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어 방송 타운홀…라틴계 표심, 美 대선 변수 부상
라틴계, 민주 지지층 분류됐지만 경합주 민심 팽팽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 "가족을 사랑하는 것 같긴 한데…."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점을 묻는 말에 내놓은 답이다.
AP통신은 10일(현지시간) 대선을 채 한 달도 남겨놓지 않고 네바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스페인어 방송 유니비전과 타운홀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점 3가지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하나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질문이 나오자 웃은 뒤 "우리 대부분은 차이보다는 공통점이 훨씬 많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다만 자신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기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적 이분법은 "나에게는 고통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해리스 부통령은 "그것은 우리 나라에 건전하지 않은 일이며,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미국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그렇다는 것에 매우 비판적인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점을 꼽아달라는 거듭된 질문에 결국 "그가 가족을 사랑한다고 생각하고, 그것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그러나 나는 그를 정말 잘 모른다. 나는 그를 딱 한 번 봤고, 그렇기 때문에 할 말이 별로 없다"며 결국 한 개의 장점도 거론하지 않고 답변을 끝냈다.
해리스 부통령은 앞서 지난달 트럼프 전 대통령과 첫 TV 토론에서 그와 정면으로 대좌한 바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또 행사에서 "지금은 정치를 할 시기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며 미국을 연달아 강타한 허리케인 헐린과 밀턴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는 "이런 위기 상황에서는 지도자가 존엄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는 16일 자신의 텃밭인 플로리다에서 유니비전과 타운홀 행사에 나선다.
행사는 애초 지난 8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허리케인 상륙 가능성에 대한 우려에 일정이 조정됐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내달 대선을 앞두고 두 후보가 잇달아 스페인어 방송에 나선 것은 라틴계 유권자 표심 공략에 어느 때보다 공을 들이는 달라진 분위기를 대변한다고 평가했다.
통상적으로 라틴계를 포함한 유색 인종들은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으로 분류돼 왔지만, 이들 가운데 일부가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층과 겹치는 고졸 이하 남성 노동자 계층으로 빠르게 흡수되며 달라진 투표 성향을 반영한 흐름이라는 것이다.
퓨리서치에 따르면 실제 2012년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라틴계 전체의 72% 지지를 확보했지만,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2016년 대선에서 65%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라틴계 59%의 표를 확보했다. 지난달 NBC 조사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라틴계의 지지율은 54%로 더 떨어진 상황이다.
퓨리서치는 내달 예정된 대선에서 라틴계 유권자수는 3천62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전체 선거인단의 15%를 결정할 수 있는 수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합주에서 라틴계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사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들의 선택이 박빙 구도인 대선에서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다"고 지목했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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