 될까...신세계 물류 정책 변화 촉각

‘쿠팡 따라잡기 포기’ 새옹지마 될까...신세계 물류 정책 변화 촉각

투데이신문 2024-10-18 11: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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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닷컴 네오003 [사진제공=SSG닷컴]
SSG닷컴 네오003 [사진제공=SSG닷컴]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 올해 유통 부문의 핵심 키워드로 ‘물류’와 ‘그로서리(식품)’가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신세계그룹의 정책 변화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물류 비용 절감을 적극 추진하는 가운데 이를 통한 그로서리 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찍는 모습이 두드러져서다. 다만 실질적 효과 발생까지는 약간의 시일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마트가 계열사 신세계건설 부진 등 악재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고육책으로 물류 절감이 등장한 감이 있다는 해석이 대두되는 터라, 정책 성공 여부에 더욱 관심이 모아진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오프라인 유통에서는 치솟는 식품값 급등 상황에 대한 대응책을 제시할 필요성과 함께 리뉴얼을 통한 집객 효과 제고 경쟁이 치열하다. 한편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알리와 테무 등 해외 플랫폼이 국내 시장에 뛰어들면서 지각 변동이 이뤄지고 있고, 국내 이커머스 기업의 차별화 요소로 신선식품과 물류에 방점이 찍히고 있다. 온-오프라인을 망라해 비용 절감과 변화에 대응할 방안으로 비용 절감 즉 배송과 킬러 아이템 제시가 이뤄지고 있는 것. 

이런 상황 속에서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 취임 200일(올 3월 승진)과 이마트 한채양 대표 취임 1년(지난해 9월 부임)을 맞이한 이마트 등 신세계 유통업체들의 변화 움직임은 보폭이 더 크다.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 통합 시너지 본격 추진...물류 비용 절감

정용진 회장은 본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협업’을 키워드로 택했다. 이커머스 시장 물류 인프라 대응을 위해 CJ그룹과 손을 잡은 것이다. CJ그룹과 신세계그룹은 6월 5일 CJ인재원에서 양사 간 사업제휴 합의서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지마켓과 SSG닷컴은 배송과 물류를 CJ대한통운에 맡기기로 했다. 지마켓은 CJ대한통운의 내일도착 보장 서비스를 도입하고, SSG닷컴은 물류센터 운영권을 CJ대한통운에 이관하는 게 협의의 골자다.

한채양 대표도 취임 후 이마트의 수익성을 개선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본업 경쟁력 강화’를 제시했다. “회사의 모든 물적, 인적 자원을 본업 경쟁력을 키우는 데 쓰겠다”는 것. 이런 가운데,  7월 이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이마트에브리데이가 통합 출범하며 시너지 창출을 본격화했다. 이른바 통합 이마트는 향상된 구매 협상력으로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강화하고, 아울러 ‘통합 물류’를 통한 비용 절감 및 자원 재배치를 구축한다는 포석이다.

통합 물류 시너지에 시선이 모아지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쿠팡 따라잡기의 완전 포기’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CJ-신세계 사업제휴 합의서 체결식 장면 [사진제공=CJ]
CJ-신세계 사업제휴 합의서 체결식 장면 [사진제공=CJ]

쿠팡 따라잡기 대신 ‘효율화’ 따지는 물류 정책 변화

즉 쿠팡에 대응하기 위해 온라인 배송 인프라를 스스로 구축 및 유지, 강화하는 대신, 직매입 경쟁력 강화 등에 더 집중하겠다는 정 회장의 전략적 결단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

신세계와 CJ 측 협력 구상에 따라, SSG닷컴은 물류망 위탁 외에 자체 물류센터 ‘네오(NEO)’까지도 CJ대한통운에 단계적으로 이관할 것으로 알려져 업계에 충격을 던졌다. 

현재 SSG닷컴은 총 3개의 네오와 오포 첨단물류센터 등 4개의 자체 물류센터를 갖추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네오 같은 자체 물류센터는 이커머스 사업의 배송 경쟁력을 좌우한다. 중간 유통 단계를 생략해 배송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비용 절감 및 품질 개선도 여기에 달려 있다. 따라서 네오 기능의 위탁 및 이관 등은 사실상 자체 물류 동력 확보에서 손을 떼는 것.

이렇게 되면 쿠팡 따라잡기를 앞으로 사실상 포기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예를 들어, SSG닷컴은 7월 15일 그로서리 특화 멤버십 ‘신세계 유니버스 쓱배송 클럽’을 론칭했다. 기존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외에 그로서리 배달에 특화된 신세계 유니버스 쓱배송 클럽으로 이원화해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취지인데, 바꿔 말하면 8월 와우 멤버십 이용료 인상을 앞두고 ‘탈쿠팡족’을 잡으려 한 것이었다. 이 같은 정책은 네오와 이마트 매장 후방 공간을 활용한 PP 물류 시설 등이 받쳐주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해석됐다. 그런데 향후 위탁 구도가 기본틀이 되면 앞으로 이 같은 굵직한 반격타를 구사하는 일도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비용 절감 필요에 고육지책...그로서리 강화 등 새옹지마 이룰까

이 같은 물류 구도 변화에는 결국 그룹 차원의 현금 확보 이슈가 있다. 이마트는 최근 신세계건설을 완전 자회사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사내 유보 자금을 활용해 신세계건설의 주식을 공개매수한 후 상장폐지한다는 것. 공개매수는 9월 30일부터 10월 29일까지 진행되고, 자금은 총 392억원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상반기 말 별도 기준 이마트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만 289억원대이므로, 자산 규모 측면에서 무리한 추진 내용은 아니다. 

다만 최근 수년 간 이익 창출력이 둔화되고 있는 점에서 부담이 전혀 없다고 볼 것만도 아니다. 이마트는 올 상반기 기준 매출은 14조2627억원, 영업이익 125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다만 매출이 지속 하락하는 점 등으로 이번 3분기 실적에 대한 증권가 기대감이 높지만은 않다. 한국투자증권이 3분기 실적 전망 보고서에서 목표가를 하향 조정한 사례가 그 예다.

이런 상황에서 신세계의 물류 개혁 도전이 단순히 신세계건설 이슈 등 현금 확보 필요성에 따른 고육지책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오히려 끌어올리는 새옹지마가 될지 주목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세계의 물류 협업이 쿠팡 따라잡기를 포기한 것이냐는 논란에 대해 “효율성을 따지겠다는 결정인데, (과감한) 투자보다는 경영감각의 문제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계속 큰 비용을 부담해야 된다면 어려운 상황을 인정하고, 쿠팡과의 경쟁 상황에 동참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고육지책이라는 평가를 제시했다.

다만 신세계 관계자는 “포기라기 보다는 강점이 있는 회사와 시너지를 내는 쪽으로 노력하겠다는 것”이라며 다른 관점의 해석을 주문했다. 신세계가 SSG닷컴의 네오 처리 등 물류 개혁 정책을 통해 생기는 여유 재원으로 이마트의 그로서리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커머스에서 1등으로 도약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지겠지만, ‘대형 유통 유니버스’로서의 역량은 여전하기 때문에 상당히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한편, 이런 비용 재투자에는 약간의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아직은 (각종 논의가) CJ와 협의 중인 단계여서 비용 재투자 등 가시적 효과는 그 이후에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CJ와 신세계 양측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현재 네오를 넘기는 건은 협의만 계속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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