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통령선거가 3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국내 제조업은 물론 바이오업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미국 내 로비스트업계에서는 중국의 바이오 대기업을 겨냥해 추진되는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이 한국 CDMO(백신 개발 및 위탁연구개발) 산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는 중국 바이오기업의 미국 시장 퇴출이 한국 바이오기업에게 수혜를 줄 것이라는 그동안의 관측과 반대되는 주장이다.
14일 미국 하원에 따르면 지난달 9일 하원을 통과한 ‘생물보안법(HR 8333)’은 1년마다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 국가의 생명공학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미 대선이 종료되면 상원의 검토를 거쳐 제정될 가능성이 점쳐지는데, 당장은 중국의 BGI, MGI, 컴플리트 게노믹스(Complet Genomics), WuXi App Tec, XuXi Biologics 등 5개 바이오 대기업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수준이다.
제재대상은 △외국 적대 세력의 지시나 통제를 받거나 적대세력 정부가 대신 운영하는 기관 △미국 국가 안보에 위험을 초래하는 기관 등으로, 제재 기한은 1년이며 180일까지 한 번 연장이 가능하다. 제재기업은 미 관리예산국과 국방부를 주도로 보건복지부, 상무부 등 정부가 1년에 한 번 결정한다. 미국이 적대국이라고 지목한 나라에 생명공학 관련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해당 기업은 생물보안법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이 법이 단순히 국가 보안뿐 아니라 ‘미국의 이익을 위해’라는 조항을 명시하면서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제재대상에 포함시키거나 제외시킬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위험국가에 대한 데이터 제공의 구체적인 명시가 없어 사실상 미국 정부가 입맛대로 제재기업을 정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생명과학 기업을 대상으로 법률 자문을 하는 굿윈프록터(Goodwin Procte)는 “정부가 여러 기관을 살펴보고 포함시킬 수 있기 때문에 바이오산업 측면에서는 그림자가 드리울 것”이라며 현재 5개의 목록이 확대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미국 로비스트 업계는 중국의 바이오 대기업 제재 이후 생물보안법의 다음 타깃을 인도와 한국의 CMO(위탁생산) 전문 바이오 기업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 이어 미국시장에서 CMO를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국가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중국산 철강·전자제품 제재 당시 중국과 한국을 하나의 몸으로 봤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은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미국 산업 진출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과 유럽 시장 공략을 목표로 내년 준공 예정인 5공장을 포함한 세계 최대 수준의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78만4000리터) 확보계획을 추진 중이다. 셀트리온과 롯데바이오로직스, 코오롱생명과학, 종근당 등 대기업도 생물보안법이 중국기업의 미국 시장 퇴출로 이어지면서 한국 바이오기업에는 기회라고 판단, CMO 설비 확대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워싱턴 소재 사무실에서 일하는 한 로비스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금도 중국과 한국을 가장 큰 산업위협으로 보고 자주 언급한다”며 “무엇보다 전통지지층인 제조업 종사자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해 미국 내 점유율이 높은 한국 기업에 대해 수위높은 제재가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유세현장에서 "중국과 한국의 제조업이 미국으로 대량 이탈하다록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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