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다른 제보자 압수수색에 이어 두 번째
쿠팡이 제보자들 고소, '영업비밀 유출' 혐의
경찰, '블랙리스트'와 관련 없는 사안"
"압수수색, 공익제보자들 위축시키고자 하는 의도"
[포인트경제] 지난 2월 쿠팡의 물류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가 기피 인물의 재취업을 막기 위해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해 왔다는 의혹을 제기한 공익제보자인 전 직원에 대해 경찰이 추가 압수수색에 나섰다.
CFS는 지난 2월 말 A씨 등이 회사에 손해를 입히기 위해 내부 자료를 유출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쿠팡 본사 /사진=뉴시스 (포인트경제)
경기남부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과는 CFS가 영업비밀 누설(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업무상 배임 혐의로 A씨 등 2명을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24일 A씨를 압수수색했다.
앞서 이 사건의 또 다른 피고소인인 B씨를 상대로 지난달 12일 진행한 압수수색에 이어 두 번째다.
쿠팡 블랙리스트로 알려진 해당 파일에는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한 1만6천450명의 이름과 재취업을 제한하는 사유가 함께 적혀 있었으며, 목록에는 노조 간부와 쿠팡을 직·간접적으로 취재한 언론인들의 이름까지 포함돼 있었다.
블랙리스트 자체에 대한 고용노동부·경찰의 수사보다 제보자를 상대로 한 쿠팡의 고소 사건 수사는 빠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이번 압수수색과 관련해 '블랙리스트'와는 관련이 없는 사안이라며, 물류 센터 기밀을 유출한 것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기남부경찰청 앞에서 ‘블랙리스트’ 제보자에 대한 압수수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 /한겨레 갈무리
경찰은 A씨가 쿠팡풀필먼트서비스의 영업비밀·업무상 자산 등에 해당하는 자료를 업무용 클라우드 플랫폼에서 내려받아 쿠팡풀필먼트서비스에 “액수 미상의 손해를 가하고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이 A씨가 유출했다고 지목한 자료는 물류센터 물품 분류 자동화 설비 배치도면, 직원 근태 관련 자료 등 15건으로 이중 A씨가 제보한 쿠팡의 블랙리스트 관련 자료는 없다고 알려졌다. B씨 압수수색 당시에도 영장엔 블랙리스트 관련 자료는 없었다고 알려졌다.
쿠팡이 블랙리스트 제보를 핑계 삼아 제보자들을 별건 고소하고, 경찰은 무리하게 수사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라는 것이다.
'쿠팡 블랙리스트 실체를 밝히는 기자회견' /참여연대 갈무리 (포인트경제)
‘쿠팡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대책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연이은 압수수색은 공익제보자들을 위축시키고자 하는 의도 외에는 달리 설명이 안 된다. 경찰의 수사는 그 자체로 가해자(쿠팡)를 비호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현재 노동부는 블랙리스트 작성이 근로기준법이 금지하는 ‘취업방해’에 해당하는지, 경찰은 취업 배제 목적으로 근무 경력이 있는 노동자와 근무 경력조차 없는 기자들의 정보를 수집·관리한 것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수사하고 있지만 넉달이 지나도록 진척이 없는 상황으로 전해진다.
지난 5월에는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지부장 민병조)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 블랙리스트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즉각 실시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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