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사 '최형우'의 커리어 명장면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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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사 '최형우'의 커리어 명장면 4

에스콰이어 2025-12-15 12:03:45 신고

‘해결사’ 최형우/ 인스타그램 @always_kia_tigers

‘해결사’ 최형우/ 인스타그램 @always_kia_tigers

20년 넘게 이어진 최형우의 야구는 늘 드라마였습니다. 그를 ‘해결사’라 부르게 만든 4번의 결정적 순간을 꺼내봅니다.


1. 전설의 시작 – 2008년 4월 1일, LG트윈스 전

2008년 시즌 초, 삼성 라이온즈은 재정비가 필요한 팀이었고, 최형우는 ‘언젠가 한번은 터져야 하는데’라는 말을 몇 년째 듣고 있었습니다. 방출 후 다시 얻은 기회였지만, 개막 일주일이 되도록 중심타선에 설 만큼의 신뢰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맞이한 연장 10회, 2-2 동점. 투 아웃은 아니었지만 흐름은 완전히 LG 쪽으로 넘어가 있었습니다. 10회 초 2사 1루에서 타석에 선 최형우는 초구를 흘려보내고, 2구째 바깥쪽 직구를 끝까지 보고 밀어 올렸습니다. 잠실 야간조명이 만드는 하얀 원형 아래로 날아가던 타구는 우중간 깊숙한 곳에 떨어지는 게 아니라, 우중간 펜스를 넘으며 관중석 상단에 꽂혔습니다. 타구가 떨어지기도 전에 삼성 더그아웃은 벤치 클리어링하듯 튀어나왔고, 전광판에 ‘HOMERUN’이 뜨는 순간 잠실은 폭발하듯 흔들렸습니다. 1루를 돌던 그는 고개를 잠시 떨구더니, 2루를 향해 뛰는 찰나 살짝 입술을 깨물었습니다. 그건 기쁨의 표현이 아니라, 그 동안 버텨낸 인고의 시간에 대한 보상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최형우는 시즌 14홈런, 0.276으로 마치며 신인왕을 거머쥐었고, 몇 년 뒤 삼성 왕조 타선의 4번으로 성장했습니다. 인생을 뒤집는 장면이 때로는 이렇게 산뜻하게 시작됩니다.


2. 왕조의 마침표 – 2014년 한국시리즈 5차전, 넥센 히어로즈 전

2014년 한국시리즈는 2승 2패로 팽팽했습니다. 5차전은 사실상 우승을 가르는 경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대구구장에는 긴장감이 유독 무겁게 깔려 있었습니다. 삼성은 9회말까지 0-1로 뒤진 상황이었죠. 그리고 투아웃, 패배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순간 타석에는 해결사 최형우가 서 있었습니다. 넥센 마무리 손승락이 몸쪽 낮게 떨어지는 공을 선택했고, 많은 타자들이 잡아당기다 파울로 만드는 구종이었습니다. 그러나 최형우는 이를 가볍게 밀어 우익선 쪽으로 보냈습니다. 공은 라인을 벗어날 듯 말 듯, 우익수 앞에 떨어질 듯 말 듯, 모두가 숨을 들이마신 그 순간, 라인 안쪽 30cm 지점에 정확히 꽂혔습니다. 주자 두 명은 홈을 밟았고, 스코어는 2-1. 대구구장은 그제야 기다렸다는 듯 폭발했습니다. 끝내기 적시타로 경기를 뒤집은 삼성은 이 승리의 기세를 6·7차전까지 그대로 끌고 갔습니다. 그리고 한국시리즈 4연패, 통합 4연패라는 KBO 사상 유일한 기록을 만들었습니다. 어떤 팀은 기량으로 왕조를 만들고, 어떤 팀은 한 장면으로 왕조의 문을 닫습니다. 2014년의 마지막 장면엔 최형우가 있었습니다.


3. 타점의 신 등극 – 2023년 6월 20일, 한화 이글스 전

그날 대전구장은 공교롭게도 맑고 푸른 하늘이었고, 바람도 거의 없었습니다. 전광판에는 이승엽의 ‘통산 타점 1,498’이 꾸준히 표기되어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던 경기였습니다. 4회 초 1사 1루, 상대 투수는 몸쪽과 바깥쪽을 섞으며 조심스럽게 승부하고 있었지만, 실투 한 개가 모든 걸 바꿨습니다. 가운데 약간 높게 떠버린 직구. 최형우는 그대로 중심을 실어 올려 정중앙 담장을 아주 깨끗하게 넘겼습니다. 타구가 넘어가는 순간, 어디서도 큰 제스처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1루 쪽 삼성 팬들이 먼저 방망이를 들어 흔들었고, 전광판이 ‘1500 RBI’라는 숫자를 띄우자 경기장 전체가 웅성임으로 채워졌습니다. 이 홈런으로 그는 이승엽이 보유한 1,498타점을 넘어 KBO 통산 타점 1위에 올라섰습니다. 타점은 실력만으로는 쌓이지 않습니다. 팀 타선이 만들어주는 무대, 꾸준히 출전하는 체력, 그리고 결정적 순간을 결과로 바꾸는 집중력까지 모두 필요합니다. 대전에서 넘긴 타구는 그래서 더 상징적이었습니다.


4. 최고령의 품격 – 2024년 한국시리즈 5차전, 삼성 라이온즈 전

2024년 한국시리즈 5차전. KIA는 홈에서 초반부터 1-5로 뒤지며 기세를 완전히 내준 상황이었습니다. 선수들의 표정도 무거웠고, 응원석조차 초반의 뜨거움이 조금 식어가는 흐름이었습니다. 6회, 한가운데 실투가 들어오는 순간. 최형우는 아주 간결한 스윙으로 공을 눌러 찍듯이 당겨 올렸습니다. 타구는 좌측 담장으로 향했고, 외야수의 발은 채 두 걸음도 가지 못했습니다. 홈런임을 알아챈 순간 경기장은 다시 살아났습니다. 이 홈런은 1점 차이가 아닌, 경기 흐름 자체를 바꾸는 불씨였습니다. KIA는 그 뒤 폭발적인 공격력을 이어가며 대역전에 성공했고, 결국 시리즈를 주도하며 우승을 확정했습니다. 그리고 기록은 더 깊었습니다. 이 홈런은 한국시리즈 역대 최고령 홈런(만 40세 10개월)이었습니다. 더 놀라운 건, 그 상대가 그의 시작이자 마지막이 될 친정팀 삼성이라는 사실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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