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개그맨 이진호(38)가 인터넷 불법 도박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그간 잠잠했던 연예계 불법 도박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이진호는 14일 오전 SNS를 통해 “부끄러운 과거를 고백하기 위해 이 글을 쓴다”며 “2020년 인터넷 불법 도박 사이트서 게임을 시작하게 됐고, 감당하기 힘든 빚을 떠안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지인들의 따끔한 충고와 제가 사랑하는 이 일을 다시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도박에서 손을 뗄 수 있었지만, 이미 많은 사람에게 금전적 도움을 받은 상태였다”며 “매월 꾸준히 돈을 갚아 나가고 있고, 죽을 때까지 이 빚은 꼭 제 힘으로 다 변제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그것을 숨기기에 급급했던 저에게 실망하셨을 많은 분께도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경찰 조사 역시 성실히 받고 제가 한 잘못의 대가를 치르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텐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이진호는 BTS 지민, 가수 영탁·하성운, 개그맨 이수근 등 동료 연예인들에게 도박에 필요한 돈을 빌렸다. 지민은 그에게 약 1억원을 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수근 역시 수천만원을 건넸고, 영탁도 돈을 빌려줬지만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심지어 일부 방송사 임원이나 PD, 작가 등도 돈을 빌려줬다가 돌려받지 못했다.
이진호는 이들에게 ‘부모님 일로 인해 돈이 급하다’ ‘세금을 납부해야 해서 돈이 필요하다’ 등의 거짓말로 돈을 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피해자들은 이진호를 상대로 사기죄 고소 및 출연료 가압류 신청을 할 예정이다.
이번 불법 도박 논란의 여파였을까? 이진호는 이날 오전 참석 예정이었던 넷플릭스 예능 <코미디 리벤지> 제작발표회에 불참했다. 프로그램에서는 하차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고정 출연 중인 JTBC 예능 <아는 형님>에서는 이미 이진호의 하차를 빠르게 공식화했다.
<아는 형님> 관계자는 “이번주 방송부터 하차한다. 기촬영분에 대해서는 최대한 편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진호의 사과문을 접한 누리꾼들은 “연예계서 다신 보지 말자” “잘가라. 멀리 안 나간다” “코미디계는 왜 항상 도박이 터지냐” “남의 돈으로 간도 크다, 참” 등의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보도가 되기 전 SNS로 고백한 것은 동정 여론을 만들려고 미리 선수 친 것이 아니냐”며 “또 몇 개월 자숙한 뒤에 방송에 웃으며 복귀하겠지 안 봐도 뻔하다”고 지적했다.
연예계 불법 도박 논란은 잊을만 하면 등장하고 있다. 문제는 연예인들의 잦은 도박 파문이 범법에 대한 낮은 경각심과 연예계의 느슨한 징계 문화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짧은 자숙 기간 후에 복귀하는 연예계의 관행도 원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많은 연예인들이 도박 논란 뒤에도 빠른 복귀에 성공했다.
그룹 S.E.S 출신 슈는 지난 2016년 8월부터 2018년 5월까지 마카오 등 해외서 7억9000만원 규모의 상습 도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명령 80시간을 선고받았다. 이후 4년 뒤인 2022년 4월 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를 통해 방송에 복귀했다.
이번에 이진호에게 피해를 겪은 이수근도 2013년 해외 축구 등에 베팅하는 일명 ‘맞대기 도박’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당시 그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경기 등에 3억7000만원을 베팅한 불법 도박 혐의를 받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이수근은 당시 출연 중이던 KBS 예능 <1박 2일>을 비롯한 모든 프로그램서 하차했다가 3년 뒤인 2016년 전격 컴백했다.
가수 붐도 2013년 불법 스포츠 도박 혐의로 조사를 받고 14개월 만인 2015년 1월 KBS2 <나비효과>를 통해 지상파로 복귀했다. 당시 붐의 연예계 컴백을 두고 “너무 쉽게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등의 비난이 거세게 일었다.
이외에도 개그맨 김준호, 가수 탁재훈·토니안 등 많은 연예인들이 불법 도박 혐의를 받았다가 저마다 자숙 기간을 거쳐 방송으로 돌아왔다.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이 방송에 복귀하는 데 대중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는 범죄사실이 있는 연예인임에도 불구하고 예능프로그램과 같은 방송이 이를 희석시킨다는 점이다. 특히 몇몇 연예인들은 불법 도박 이력을 개그 소재로 삼아 희화화하기도 한다.
이는 대중들로 하여금 ‘도박은 괜찮네’라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 줄 수 있어 문제점으로 제기된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연예인은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특수한 존재”라며 “대중에게 친밀감을 주는 예능 스타들이 도박 문제에 잇따라 연루되면서 청소년들은 도박을 ‘일상적인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하 평론가는 “게다가 도박 문제로 인한 자숙 기간을 거친 후 다시 방송에 복귀해 스포트라이트까지 받기 때문에 더욱 청소년의 경각심을 무너뜨린다”며 “그런 점에서 유명 스타들은 자신의 사회적 영향력을 자각하고 보다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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