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정지원 기자] 예고된 논란이었다.
르세라핌은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간)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 이하 코첼라)에서 약 40분간 10곡을 부르며 사하라(Sahara) 스테이지를 누볐다.
현장에서는 하이브가 미리 만들어 놓은 라이브 ar이 실제 라이브 목소리를 누르면서 르세라핌의 전매특허인 퍼포먼스까지 더해 화끈한 무대가 펼쳐졌다. 하지만 문제는 유튜브 생중계 영상으로, 르세라핌의 적나라한 라이브 실력이 보정 없이 전세계에 송출됐다. 그야말로 '참사'에 가까운 라이브였다.
유튜브 생중계를 보던 해외 시청자들은 실시간 댓글을 통해 르세라핌의 라이브 실력에 비토를 쏟아냈고, 국내 시청자 역시 한 차례 음악방송 앙코르 라이브 논란이 터졌던 르세라핌이 코첼라에서도 아쉬운 무대를 선보이자 탄식을 내뱉었다.
하이브는 소속 아티스트를 극진히 아끼고 대우해 주는 것으로 업계 정평이 났다. 가장 트렌디하고 세련된 음악을 가져와 소속 아티스트에게 선사하고, 그들의 이미지에 맞춰 앨범과 세계관을 유기적으로 만들어준다. 여기에 방탄소년단이라는 세계 최고의 아티스트 IP를 가진 힘과 자본으로 그들이 최정상에 설 때까지 밀어준다.
하지만 하이브는 아티스트의 실력에 대해서는 '우리가 보완해주면 되는 것' 정도로 가벼이 치부하는 게 보인다. 이미 르세라핌은 데뷔 직후부터 라이브 AR로 무대를 이어왔고, 그걸 라이브 무대라 생각하며 전혀 문제 삼지 않았다. 단적인 예를 들어 라이브AR 비중을 90%, 라이브 비중을 10%로 잡아 놓은 것도 엄연한 라이브 무대라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하이브의 철저한 포장과 보완 속 가수들은 그 무대가 자신의 실력이라 생각하는 착각을 벌인다.
그럴 때마다 불거진 사태가 하이브 소속 가수들의 음악방송 1위 앙코르 무대 논란이었다. 라이브 AR 대신 MR이 깔리자 가수라 하기 부족한 노래 실력이 여과 없이 드러난 것이다.
최근 데뷔한 신인 그룹 아일릿 역시 '마그네틱'으로 초고속 음악방송 1위에 오르자 앙코르 무대에서 매우 미흡한 실력의 라이브를 선보여 논란이 된 바 있다. 르세라핌에 이어 아일릿까지, 하이브 걸그룹들이 잇따라 부실한 실력으로 국내외 팬들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자본의 힘이 큰 소속사는 신인을 론칭할 때 단번에 스타로 만들 수 있는 저력이 있다. SNS 바이럴 마케팅을 비롯한 각종 홍보 마케팅 비용에 타 회사의 여러 배 가까이 돈을 쏟아부으면, 그 누구라도 차트 최정상에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결국 그 인기를 유지할 수 있는 건 전적으로 가수의 실력에 달려있다. 가수가 잘해야 팬들도 자랑스러워 한다. 오래오래 그 가수의 성장을 보고 싶어 한다.
하이브는 이 점을 간과한 채 방탄소년단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신인 론칭에만 급급한 게 보여 아쉬울 뿐이다. 좋은 기획, 두둑한 자본을 가지고 K팝 아티스트를 키운다면, 이미 질서가 흐트러진 음원차트 1위에 목숨을 걸기보다는 가수의 기본 실력부터 다지게끔 만드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그렇게 해야만 K팝 반짝 인기를 우려한다고 수 차례 언급하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걱정이 해소되고 K팝 가수들의 수명이 그나마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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