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지역 공화 인사들, 트럼프 거명 않고 "음모론은 구호에 방해"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 공화당이 자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허리케인과 관련해 유언비어를 퍼뜨리자 이에 동조하는 이들과 허위 정보를 불식하려는 이들로 분열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허리케인이 휩쓴 지역의 공화당 인사들은 구호 활동에 방해되는 음모론을 억제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만 그러다가 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화를 살 가능성을 두려워하고 있다.
이에 공화당 소속 정치인과 당국자 다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비판하지 않으면서 근거 없는 소문에 대응하려고 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널리 퍼뜨린 거짓말 중 하나는 연방재난관리청(FEMA)이 재난 구호 자금을 이민자 지원에 썼다는 주장이다.
WP는 국토안보부(DHS)가 FEMA와 이민자 구호 프로그램을 둘 다 관할하고 있지만 이들 예산이 별도의 계정으로 분리돼 있고, 이민자 구호용으로 책정한 예산을 허리케인 피해 보상에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친(親)트럼프 인사인 공화당의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조지아)은 정부가 날씨를 조종한다는 음모론을 퍼뜨렸다.
극우 음모론자인 앨릭스 존스도 허리케인 헐린은 정부가 미국인을 상대로 사용하려고 조종하는 무기라고 주장했다.
공화당 인사 일부는 이런 음모론이 FEMA와 구호 당국에 대한 신뢰를 약화해 정부의 허리케인 대응을 방해하고 있다고 경고하며 음모론을 반박하고 있다.
허리케인 피해가 큰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척 에드워즈 하원의원은 지난 8일 성명에서 "허리케인 헐린은 정부가 지구공학으로 만든 게 아니다"라며 "누구도 날씨를 조종할 수 없다"고 밝혔다.
케빈 코빈 노스캐롤라이나 주의회 상원의원은 지난주 페이스북에서 음모론을 비판했으며, 테네시주 녹스카운티의 글렌 제이컵스 시장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허리케인 대응 노력에 방해가 되는 소문을 그만 퍼뜨려라"고 촉구했다.
이들 누구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공화당 내 대표적인 반(反)트럼프 인사인 밋 롬니 상원의원(유타)이 지난 8일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롬니 의원은 유타대학교 대담에서 "트럼프는 스프링필드시의 사람들이 개와 고양이를 먹는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그는 우리의 FEMA 긴급 예산이 허리케인 피해자를 돕는 대신 불법 이민자를 돕는 데 쓰였다고 말했다. 내 말은 그는 이런 걸 그냥 지어낸다"고 지적했다.
칼로스 히메네스 하원의원(공화·플로리다)은 그린 하원의원이 날씨를 조종하는 사람 일부가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있다고 주장하자 "인간은 허리케인을 만들거나 조종할 수 없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머리를 검사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전날 노스캐롤라이나의 피해 지역을 방문해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그는 피해 지역에 지원되는 자원이 부족하다는 점에 불만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캐롤라인 레빗 트럼프 캠프 대변인은 WP에 "유일한 허위 정보는 바이든-행정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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